서울시 최연소 문화관광해설사 김승희(26·왼쪽)씨와 7년차 베테랑 해설사 이현이(68)씨. 이들은 할아버지와 손녀뻘이지만 관광객들 앞에서 마이크 잡을 때의 열정은 다르지 않다.
경복궁의 속삭임·광릉숲의 지저귐 술술 풀어주는 대한민국 해설사들
“중국인 통역을 하면서 해설사란 게 있다는 걸 알았어요. 딱 제 일이었죠. 역사문화 공부에 도움 되죠, 중국어 실력 늘죠.”(김승희·26·동국대 대학원 국문과 석사과정)
“네덜란드 한 박물관에 가니 장관 출신이란 자가 박물관 해설을 합디다. 충격·감동이었죠. 돌아와 해설사 모집공고부터 뒤졌어요.”(이현이·68·서울시 교육연수원 강사)
김씨는 올해 초 서울시 문화관광해설사로 첫발을 내디딘 새내기, 이씨는 7년차의 숙련된 해설사다. 42년 차이. 세대와 성별, 하는 일이 다르지만 두 사람은 이구동성으로 “그래, 이거야!”를 외치며 마이크 잡고 나섰다.
올해로 문화관광해설사(도입 당시는 문화유산해설사)가 운영된 지 만 10년이다. 여행자들에게 역사와 문화, 유적·경관 등을 깊이있고 재미있게 설명해주는 도우미들이다. 40~70대 중·노년층이 대부분이지만, 최근 20~30대 지망생도 늘고 있다. 김씨는 서울시 230여 문화관광해설사 중 최연소 해설사다. 지금까지 10여차례 현장해설에 나섰지만, 여전히 “잘못할까 걱정되고 가슴이 떨린다”.
이씨는 “수백 군중 앞에서도 끄떡 않고 조선왕조실록을 꿴다”는 베테랑이다. 60살 넘어서면서 개인사업을 접고, 뭔가 남을 위해 ‘머릿속’ 지식을 넘겨줄 일을 구상하다 ‘해설 봉사’로 새 인생을 찾았다. 그가 ‘머릿속’을 강조하는 건 이미 몸의 각 장기를 기증했기 때문이다. “문화유산 해설은 문화행위이면서 또 예술행위입니다. 눈빛·표정·손짓·목청 동원해 복잡한 역사 드라마를 알기 쉽게 풀어놓는 종합예술이죠.”
오늘도 전국 곳곳에서 해설사들이 선인들 자취를 따라 발을 옮긴다. 이번 주말 흥미진진한 역사 드라마 속으로 이끌 ‘종합예술 감독’ 한 분 만나보는 건 어떨까. 고궁·왕릉·고찰·정자·고택·박물관·기념관… 이 땅의 역사가 깃든 곳이면 어김없이 나타나, 여행길을 알차고 풍요롭게 해줄 터이니.
글 이병학 기자 leebh99@hani.co.kr·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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