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상암동 한강시민공원 난지캠핑장. 주말이 시작되는 금요일 저녁, 캠핑장은 가족·연인·직장동료들로 북적인다. 비눗방울 날리는 아이들의 해맑은 웃음은 엄마의 미소로 이어지고, 소시지와 갖은 채소를 불판에 굽는 박 과장의 굵은 팔뚝은 이 대리에게 든든한 동료애를 선사한다. 연인은 캠핑장을 물들이는 저녁 햇살 속에서 사랑을 속삭인다. 도시의 캠핑장은 바쁜 일상 속 작은 여유를 찾도록 도와준다.
바리바리 싸들고 멀리 가야 한다는 편견 버리면 도심 속 놀자리 보여요
6년 경력의 캠핑 고수 이동환(42)씨. 한여름, 특히 휴가객이 몰리는 ‘7말8초’엔 먼거리 캠핑을 나서지 않는다. “오고가는 길에 교통체증으로 지치고, 뙤약볕 아래 텐트 치고 걷는 일도 고역이기 때문”이다. 캠핑을 밥 먹듯 즐겨온 캠핑 달인에게도, 한여름에 장비 싸들고 먼거리 캠핑장을 찾는 일은 여간 부담스러운 일이 아니다.
도시를 탈출해 먼 곳으로 떠나야 멋진 캠핑여행이 될 것이란 생각을 버리면 대안이 나온다. 깊은 산골 숲속이나 물 맑은 계곡을 낀 캠핑장만 캠핑장이 아니다. 텐트 싸짊어질 필요도 없이, 멀리 갈 필요도 없이 저렴한 비용으로 즐기는, 도심 속 초간편 캠핑 나들이가 있다.
다음과 같은 분들에게 특히 유효한 처방이 될 듯하다. 휴가는 가야겠는데 일에 쫓겨 멀리 떠날 수 없는 분, 아이들 성화에 캠핑 한번 가보긴 해야겠으나 뭐가 뭔지 잘 모르시는 분, 장거리 여행 경비가 부담스러운 분, 내 차도 내 텐트도 내 버너도 없이 달랑 몸만 갖고 캠핑 체험을 하고 싶은 분, 열대야로 잠 못 이루느니 차라리 숲속이나 강변에서 밤을 지새우겠다는 분….
인구 1000만의 거대도시 서울을 비롯한 전국 주요 대도시 도심에도, 숲으로 덮이고 강바람에 휩싸인 오붓한 캠핑장이 곳곳에 있다. 내 차와 내 텐트로 즐기는 오토캠핑 사이트는 물론, 설치해둔 텐트를 빌려 하룻밤 야영을 할 수 있는 곳, 그늘막과 식탁만 빌려 한나절 음식 해먹고 쉬다 올 수 있는 곳들이 있어 취향대로 고를 수 있다.
비가 쏟아져도 좋고, 열대야가 찾아와도 좋은 멋과 낭만의 도심 속 야외활동이다. 텐트 안팎에 앉고 누워 듣는 빗소리, 저녁식사 뒤 야외 식탁에 둘러앉아 즐기는 맥주 한잔이 다 가족·연인간 사랑을 키워주는 청량제가 될 터다.
캠핑을 하며 지켜야 할 것들도 있다. 도심 캠핑장은 아파트 등 주민 생활공간과 인접한 경우가 있어 과음이나 고성방가 금지는 기본이다. 이웃을 배려하고 기본적인 예의를 갖춘다면, 도심 속에서 즐기는 캠핑의 멋과 낭만이 한결 각별한 체험으로 다가올 게 틀림없다.
글 이병학 기자 leebh99@hani.co.kr·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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