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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첨의 기술

등록 2011-07-07 10:33

男과장 S의 오피스 메아리
정치인들이 국회에서 의정활동을 하듯, 직장인들도 회사에서 크고 작은 사내 정치를 벌인다. 그중 가장 보편적인 건 아부다. 표현도 다양하다. ‘아첨’, ‘짜웅’, ‘알랑방구’…. 1년 365일 격동기인 대한민국에서, 이들의 어감은 대부분 부정적이다. 그러나 효율적인 아부로 사랑받는 이들도 있다.

소재기업에 근무하는 후배 한 명. 선물에 능하다. 여행이나 출장을 가면 항상 엽서나 열쇠고리같이 소소한 기념품을 선물로 사온다. 윗사람 것뿐 아니라 동료와 후배들 것까지 준비해, 잘 보이려고 머리 굴린다는 누명을 안 쓴다. 반응? 아주 좋다. 튄다는 지적도 받았지만, 작은 선물에 팀 분위기가 좋아졌단다. 지난해부터는 다른 직원들도 하나둘 따라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결국, 후배는 20명의 입사 동기 중 유일하게 조기 진급했다.

상대방이 대접을 받는다는 생각이 안 들게 아부하는 사람, 선수다. 대외관계가 많은 직무를 맡은 식품회사 직장인 ㄱ. 거래처, 관계기관 등 다양한 소속과 업무의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한다. 비결? “대접을 부탁같이”란다. “저희 회사에서 40대 남성을 위한 음료가 나왔는데, 저도 맛 테스트를 맡았어요. 급하게 진행하다 보니 맛 평가해주실 분들 알아볼 틈이 없네요. 형님께서 좀 도와주시면 좋겠어요.” 거래처에 음료세트를 건네며 한 말이다.

이들보다 더한 아첨의 고수, 선배 ㄴ이 있다. 대단한 건 세 치 혀만 쓴다는 거다. 10여년 전, 중소기업을 다니다 대기업에 경력직원으로 입사한 선배는 항상 깐깐한 임원이 마음에 걸렸다. 본인에게만 늘 퉁명스럽고 무뚝뚝한 것 같아 종종 마음을 상한 것. 임원이 본인을 향해 웃는 모습을 보고 싶어 인터넷에서 유머도 찾아보고 ‘성대모사’와 ‘코믹댄스’ 같은 개인기를 연습했다. 얼마 뒤 회식자리에서 회심의 개인기 공연을 펼쳤는데 임원은 남자가 너무 수다스럽다며 핀잔만 줘 그는 낙담했다.

한 세미나 자리, 모르는 사람들투성이인 곳에서 술자리가 벌어졌다. 사람이 재산이니, 50여명의 인원 모두에게 인사를 건네려 술잔을 주고받았다. 마땅히 할 말 없었던 선배는 별생각 없이 자기 포부를 말했다. “안녕하세요, ○○기업에서 □□상무님 밑에서 일하는 △△입니다. 아직까지는 일을 배우는 과정입니다. 상무님은 퉁명스러우신 것 같지만, 아랫사람 아끼는 마음이 깊으신 분입니다. 저희 상무님 못지않은 훌륭한 인재로 성장해서, 자랑스런 모습으로 다시 인사드리겠습니다.”

몇 개월 뒤, 뜻밖의 얘기를 들었다. “상무님이 ㄴ씨 굉장히 좋아하세요. 처음엔 좀 서먹해서 무뚝뚝하게 대하셨는데, 외부행사에서 상무님 존경한다고 얘기한 걸 들으신 모양이에요. 그 자리에 계시던 분이 상무님과 친하신 분이었나봐요. 그 후로 알게 모르게 ㄴ씨 많이 챙기세요.”

의도한 바는 아니었지만, 최고의 아첨을 한 셈이었다. 더구나 취중에 한 말이라 진심에서 나온 말일 거라는 느낌마저 더해져 금상첨화였다. 아첨왕들, 고정관념처럼 다른 사람의 뒤통수를 치거나 하지 않는다. 오히려 톱니 사이에 칠한 기름과 같다. ‘귀여운 악당’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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