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기장군 기장읍 연화리에선 인심 좋은 ‘부산 아지매’들의 걸걸한 목소리가 천막을 채운다. 해녀들이다. 30여년 전부터 잡은 생선을 광주리에 펼쳐놓고 팔아왔다. 아들딸을 시집·장가 모두 보냈건만 바다로 향하는 발걸음은 예전과 다름없다. 부산의 낮을 책임지는 골목이다.
사진가 김기찬은 평생 골목만 찍었다. <골목 안 풍경> <그 골목이 품고 있는 것들> <개가 있는 따뜻한 골목> 등 사진집에는 누추하지만 따스한 1970년대 풍경들이 흑백의 선율로 노래한다. 촌스러운 단발머리의 소녀가 찡긋 웃고, 벌거벗은 아이들이 작은 양철통 안에 몸을 구겨 넣고 물장구를 친다. 골목길은 낡았지만 웃음은 찬란하다. 포대기에 둘둘 싸인 아이는 엄마 등에서 곤히 잠들어 있고, 희끗한 노인들은 한 손에 담배를 든 채로 멱살잡이를 한다. 이제는 볼 수 없는 풍경이다. 애틋하다. 골목은 사랑이 움직이는 것처럼 변한다.
부산 맛골목도 예외는 아니다. 해마다 100만명이 넘는 피서객이 찾는 부산, 여름휴가지로 첫손가락에 꼽히는 부산에선 번잡한 명소를 조금만 벗어나도 김기찬의 골목들을 만난다. 부산 토박이들을 다그쳐 찾아낸 곳만도 스무 곳이 넘는다. 이 골목들을 지켜낸 것은 맛이다. 한국전쟁 이후 배고프고 가난하던 시절을 버텨낸 통닭, 부두노동자의 시린 새벽을 채운 돼지갈비, 바다로 나간 해녀들이 찾아낸 탱탱한 생선 등. 맛은 도미노처럼 사람들의 혀를 툭 건드리자 전국으로 퍼지기도 했고, 새 친구를 맞기 위해 근사한 옷을 찾아 걸치기도 했다. 부산은 한마디로 쫀득하고 차지고 바삭거리는 골목여행을 할 수 있는 곳이다. 부산 맛골목 편을 알뜰하게 활용하면 낮밤으로 쉴 틈이 없으리라. 부산에 내려온 스타 셰프도 만나고 영화인들의 단골집도 가봐야 할 테니. 뜨거운 태양이 잔인하게 구는 낮도 무섭지 않다. 더운 공기로 마른 북어처럼 피부가 버석해져도 푸른색으로 빛나는 해풍과 개불이 치유한다. 대지가 마법사의 검은 공단을 깐 것처럼 어둑해지면 여행은 더 흥미진진해진다. 길게 늘어선 붕장어골목에서의 한잔은 평생의 우정을 만든다.
부산=글·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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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일과를 한잔의 소주와 지글거리는 장어구이로 마치려는 이들이 달려가는 자갈치시장의 장어골목. 이제는 부산시민뿐 아니라 전국에서 몰려드는 여행객들로 늘 분주하다. 부산의 밤 풍경이다.
부산 맛골목도 예외는 아니다. 해마다 100만명이 넘는 피서객이 찾는 부산, 여름휴가지로 첫손가락에 꼽히는 부산에선 번잡한 명소를 조금만 벗어나도 김기찬의 골목들을 만난다. 부산 토박이들을 다그쳐 찾아낸 곳만도 스무 곳이 넘는다. 이 골목들을 지켜낸 것은 맛이다. 한국전쟁 이후 배고프고 가난하던 시절을 버텨낸 통닭, 부두노동자의 시린 새벽을 채운 돼지갈비, 바다로 나간 해녀들이 찾아낸 탱탱한 생선 등. 맛은 도미노처럼 사람들의 혀를 툭 건드리자 전국으로 퍼지기도 했고, 새 친구를 맞기 위해 근사한 옷을 찾아 걸치기도 했다. 부산은 한마디로 쫀득하고 차지고 바삭거리는 골목여행을 할 수 있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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