홋카이도 아칸국립공원 동부의 굿샤로 호수. 일본 최대의 평지 화구호다. 굿샤로 프린스호텔 뒤쪽 풍경이다.
홋카이도 아칸국립공원
산정호수 거쳐 연못으로 골짜기로…아이누족 옛 이야기 곳곳에
산정호수 거쳐 연못으로 골짜기로…아이누족 옛 이야기 곳곳에
홋카이도 동부 데시카가초의 가와유온천역. 24년 전 이미 역무원도 매표소도 사라진 무인역이다. 고색창연한 통나무 역사 대기실 벽엔 1930년대 역사 개통 당시 사진들, 요코즈나에 오른 지역 출신 스모선수 사진이 걸려 있다. 잠시 앉아 있으면 졸음이 몰려올 듯한, 조용한 역 광장에 마을버스가 도착했다. 남녀 어르신들이 내린다. 일부는 역무실을 개조해 들어선 식당(오처드그라스)으로 가고, 몇은 역사 옆 통나무집 무료족탕으로 들어간다. 두세 시간에 한번씩 오가는 1량짜리 객차를 타려는 여행객들이다.
이 작은 무인역이 아칸국립공원 동부지역을 둘러보는 여행의 거점이 된다. 코발트색 물빛으로 이름난 마슈호와 일본 최대 화구호인 굿샤로호, 뜨거운 유황 수증기를 내뿜는 이오잔(유황산), 그리고 신비의 연못으로 불리는 ‘가미노코이케’ 등이 차로 10~30분 거리에 있다. 승용차·버스로 여행하는 이들도 찾아와 식사하고, 족탕에 발 담그다 가는 관광코스다. 가와유온천 마을엔 여관·호텔도 20여곳 모여 있다.
아이누족 전설 깃든 짙푸른 산정호수
홋카이도는 원주민인 아이누족의 본거지였다. 지금은 인구 2만여명에 불과하지만, 홋카이도 곳곳에 이들의 전설이 깃들어 있다. 가와유온천 마을에서 동쪽 산자락으로 20분쯤 차로 오르면 나타나는 마슈호에도 아이누족 이야기가 전해온다.
‘코탄 마을의 부족장이 전투에서 죽자 족장의 노모가 손자를 안고 도망치다 손자를 잃어버렸다. 노모는 먼저 굿샤로호 신에게 손자를 찾아달라고 청했으나 아무 대답이 없었다. 지친 노모는 마슈산의 신에게 찾아가 쉬게 해달라고 청해 마슈호에서 쉬며 손자를 기다리다 굳어져 ‘가무잇슈’(아이누 말로 ‘신과 같은 노파’)가 되었다’고 한다. 가무잇슈는 마슈호 한가운데 솟은 높이 25m, 둘레 162m의 작은 섬(나카시마·중도)을 말한다. 호수에 비가 오고 안개가 자주 끼는 건, 지금도 노모가 손자를 생각하며 눈물을 흘리기 때문이라고 한다.
제1전망대에서 바라본 마슈호 모습은 백두산 천지를 닮았다. 둘레 20㎞, 최대 수심 212m, 수면 해발고도가 350m인 화구호다. 짙푸른 물빛이 압권인데, 푸른빛을 말할 때 ‘마슈블루’란 말을 쓸 정도다. 바람 고요한 맑은 날이면 호수 건너편에 솟은 마슈산 줄기가 새파란 물에 고스란히 비쳐 감동을 준다고 한다. 물이 깨끗해 깊이 30여m까지 들여다보이는, 세계의 호수 중 최상급 투명도를 자랑하는 호수다. 지하에서 솟고 스며드는 것 말고는 물길이 따로 없는 갇힌 호수다.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호수 반대편 경치도 멋지다. 구시로 습원 쪽으로 펼쳐지는 광대한 초록평원이 가슴을 후련하게 해준다. 전망대 매점에선 ‘마슈블루 아이스크림’을 판다. 호수 외륜부에 솟은 마슈산으로 오르면, 마슈호의 물빛과 모양을 제대로 볼 수 있다고 한다. 제1전망대에서 왕복 5시간.
푸르고 깊고 서늘한 산속 연못
마슈호 물의 일부는 호수 바닥으로 스민 뒤 산자락 밑에서 솟아나 또다른 못을 만들기도 한다. 가와유온천 마을에서 마슈호 북동쪽으로 30분 정도 차로 달리면 신비스러운 못 ‘가미노코이케’(神の子池)를 볼 수 있다. 마슈호 물이 지하로 흐르다가 솟아 형성된 못이어서 ‘마슈호 신의 아들’로 불린다. 아이누족이 신성시해온, 서늘할 정도로 푸른빛을 머금은 숲속 못이다.
둘레 220m, 수심 5m가량의 푸른 못에는 쓰러진 고목들이 겹겹이 잠겨 있어 신비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느릿느릿 헤엄치는 손바닥만한 물고기들 모습도 또렷이 보인다. 물빛이 푸른 이유는 솟아나는 물과 표면 물의 온도 차이 때문이라고 한다.
가미노코이케에서 10여분 거리에 있는 작은 하천 니시베쓰강은 산란을 위해 고향으로 돌아가는 연어들을 만날 수 있는 곳. 아담한 폭포 ‘사쿠라노타키’의 쏟아지는 물줄기를 넘어서기 위해 필사적으로 도약하는 연어들 모습을 관찰할 수 있다. 폭포 입구에 ‘곰 출현 주의!’ 팻말이 서 있다. 연어 떼 도약 감상 때 주변도 살피시길.
일본 최대의 평지 화구호
평지에 형성된 굿샤로호는 홋카이도에서 둘째로 큰 호수이자 일본에서 가장 큰 화구호다. 가와유온천 마을에서 서쪽으로 직선 10㎞ 거리다. 호수 가운데 역시 나카시마(중도)가 하나 솟았는데, 둘레가 12㎞에 이르는 큰 섬이다.
이 호수 주변에서 가장 인기를 끄는 장소가 스나유(砂湯)다. 말 그대로 모래밭에서 솟는 온천이다. 검은빛을 띤 모래를 잠깐 파면 섭씨 50도를 넘는 온천수가 스며나온다. 모래를 파고 물이 고이게 한 뒤 몸을 담그고 모래를 덮고 찜질하는 이들이 많다. 발만 담글 수 있는 무료족탕과 온천물을 마실 수 있는 시설도 돼 있다. 주변의 호수 물도 따뜻하다. 한겨울 굿샤로 호수는 완전히 얼어붙지만 스나유 일대는 얼지 않는다. 겨울엔 따뜻한 곳을 찾아 몰려온 고니(백조) 떼가 장관을 이룬다고 한다.
가와유 미소노 호텔 등 가와유온천 마을 호텔에서는 자전거를 빌려준다. 한적한 도로를 따라 페달을 밟아 스나유로 가서 모래찜질이나 족탕을 즐기고 오는 재미가 쏠쏠하다. 길 좌우로 우거진 울창한 숲이, 차고 맑은 초록바람을 끼얹어 땀을 식혀준다. 가와유온천 마을에서 스나유까지 자전거로 30분. 차를 타고 호수 서쪽 비호로 고개 전망대로 오르면 호수와 나카시마 등 굿샤로 주변 경관을 한눈에 둘러볼 수 있다.
유황 수증기 자욱한 바위골짜기
가와유온천 마을 옆에 솟은, 유황 냄새 진동하는 이오잔도 여행객들의 발길을 잡아끈다. 유황 섞인 온천수가 황록색을 띤 바위 구멍들에서 부글부글 끓어 솟으며 수증기를 내뿜는 산이다. 강력한 유황 성분 때문에 풀 한포기 볼 수 없는 바위골짜기다. 여행객들은 솟구치는 수증기에 손을 대 본 뒤에야 섭씨 100도가 넘는 온천수의 열기를 실감한다. 가와유온천 마을 여관들에선 끓는 유황온천수를 식혀서 사용한다. 발을 담그고 피로를 풀 수 있는 무료족탕은 마을 한가운데에도 마련돼 있다.
데시카가초(홋카이도)=글·사진 이병학 기자 leebh99@hani.co.kr
굿샤로 호수 동쪽 호변의 ‘모래온천’ 마을 스나유에서 모래온천욕을 즐기는 여행객들.
마슈호의 물이 지하로 흐르다 솟아나 형성된 ‘가미노코이케’(신의 아들 못). 푸른빛 물속에 고목들이 겹겹이 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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