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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에나 있는 나쁜 사마리아인

등록 2011-08-04 11:09

男과장 S의 오피스 메아리
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종종 ‘착한 사마리아인’을 만나기도 한다. 한 유대인 나그네가 강도를 만나 쓰러져 있는데 제사장과 레위인은 못 본 척 지나갔다. 그러나 유대인과 사이좋지 않은 사마리아인은 그를 구해준다. 성경 속 이야기다. 착한 사마리안을 자처하면서 제 이익과 욕심만 챙기는 악질 사마리아인도 적지 않다. 이들은 표면적으로 대의명분과 사회정의를 내세우며 교묘하게 다른 이들의 뒤통수에 강스파이크를 꽂는다.

첫째 유형은 ‘로맨티스트’. 이름처럼 낭만적 상사를 의미하진 않는다.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 생활화된 이들을 일컫는 말이다. 친구가 일하는 직장의 팀장은 귀찮은 일엔 절대 나서지 않는데, 유독 고가의 부서물품을 구입할 때는 항상 동행한다. 캠코더나 대형 텔레비전을 살 때가 대표적이다. 굳이 백화점으로 간다. 신뢰할 수 있다는 게 이유지만, 사실 그의 목적은 사은품으로 주는 소소한 가전제품과 상품권이다. 영수증에 내역이 남지 않으므로 짭짤한 부수입이 된다. 그러던 그가 부서 직원들이 회사 봉사활동에 참여하고 답례품으로 문화상품권을 받아오자, 회사 업무의 연장선상이니 전원 반납하라는 지시를 내린다.

둘째 유형은 ‘아기코끼리 점보’다. 주로 고위층에 많이 분포한 이들 점보의 특징은 코끼리처럼 얇은 귀가 팔랑거린다는 거다. 소비재회사의 한 경영자 주변에는 간신배가 넘쳐난다. 기분 좋고 달콤한 아첨의 홍수 중에서도, 유독 그의 팔랑귀를 자극하는 말은 모델에 대한 제안이다. “사장님, 요즘 터프한 이미지로 뜨는 배우가 있는데, 사장님 회사의 남성용 건강식품 모델로 쓰면 대박 치는 건 시간문제입니다.” 사장은 회사에 가서 그 모델이 지금까지 나온 모든 작품의 주요 장면을 모아 오라고 지시했다. 10여년 전이라 요즘처럼 인터넷 영상을 쉽게 구할 수 있는 때가 아니었다. 영상편집장비와 지식도 없는 그 회사의 직원은 비디오 두 대를 연결하고, 비디오 대여점에서 그 배우가 나온 영화들을 빌려서 일일이 불법 복제 편집본을 만들었다.

셋째는 ‘엠비어천가’다. 후배가 일하는 직장의 임원은 집권 정부에 대한 옹호가 대단하다. 한국이 선진국이 되지 못한 이유는 모두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과오 때문이라 생각한다. 그러던 중 올해 3월 일본 지진사태가 발생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회식이 있었다. 한 팀장이 말을 꺼냈다. “일본은 우리나라에 구제역이 발생하면 가장 먼저 돼지고기 수입을 금지하는 나라인데, 왜 우리는 비싼 검역 비용과 인력을 투입하면서까지 일본 식품을 옹호하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러자 임원, 발끈한다. “니가 뭘 안다고 국가가 하는 일에 딴죽을 걸어? 괜히 분위기 휩쓸려서 방사능이니 체르노빌이니 난리야. 그러고 보니 자네 노사모였지!” 그 순간 빙하기가 도래했다. 식당을 나서는데 비가 온다. 방사능비 걱정으로 주저하는데 그 임원 말한다. “야, 막내, 얼른 가서 우산 사 와. 이 비 맞으면 큰일난다.”

이런 악질 사마리아인이 없는 회사에 다니는 것? 모든 직장인의 꿈이다. 이뤄질 수 없는 꿈….

□□기업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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