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스토리-밥알! 톡톡!
단언하건대 세상의 모든 연애결혼은 ‘콩깍지’이다. 결혼을 하고 그 콩깍지가 벗겨지기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연애시절 우리는 별다른 다툼 없이 서로의 많은 부분을 공유하면서 지냈다.
결혼하고 보니 비슷한 점은 거의 없었다. 오랜 연애기간 동안 남편이 나에게 맞추어온 것뿐이었다. 결혼 뒤 남편은 내가 알지 못하는 자신의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갔다. 음식도 그중 한가지이다. 나는 여름에도 더운밥 먹기를 즐기는데 남편은 한겨울에도 적당히 식은 밥이어야 한다. 아침에 새로 밥을 지으면 남편의 밥을 떠서 주방의 창틀 위에 올려놓고 적당히 식힌다. 그럴 만한 시간적인 여유가 없으면 냉동실에 넣고 오십까지 세곤 한다.
또 음식은 무조건 그릇에 산처럼 수북이 무식하게 담아야 된다. 나는 그런 상차림을 보면 먹기도 전에 전의를 상실하고 만다. 어쩌다 집에 손님이 와서 큰 접시에 보기 좋게 적당히 담아 내면 손님이 알아채지 못하는 선에서 나를 째려보곤 한다. 나도 질세라 소신껏 밀고 나가는 날엔, 손님이 가고 나면 한바탕 언쟁이 벌어진다. “왜 그렇게 음식을 인심 사납게 담았냐? 억지로 대접하는 것 같지 않냐?” 그러면 나도 가만히 있을 수가 없어 언성을 높인다. “조상 중에 못 먹어서 돌아가신 분 있냐? 음식을 내면서 얼마든지 더 드시라고 하지 않았냐?”
나는 음식은 적당히 먹고 차 마시며 대화하기를 즐기는 데 반해 남편은 손님이 일어설 때까지 끊임없이 먹을 것을 대령해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이다. 나는 또 소리를 지른다. “지금이 어느 때냐? 6·25 직후냐? 그 사람들이 먹을 것이 궁해서 우리 집에 먹으려고 왔냐?”
남편은 잡곡을 많이 섞어 쌀이 거의 보이지도 않는 밥을 좋아하고 나는 흰쌀밥을 좋아한다. 처음에는 아무리 씹어도 목구멍으로 넘어가지 않는 잡곡밥을 먹기가 고통스러웠다. 그렇지만 잡곡밥이 건강에도 좋고, 둘이 살면서 두 가지 밥을 해먹을 수가 없어서 요즈음은 내가 남편에게 맞춘다. 보리쌀, 현미, 율무, 찹쌀, 검정콩을 섞어서 밥을 하는데 이 잡곡은 미리 물에 불려놓아야 한다. 어쩌다 깜빡 잊고 미리 불려놓지 못하면 낭패다.
남편은 ‘어쩌다 한 번’도 그냥 넘어가지 못한다. 그래봐야 한 달에 한두 번 정도인데도 말이다. 꼭 식탁에서 “밥이 왜 이래?”라든지 “밥이 왜 흰색이야?”라고 한 번도 지적하지 않는 때가 없다. 정말 엄청 화난다. 처음에는 “응, 미리 불려놓는 걸 잊었네” 친절하게 설명을 해주었다. 나는 같은 사안을 되풀이해서 말하는 것을 싫어하고, 남편은 같은 사안을 되풀이해서 말하는 것을 좋아한다.
꾀를 냈다. 잡곡을 미리 불려놓는 것을 잊었을 때는 검정쌀을 한 찻숟가락 정도 섞어서 밥을 한다. 그러면 적당한 검정색이 된다. 잡곡이 하나도 들어가지 않았지만 거무스름한 밥을 보고 남편은 너무 행복해한다. 아, 난 왜 이리 머리가 좋은 거야!
김재숙/경북 포항시 북구 송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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