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자동차를 타고 국회의사당에 도착한 인천 산곡여중 학생들.
[매거진 esc] 커버스토리
esc가 제안하는 국회 올레길 투어
esc가 제안하는 국회 올레길 투어
‘고요한 도심 속 비무장지대(DMZ)’ 또는 ‘국립 격투기 리그의 격전장’으로 알려져 있는 국회. 오랜 시간 ‘국민 밉상’의 지위를 지켜온 국회이지만, 국회 속 공간에 눈을 돌려 보면 서울 안에 이만한 규모의 탁 트인 공간을 만난다는 게 쉽지 않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열린 국회’를 지향한다지만, 아직까지는 뭔가 어색한 국회. 그 문을 활짝 열어젖히려면 내 집 드나들듯 들락날락하는 시민의식도 필요하다. esc가 지난 26일 하루 동안 여의도 국회를 찾아 곳곳을 둘러보며, 국회 올레길 투어 프로그램을 연구했다. 놀이동산 같은 짜릿함은 없지만 도심 속 휴식이 필요하다면, 국회 올레길을 ‘강추’!
국회를 ‘제대로’ 구경하려면 부지런을 좀 떨어야 한다. 일주일 전 국회 방문자센터에 투어 프로그램을 신청했다. 최소한 3일 전에는 미리 신청해야 한다. 오전 9시30분. 지하철 9호선 국회의사당역에서 내려 정문 지나 맨 오른편에 방문자센터가 있는 헌정기념관으로 향했다. 입구는 견학 온 사람들로 북적였다. 이날 우리와 함께 움직인 이들은 인천 산곡여중 3학년 학생들. 진로 학습 체험을 하려고 아침 7시에 출발해 도착했단다. 따분한 ‘관급’ 투어를 생각하고 큰 기대를 안 했지만, 뜻밖에 볼거리가 많았다. 시민들이 만든 국회 관련 ‘사용자 제작 콘텐츠’(UCC)를 볼 수 있고, 역대 국회의장들이 외국 유명인사들에게 받은 선물들도 전시돼 있다. 대통령 집무실, 국회의사당 배경 등 어린이들이 좋아할 만한 포토존도 다양했다. 참관 해설원 16명이 20~30명씩 무리를 만들어 세세한 설명을 곁들여준다.(사진) 3일 전 국회 방문자센터에 투어 프로그램 신청해야 국회 투어의 명물은 단연 ‘전기자동차’. 국회 방문자센터~국회의사당을 15분마다 오가는 파란 전기자동차는 놀이동산에서 볼 수 있는 모양으로 주로 노약자나 임산부, 어린이의 이동을 돕기 위해 마련돼 있다. 모두 4대로 13명이 탈 수 있는 전기자동차는 애·어른 가릴 것 없이 너도나도 한번 타보자는 성화로 인기를 모으고 있다. 두 조카와 아들을 데리고 투어에 참여한 김현화(36·경남 산청)씨는 “여름방학 동안 초등학교 교과서에 나오는 유명한 곳을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에서 프로그램을 신청했다”며 “생각보다 잘 꾸며져 있어서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국회의사당으로 이어진 투어는 본회의장 4층 관람석에 앉아 해설을 듣는 것까지 약 2시간 정도 걸렸다. “국회 천장등은 ‘광천등’이라고 부릅니다. 빛이 샘물처럼 쏟아지는 등이라는 말인데, 일년 내내 국민들의 뜻을 잘 받들라는 의미가 담겨 있어요. 국회의원 배지는 도금한 것이고 가격은 2만2000원이지요. 물론 일반인한테는 안 팔아요. 일련번호가 매겨져 있거든요.” 국회와 관련한 세세한 설명도 재미가 쏠쏠하다.
투어를 마치고 맞는 점심은 국회 안에서 가볍게 해결할 수 있다. 국회 후생관 안에는 간단한 먹을거리를 파는 빵집·커피전문점이 있고, 국회도서관 지하 도서관식당과 국회 방문자센터 식당에서 모두 3500원짜리 식사를 즐길 수 있다. 이 가운데에서 최고는 국회 잔디밭 앞 피크닉! 말리는 사람 없고, 눈치 볼 필요도 없다. 나른한 오후 햇살을 따라 본격적으로 국회 곳곳을 거닐어 봤다. 투어를 시작한 헌정기념관에서 국회의사당으로 가다 보면 작은 동산을 만나게 된다. 여의도 양말산을 깎아 만든 이곳 국회에 유일하게 남아 있는 양말산의 흔적이기도 하다. 여야 의원들이 사이좋게 지내자며 꽃을 심었다는 ‘화합의 꽃밭’을 지나면 아늑한 뜰이 나온다. 예전에는 조각 공원이었지만 지난해 주요20개국(G20) 국회의장회의를 준비하면서 손님 접대용으로 동산에 ‘사랑재’라는 한옥 건물이 들어섰다. 광화문 복원에 참여한 신응수 대목장의 작품이다. 사랑재 옆 계단을 오르면 벤치와 탁자가 있는 아담한 테라스도 나온다. 한강을 내려다보며 연인들이 함께 시간 보내기 좋을 듯하다.
오후 산책 즐기며 차 한잔의 여유도 의원동산이 지루해졌다면 국회의사당 앞을 가로질러 국회 어린이집 옆 국회 식물원을 들러보는 것도 나름 볼거리다. 원래 국회 안의 병든 화분들을 치료해주던 곳으로 지금은 규모가 더 커져 다양한 종류의 분재·화분이 모여 있다. 온실을 지난 후생관 앞 벤치 근처에는 국회 안에 유일한 노점인 전통차 판매대도 있다. 시원한 차 한잔으로 땀을 식히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 오후의 따가운 햇볕을 피하려면 국회의정관 6층의 전망 좋은 커피전문점을 찾아가도 된다. 국회방송이 자리잡고 있는 이곳 한쪽에는 서강대교와 밤섬을 내려다볼 수 있는 커피전문점 ‘가배두림’(사진)이 있다. 사방이 통유리로 된 이곳에서 멋진 경관을 배경으로 하우스 로스팅 커피를 한잔 마시면서 오후를 시작할 수 있다. 다만 아쉽게도 오전 8시부터 오후 6시(일요일 휴점)까지만 문을 열어 야경을 보기는 힘들다.
국회 속 문화행사를 찾아다니는 것도 쏠쏠한 재미가 있다. 의원회관 대강당에서는 국회 사무처가 매달 3번째 목요일 저녁마다 ‘국회문화극장’을 연다. 최근 화제의 상영작 영화를 무료로 틀어준다. 의원회관 대강당에서 여는 전시행사나 헌정기념관의 특별전시관에서도 무료 전시회 등이 늘 열린다. 평일 밤 10시까지 여는 국회도서관을 찾았다면, 도서관 앞에 국회 개원 50돌을 기념해 만든 시계탑 ‘무한시공’과 연못에서 휴식을 취해보는 것도 좋다. 국회는 누구 땅인데… 담장 허물면 안 될까
국회 방문에도 성수기가 있다. 봄·가을, 특히 벚꽃축제가 한창인 4월에는 윤중로를 가득 메운 인파가 국회 안까지 흘러들기도 한다. 그러나 전면 개방이 돼 있다는 사실이 잘 알려져 있지 않아 지나치는 이들도 많다. 이 때문에 한때 국회를 근본적인 ‘열린 공간’으로 만들자는 운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2005년 문화연대·미술인회의·새건축사협회·환경운동연합·참여연대 등 시민·전문가단체가 17대 국회에 제안한 ‘담장 없는 국회 캠페인’이 바로 그것이다. 국회의 풍부한 녹지공간을 시민들에게 개방하고 일상적인 공간으로 만들자는 취지였다. 제안은 매우 구체적이었다. 국회 안에서 문화예술 프로그램 운영 → 국회·여의도공원·한강시민공원을 연계한 생태공원 조성 → 국회 담장을 없애 상시적인 문화공간으로 확장하자는 것.
이 캠페인에 참여했던 이동연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한국예술학, 전 문화연대 문화사회연구소장)는 “우리나라 공공기관들이 너무 권위적이고 폐쇄적이어서 그 당시 사회적으로 일고 있던 주택 담장 없애기 운동에 공공기관도 참여하자는 차원에서 시작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시 여당이던 열린우리당이나 한나라당 문화관광위원회 의원들이 지지했지만, 국회 주변에서 계속되는 시위 때문에 국회 담장을 없애면 시위대가 국회 안으로 들어온다고 반대한 의원들과 국회 사무처 직원이 많아 실현되지는 못했다. 그렇다면 내년 꾸려질 19대 국회에서는 다시 열린 공간을 꿈꾸는 게 가능할까. 글 김성환 기자 hwany@hani.co.kr·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국회
국회를 ‘제대로’ 구경하려면 부지런을 좀 떨어야 한다. 일주일 전 국회 방문자센터에 투어 프로그램을 신청했다. 최소한 3일 전에는 미리 신청해야 한다. 오전 9시30분. 지하철 9호선 국회의사당역에서 내려 정문 지나 맨 오른편에 방문자센터가 있는 헌정기념관으로 향했다. 입구는 견학 온 사람들로 북적였다. 이날 우리와 함께 움직인 이들은 인천 산곡여중 3학년 학생들. 진로 학습 체험을 하려고 아침 7시에 출발해 도착했단다. 따분한 ‘관급’ 투어를 생각하고 큰 기대를 안 했지만, 뜻밖에 볼거리가 많았다. 시민들이 만든 국회 관련 ‘사용자 제작 콘텐츠’(UCC)를 볼 수 있고, 역대 국회의장들이 외국 유명인사들에게 받은 선물들도 전시돼 있다. 대통령 집무실, 국회의사당 배경 등 어린이들이 좋아할 만한 포토존도 다양했다. 참관 해설원 16명이 20~30명씩 무리를 만들어 세세한 설명을 곁들여준다.(사진) 3일 전 국회 방문자센터에 투어 프로그램 신청해야 국회 투어의 명물은 단연 ‘전기자동차’. 국회 방문자센터~국회의사당을 15분마다 오가는 파란 전기자동차는 놀이동산에서 볼 수 있는 모양으로 주로 노약자나 임산부, 어린이의 이동을 돕기 위해 마련돼 있다. 모두 4대로 13명이 탈 수 있는 전기자동차는 애·어른 가릴 것 없이 너도나도 한번 타보자는 성화로 인기를 모으고 있다. 두 조카와 아들을 데리고 투어에 참여한 김현화(36·경남 산청)씨는 “여름방학 동안 초등학교 교과서에 나오는 유명한 곳을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에서 프로그램을 신청했다”며 “생각보다 잘 꾸며져 있어서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국회의사당으로 이어진 투어는 본회의장 4층 관람석에 앉아 해설을 듣는 것까지 약 2시간 정도 걸렸다. “국회 천장등은 ‘광천등’이라고 부릅니다. 빛이 샘물처럼 쏟아지는 등이라는 말인데, 일년 내내 국민들의 뜻을 잘 받들라는 의미가 담겨 있어요. 국회의원 배지는 도금한 것이고 가격은 2만2000원이지요. 물론 일반인한테는 안 팔아요. 일련번호가 매겨져 있거든요.” 국회와 관련한 세세한 설명도 재미가 쏠쏠하다.
투어를 마치고 맞는 점심은 국회 안에서 가볍게 해결할 수 있다. 국회 후생관 안에는 간단한 먹을거리를 파는 빵집·커피전문점이 있고, 국회도서관 지하 도서관식당과 국회 방문자센터 식당에서 모두 3500원짜리 식사를 즐길 수 있다. 이 가운데에서 최고는 국회 잔디밭 앞 피크닉! 말리는 사람 없고, 눈치 볼 필요도 없다. 나른한 오후 햇살을 따라 본격적으로 국회 곳곳을 거닐어 봤다. 투어를 시작한 헌정기념관에서 국회의사당으로 가다 보면 작은 동산을 만나게 된다. 여의도 양말산을 깎아 만든 이곳 국회에 유일하게 남아 있는 양말산의 흔적이기도 하다. 여야 의원들이 사이좋게 지내자며 꽃을 심었다는 ‘화합의 꽃밭’을 지나면 아늑한 뜰이 나온다. 예전에는 조각 공원이었지만 지난해 주요20개국(G20) 국회의장회의를 준비하면서 손님 접대용으로 동산에 ‘사랑재’라는 한옥 건물이 들어섰다. 광화문 복원에 참여한 신응수 대목장의 작품이다. 사랑재 옆 계단을 오르면 벤치와 탁자가 있는 아담한 테라스도 나온다. 한강을 내려다보며 연인들이 함께 시간 보내기 좋을 듯하다.
의원동산 사랑재 옆 야외 테라스
오후 산책 즐기며 차 한잔의 여유도 의원동산이 지루해졌다면 국회의사당 앞을 가로질러 국회 어린이집 옆 국회 식물원을 들러보는 것도 나름 볼거리다. 원래 국회 안의 병든 화분들을 치료해주던 곳으로 지금은 규모가 더 커져 다양한 종류의 분재·화분이 모여 있다. 온실을 지난 후생관 앞 벤치 근처에는 국회 안에 유일한 노점인 전통차 판매대도 있다. 시원한 차 한잔으로 땀을 식히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 오후의 따가운 햇볕을 피하려면 국회의정관 6층의 전망 좋은 커피전문점을 찾아가도 된다. 국회방송이 자리잡고 있는 이곳 한쪽에는 서강대교와 밤섬을 내려다볼 수 있는 커피전문점 ‘가배두림’(사진)이 있다. 사방이 통유리로 된 이곳에서 멋진 경관을 배경으로 하우스 로스팅 커피를 한잔 마시면서 오후를 시작할 수 있다. 다만 아쉽게도 오전 8시부터 오후 6시(일요일 휴점)까지만 문을 열어 야경을 보기는 힘들다.
국회 본회의장에서 참관해설원의 설명을 듣고 있는 방문객들
국회 속 문화행사를 찾아다니는 것도 쏠쏠한 재미가 있다. 의원회관 대강당에서는 국회 사무처가 매달 3번째 목요일 저녁마다 ‘국회문화극장’을 연다. 최근 화제의 상영작 영화를 무료로 틀어준다. 의원회관 대강당에서 여는 전시행사나 헌정기념관의 특별전시관에서도 무료 전시회 등이 늘 열린다. 평일 밤 10시까지 여는 국회도서관을 찾았다면, 도서관 앞에 국회 개원 50돌을 기념해 만든 시계탑 ‘무한시공’과 연못에서 휴식을 취해보는 것도 좋다. 국회는 누구 땅인데… 담장 허물면 안 될까
국회 식물원 입구 모습
국회 방문에도 성수기가 있다. 봄·가을, 특히 벚꽃축제가 한창인 4월에는 윤중로를 가득 메운 인파가 국회 안까지 흘러들기도 한다. 그러나 전면 개방이 돼 있다는 사실이 잘 알려져 있지 않아 지나치는 이들도 많다. 이 때문에 한때 국회를 근본적인 ‘열린 공간’으로 만들자는 운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2005년 문화연대·미술인회의·새건축사협회·환경운동연합·참여연대 등 시민·전문가단체가 17대 국회에 제안한 ‘담장 없는 국회 캠페인’이 바로 그것이다. 국회의 풍부한 녹지공간을 시민들에게 개방하고 일상적인 공간으로 만들자는 취지였다. 제안은 매우 구체적이었다. 국회 안에서 문화예술 프로그램 운영 → 국회·여의도공원·한강시민공원을 연계한 생태공원 조성 → 국회 담장을 없애 상시적인 문화공간으로 확장하자는 것.
이 캠페인에 참여했던 이동연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한국예술학, 전 문화연대 문화사회연구소장)는 “우리나라 공공기관들이 너무 권위적이고 폐쇄적이어서 그 당시 사회적으로 일고 있던 주택 담장 없애기 운동에 공공기관도 참여하자는 차원에서 시작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시 여당이던 열린우리당이나 한나라당 문화관광위원회 의원들이 지지했지만, 국회 주변에서 계속되는 시위 때문에 국회 담장을 없애면 시위대가 국회 안으로 들어온다고 반대한 의원들과 국회 사무처 직원이 많아 실현되지는 못했다. 그렇다면 내년 꾸려질 19대 국회에서는 다시 열린 공간을 꿈꾸는 게 가능할까. 글 김성환 기자 hwany@hani.co.kr·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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