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귀유뒤미디 북벽을 등반하는 클라이머. 멀리 보이는 뾰족한 봉우리가 에귀유뒤미디 정상.
매년 수백만 등반객 모여드는 산악문화의 성지, 샤모니 몽블랑
한 번쯤은 가는 곳을 정하지 않고 여행을 떠나고 싶을 때가 있다. 이제 그러한 낭만을 꿈꿀 나이는 지난 것 같은데…, 달콤한 카푸치노와 크루아상의 향기 때문일까 아침 내내 가슴속 깊은 그리움을 자극하는 본능의 소리에 가슴이 쿵쾅거린다. 샤모니 몽블랑(Chamonix Mt. Blanc)!
작은 노트, 그리고 연필 한 다스…. 어느 유행가 가사처럼 간단히 준비한 뒤 나는 또 예정에도 없던 샤모니로 차를 몰았다. 이탈리아 볼차노에서 베로나로, 베로나에서 밀라노로, 밀라노에서 샤모니로 향하는 600㎞의 긴 여정을 한나절에 끝낼 심산이다. 자동차 계기판의 속도계는 연신 시속 140㎞, 150㎞를 가리킨다. 주변의 낯익은 알프스의 풍경들이 펼쳐지기까지 고속도로를 논스톱…. 이탈리아의 마지막 도시 아오스타의 휴게소에서 연료를 보충하고 곧장 샤모니로 향했다.
몽블랑 터널을 빠져나오자 샤모니의 오후 풍경이 낯익다. 푸른 하늘, 상쾌한 공기, 하얀 산의 눈부신 풍광 등등. 1년 만에 보는 하얀 산 몽블랑(4807m)의 자태는 언제나 그랬듯 신비롭다. 계획하지 않은 여행의 낯선 떨림을 음미하려는 듯 천천히 차를 몰며 시내로 향했다.
몽블랑 파노라마 황혼에 물들 때, 행복한 미소 함께 번져
샤모니는 해마다 수백만명이 찾는 관광의 명소이자 산악문화의 성지다. 시내 한복판에는 몽블랑 정상을 바라보는 미셸 가브리엘 파카르, 자크 발마의 동상이 있고, 프랑스 산악운동의 모체 프랑스국립등산스키학교 엔사(ENSA)가 둥지를 틀고 있다. 해마다 8월이면 알프스 최고의 가이드들이 축제 한마당을 펼치고, 스포츠클라이밍 월드컵대회가 열린다.
시내를 가로지르는 아르브 강 사이로 호텔과 식당, 카지노, 슈퍼마켓, 등산용품·기념품 상점들이 즐비하다. 관광 성수기에 샤모니 인구는 최대 10만명까지 늘어난다고 한다. 7~8월 샤모니 시내는 북적이는 인파로 대도시 중심가를 방불케 한다. 저녁이 되면 사람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온다. 황혼에 물들어가는 몽블랑의 파노라마를 가슴에 담는 이들의 얼굴에는 행복한 미소가 번진다. 샤모니는 이렇게 사람들을 빠지게 만드는 마력을 가지고 있다.
어떤 선배는 이곳에 매료되어 대학 시절 석 달간이나 머물면서 곳곳을 찾아 등반하며 보냈지만 오히려 샤모니에 대한 갈증을 풀기는커녕 매년 이곳을 찾아와야만 했다고 한다. 샤모니의 대표적인 등산장비점인 스넬 스포츠의 직원 일본인 야스오 간다는 대학 시절 알프스를 등반하러 왔다가 아예 샤모니에 정착해 30년째 이곳에서 살고 있다.
샤모니가 사람들로부터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18세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1786년 8월8일 의사 미셸 가브리엘 파카르와 수정 채집가 자크 발마가 몽블랑 정상에 오르면서부터다. 당시 대사건이었던 몽블랑 등정은 많은 변화를 몰고 왔다. 그 변화의 중심은 거대한 자연에 대한 인간의 태도 변화였다. 상업적 목적에 기인한 바가 크지만 만년설 꼭대기에 인간의 족적을 남긴 사건으로 사람과 산의 관계 설정에 변화가 생긴 것이다. 동경의 대상에서 탐구의 대상으로 말이다. 알피니즘이란 등반문화는 이렇게 한계에 도전하려는 이들의 발걸음이 샤모니로 향하면서 시작되었다.
샤모니는 1091년 에몽의 양피지에서 처음 역사에 등장한다. 샤모니 계곡의 첫 손님은 자신들을 신의 영역 속으로 이끌어가려던 수도자들이었다. 세속의 흔적을 지우고 대자연 속에서 도를 얻으려는 발걸음이 깊디깊은 알프스의 골짜기에서 멈춘 까닭이 있었다. 아름다운 하지만 때론 두려움의 대상으로 다가오는 대자연의 힘은 가르침을 갈망하는 이들의 궁극적 물음에 대한 답이었다.
샤모니 계곡 첫 손님은 세속 벗고 도 얻으려던 수도자들
생미셸 드라 클뤼제 수도원이 샤모니에 건립되며 인간과 몽블랑의 공존 역사가 시작되었다. ‘저주받은 곳’이라 믿었던 산과 그 산이 만들어낸 삭막한 환경을 극복해 내려는 의지 사이의 갈등이 모체였다.
아름답지만 때로는 두려움의 대상으로 인간 앞에 나타나서는 거친 힘을 표출하는 하얀 산 몽블랑. 이곳에서 깨달음을 갈망하는 자들은 삶과 그 삶의 본질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서 자연과 교감했고, 그 자연과 공존의 방법들을 터득하려 고민했다. 그러했기에 샤모니는 인간이 세운 마을이 어떻게 대자연과 공존하는가를 보여주는 위대한 상징이 되었다. 오늘날 그냥 샤모니가 아니라 샤모니 몽블랑이란 이름으로 불리는 것처럼 말이다.
샤모니 몽블랑(프랑스)=글·사진 김종곤/K2 C&F센터장·아웃도어 포토그래퍼
샤모니 시내 풍경. 멀리 바라보이는 첨봉들은 에귀유뒤플랑.
샤모니 사람들의 휴식처 가양 호수의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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