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c] 커버스토리
북적이는 인파와 시끌벅적한 술집 거리 한복판을 비집고 들어선다. 드문드문 촛불 낮게 깔린 재즈바다. 불빛보다 낮고 묵직한 재즈 선율이 어둑한 바닥까지 내려앉았다. 선선한 가을바람은 어떤 고독을 쓰다듬기도 했고 또다른 행복을 북돋우기도 했다. 재즈바에 모여 앉은 이들은 저마다 다른 심정을 노래에 의지한 채 이즈음의 밤을 보내고 있었다.
“재즈 가사를 온전히 이해하는 사람이 얼마나 있겠어요? 그렇게 심각하게 가사 들어볼 일 없어요.” 어두운 불빛 아래 가사집을 뚫어져라 들여다보던 이에게, 재즈바 주인은 넌지시 말을 건넸다. “마음속 이미지를 떠올려보면 훨씬 편할 거예요. 어떤 장면이든…!” 먼 나라의 한가로운 바닷가를 떠올렸다. 대기업에 다니다 재즈가 좋아 편하게 음악을 즐길 공간을 마련했다는 주인장은 어둠 속에서 더듬더듬 발걸음을 옮겨다녔다. 재즈에 마음을 맡긴 사람들은 그에게 따뜻한 조언을 얻었다. 그렇게 엘라 피츠제럴드와 마일스 데이비스를 만난 게 10여년 전 일이다.
같은 노래라도 누가 부르냐에 따라 묘미는 천차만별이다. 한 곡이 수만가지의 버전으로 새롭게 태어나 다른 모습으로 다가오는 것이 매력적이라는 사실. 또 하나의 매력은 같은 노래라도 각자 처한 상황이나 처지에 따라 다르게 들려온다는 거다. 10년 전의 ‘마이 퍼니 밸런타인’과 오늘 듣고 있는 그 노래는 같은 노래가 아니다.
미묘한 매력에 한발 다가서자 저만치 뒷걸음질하는 음악이 재즈다. 때로 원망스럽다. 뭐 그리 까다로운 거냐고. 어쩌면 재즈가 더 억울할지도 모른다. ‘정색하고 책과 펜을 들고 달려드는 당신들이 더 까다로운 것 아니냐’고. 재즈가 마니아나 아티스트 그들만의 것일 리 없다. 지치고 괴로운 당신에게, 설렘에 달뜬 당신에게 이미 넓은 어깨를 내주고 있다.
가을 달밤 아래, 달콤 쌉싸름한 재즈 선율이 서늘한 공기 속에 너울진다. 올해로 8회째를 맞는 자라섬재즈페스티벌(10월1~3일)을 앞두고 설렘은 더해 간다. 지난여름 뮤직 페스티벌의 열기 속에서 환호했던 사람들이라면 재즈의 은근하지만 깊은, 그래서 더 오래 유지되는 열기를 가슴속에 담아갈 수 있을 것이다. 꼭 페스티벌이 아니어도 좋다. 단단한 실력을 갖춘 재즈 연주자들이 재즈클럽 무대에서 우리를 기다린다. 가을, 음악 축제는 끝나지 않았다. 재즈의 여름은 이제 시작이다.
이정연 기자 xingx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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