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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는 것도 안 되게 하는 슈퍼 찌질이

등록 2011-10-27 10:48

男과장 S의 오피스 메아리
주군이란 단어를 들으면 흔히 역사 속 군주, 지도자나 무협영화 절대고수가 떠오른다. 태생적으로 군주의 자리를 차지한 이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힘과 지혜, 인품과 지도력을 갖춰 많은 이들이 기꺼이 목숨을 바친다. 얼마 전 친구들과 술자리에서 장난 삼아 우리들의 주군에 대해 얘기해본 적이 있다. 지위가 높은 오너와 사장이라 말하는 이도 있었고, 인사평가를 하거나 일을 가르치는 임원과 팀장을 거론하기도 했다.

전 회사에서 8년 동안 주군으로 모셨던 임원이 있다. 처음엔 무뚝뚝하고 까칠한 분 같아 긴장했지만, 시간이 지나며 그게 애정표현이란 걸 깨달았다. 특히 사람을 잘 챙겼는데, 앞에서 듣기 좋은 얘기를 하기보다는 그 사람이 없는 자리에서 장점을 조목조목 칭찬했다. 그 칭찬들은 회사와 업계에서 성장하는 데 큰 밑거름이 돼주었다. 그분을 통해 배운, 사람 챙기는 법을 되새긴다. 아직도 난 많은 자리에서 그의 인품과 지도력을 자랑한다.

국내 굴지의 소재기업에 다니는 친구도 훌륭한 주군을 모시고 있다. 그 회사 사장은 엔지니어부터 다양한 영역을 거쳐 최고경영자(CEO)에 오른 분인데, 과장인 친구는 업무 특성상 사장에게 직접 보고할 때가 종종 있다. 얼마 전 짧은 보고를 마쳤는데, 시간이 좀 있다며 본인의 옛 이야기를 해줬다고 한다. 생산현장부터 파란만장하게 보낸 날들을 얘기해주며, 그런 날들이 있었기에 오늘의 자리에 왔으니 친구에게도 힘내란 얘기였다. “사장님이 책장에서 열 권 넘는 대학노트를 꺼내 보여주시더라. 인사, 노무, 마케팅, 재무까지 공부한 흔적이 빽빽하게 기록돼 있는데, 내 일 외엔 신경 안 썼던 스스로가 부끄러웠어. 사실 그때가 이직으로 고민할 때이기도 했고.” 팀장도 아닌 일개 관리자에게 보여준 사장의 강력한 성원은 관리자급 인력의 이탈을 막는 걸 넘어, 회사에 대한 자긍심을 높이는 계기가 되었다. 더불어 틈틈이 사원이나 대리, 과장들과 번개자리를 만들어 격 없는 대화를 나누는 사장의 얘기를 들으며 그 자리의 친구들은 모두 부러움을 느꼈다.

무늬는 황제인데 하는 짓은 ‘슈퍼 찌질이’인 경우도 적지 않다. 대표적으로 소비재기업에 근무하는 친구의 회사에서는 툭하면 오너가 사고를 친다. 본인이 사고 쳐 조사를 받기도 하고, 자식도 구설에 올라 회사 분위기가 뒤숭숭해지게 만들기도 한다. 어느 날 본인이 사기당한 일이 언론에 보도됐다. 친구는 한겨울에 난방도 안 들어오는 회사에서 뉴스를 체크하며 주말을 보냈고, 감기몸살이 걸린데다 제대한 지 13년도 넘게 지나 군대 다시 가는 꿈까지 꿨다. 월요일 아침 비서실장에게 보도된 뉴스들을 전달하러 갔는데, 마침 자리에 있던 회장이 인상을 쓰며 말했다. “저건 뭐야!” 당신이 친 사고에 개고생하는 직원을 ‘저거’라고 부른 일은 두고두고 회자되고 있다. “덩치만 코끼리만하지 내가 본 경영자 중 최악이었어!”

임원님, 사장님, 오너님에게 고한다. 당신들의 따스한 관심과 위로의 말 한마디에 직원들은 가신 노릇을 자처합니다. 생각 없는 한마디가 평생 낙인으로 되돌아올 수 있다는 것도 잊지 마세요.

□□기업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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