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사진 | “선생님, 조금만 움직이세요!” 사진 포즈를 요구하니 빠른 부산말이 돌아왔다. “와 그랍니까. 저 선생님 아닌데예.”(류정남) 이어 돋보기를 든 개그맨 양상국이 말끝을 올리며 어색한 서울 말투를 흉내냈다. “이거~ 너무~ 무~서운 거 아니예요?”
‘서울메이트’ 팀은 촬영 내내 웃음을 빵빵 터뜨렸다. 꽃미녀·꽃미남 뺨치는 박소라, 허경환의 표정 연기도 한 몫했다. 인기있는 개그는 이유가 있다.(사진 왼쪽부터 박소라, 류정남, 양상국, 허경환)
[매거진 esc] 커버스토리
요즘 대세 <개그콘서트> ‘서울메이트’를 통해 들여다본 사투리의 세계
요즘 대세 <개그콘서트> ‘서울메이트’를 통해 들여다본 사투리의 세계
20% 넘는 시청률로 새로운 전성기를 맞고 있는 <한국방송> (KBS)의 개그 프로그램 ‘개그콘서트’. 그 속에서 꾸준하게 반년 가까이 긴 사랑을 받아 오는 코너가 있다. 바로 상경한 세 경상도 남자가 사투리 때문에 겪는 이야기로 개그를 펼치는 ‘서울메이트’. 이들은 걸쭉한 경상도 사투리를 쓰는 친구를 타박하는 내용으로 “서울말은 끝말만 올리면 되는 거 모르~니?”, “아이고, 이기 마, 확 궁디를 주 차삘까?” 등 중독성 강한 유행어를 만들고 있다.
이들의 사투리 세계를 향한 궁금증으로 간질간질해진 〈esc〉가 지난 22일 세 경상도 남자 개그맨 허경환(31·경남 통영), 류정남(32·부산), 양상국(29·경남 김해)과 겉만 ‘서울 여자’ 역할이고 사실은 충청도 여자인 개그우먼 박소라(22·충남 천안)를 서울 공덕동 한겨레신문사로 초대했다. 만남부터 소동의 연속이었다.
허경환 증남이 형 머해? 아, 시간 없는데에~. 어여 들어와!
류정남 내 여 있다. (촬영 자세를 취하면서) 그랬니이~이!
양상국 아 놔. 끼아들지 쫌 마라. 얼굴 가린다!
esc 어이쿠. 개그 속 모습과 현실이 비슷한 것 같은데요?
허 이 코너는 원래 6년 전에 상국이랑 정남이 형이 짜 놓은 개그예요. 반응이 영 별로였는데 지방공연만 가면 반응이 오더라고요. 그래서 제 캐릭터 슬쩍 넣고, 개그콘서트 피디님께 얘기해서 제가 숟가락만 따~악 얹은 거죠.
양 우리 코너 보면 서울 사람, 지방 사람 웃는 포인트가 달라요. 서울 사람은 우리가 이상한 행동 할 때, 지방 사람은 사투리 할 때 웃어요. ‘서울 여자’ 소라는 남자만 있어서 너무 칙칙하다고 해서 정남이 형의 적극 추천으로 합류했죠.(의미심장한 웃음)
박소라 아아~.(말 못할 웃음) esc 사투리 아이디어 찾는 게 쉽지 않을 텐데? 허 처음에는 진짜 30분 만에 짰어요. 일상이 사투리고 우리 이야기니까. 밥 묵다 짜고, 그냥 얘기하다 짜고. 처음엔 (소재가) 너무 많으니까 행복했죠. 한 1년은 하겠지? 남들은 밤새워서 개그 짜는데 우리는 30분이면 되니까…. 그런데 다섯달 넘어가니 어려움에 봉착했어요. 류 우리 사투리 막 지어냈다 카는 분들도 있는데, 그런 거 아니에요. 예를 들면, “홀타 주세요~.(훑어서 모으다)” 이런 말 요즘 세대는 모르지만, 어르신들은 쓰던 말이죠. 우리가 다 찾아요. esc 소라씨는 코너에서 서울 여자 역할을 맡았는데, 원래는 충청도 출신이네요. 박소라 제 사투리는 거의 특징이 없어요. 그 대신 선배들 사투리를 심사해요. 제가 알아들으면 소재로 쓰기 괜찮은 거, 아예 못 알아들으면 안 되는 아이템. 이렇게 나누죠. 양상국 소라는 “홀타”는 아는데, “지도(나도)·은지(아니다)” 이런 거 몬 알아들어요. 박 그래서 선배들이 불러주는 사투리 적어두는 공책도 있어요. 그런데 듣기만 되고 말하기는 안 되더라고요. 예전에는 ‘서울 여자였는데 알고 보니 전라도 여자’로 연기하는 시도도 했었는데, 너무 어색해서 없던 일 됐어요. esc 앞으로 사투리 개그 어떻게 해 나갈 건가요? 양 오늘 오면서 정남이 형이랑 그 얘기 했어요. 우리 개그 인생의 최고 무기는 사투리다. 이게 안 될 뻔했을 때에는 많이 힘들었는데, 지금은 이렇게 사랑을 받으니…. 류 근데 상국아, 그래도 우리 개그맨인데 최고의 무기가 사투리라 카믄 좀 그르치 않나…. 양 에이, 그래도 이거 서울 사람은 몬하는 거잖아요. 허 대화가 깊이가 없어 깊이가~. 원래 사투리라는 게 딱히 깊이 있는 게 아니죠. 그냥 같이 즐기는 거죠. esc ‘서울메이트’가 사투리 폄하한다는 비판도 있어요. 류 그건 절대 아입니다. 우리는 사투리 연기하는데 사투리 쓰면 방송 나오지 마라 하는 것도 아니죠. 저희는 저희만의 언어로 얘기하는 거니까요. 그기 생각의 차이 아니겠습니까. 양 원래 ‘확 궁디를 주 차삘까’는 경상도에서 다 쓰는 말이에요. 애들끼리 장난스레 하는 말처럼요. 원래 유행어로 하려던 게 전혀 아니었어요. 그런데 의도하지 않은 유행어가 됐죠. 류 경환이 유행어 “있는데~”는 흑심이 있어요. 허 그래요, 저 솔직히 유행어 생각하면서 짜요. 술자리에 할 수 있을까? 게임 하면서도 할 수 있을까? 류 상업의 극치입니다. 상업주의의 극치! 허 “그런 거~니”도 유치하지만 손을 끝까지 올려야겠다 생각해서 일부러 짠 거였죠.(웃음) 류 하~ 근데 원래 우리가 최고의 광고 모델 후보였다 그라데요. 사마귀 유치원, 애정남, 비상대책위원회 나오기 전까지 말이죠. 양 와~ 그러게. 내도 시골 애들이 고소라도 쫌 해줬으면 좋겠네!(웃음) 글 김성환 기자 hwany@hani.co.kr·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박소라 아아~.(말 못할 웃음) esc 사투리 아이디어 찾는 게 쉽지 않을 텐데? 허 처음에는 진짜 30분 만에 짰어요. 일상이 사투리고 우리 이야기니까. 밥 묵다 짜고, 그냥 얘기하다 짜고. 처음엔 (소재가) 너무 많으니까 행복했죠. 한 1년은 하겠지? 남들은 밤새워서 개그 짜는데 우리는 30분이면 되니까…. 그런데 다섯달 넘어가니 어려움에 봉착했어요. 류 우리 사투리 막 지어냈다 카는 분들도 있는데, 그런 거 아니에요. 예를 들면, “홀타 주세요~.(훑어서 모으다)” 이런 말 요즘 세대는 모르지만, 어르신들은 쓰던 말이죠. 우리가 다 찾아요. esc 소라씨는 코너에서 서울 여자 역할을 맡았는데, 원래는 충청도 출신이네요. 박소라 제 사투리는 거의 특징이 없어요. 그 대신 선배들 사투리를 심사해요. 제가 알아들으면 소재로 쓰기 괜찮은 거, 아예 못 알아들으면 안 되는 아이템. 이렇게 나누죠. 양상국 소라는 “홀타”는 아는데, “지도(나도)·은지(아니다)” 이런 거 몬 알아들어요. 박 그래서 선배들이 불러주는 사투리 적어두는 공책도 있어요. 그런데 듣기만 되고 말하기는 안 되더라고요. 예전에는 ‘서울 여자였는데 알고 보니 전라도 여자’로 연기하는 시도도 했었는데, 너무 어색해서 없던 일 됐어요. esc 앞으로 사투리 개그 어떻게 해 나갈 건가요? 양 오늘 오면서 정남이 형이랑 그 얘기 했어요. 우리 개그 인생의 최고 무기는 사투리다. 이게 안 될 뻔했을 때에는 많이 힘들었는데, 지금은 이렇게 사랑을 받으니…. 류 근데 상국아, 그래도 우리 개그맨인데 최고의 무기가 사투리라 카믄 좀 그르치 않나…. 양 에이, 그래도 이거 서울 사람은 몬하는 거잖아요. 허 대화가 깊이가 없어 깊이가~. 원래 사투리라는 게 딱히 깊이 있는 게 아니죠. 그냥 같이 즐기는 거죠. esc ‘서울메이트’가 사투리 폄하한다는 비판도 있어요. 류 그건 절대 아입니다. 우리는 사투리 연기하는데 사투리 쓰면 방송 나오지 마라 하는 것도 아니죠. 저희는 저희만의 언어로 얘기하는 거니까요. 그기 생각의 차이 아니겠습니까. 양 원래 ‘확 궁디를 주 차삘까’는 경상도에서 다 쓰는 말이에요. 애들끼리 장난스레 하는 말처럼요. 원래 유행어로 하려던 게 전혀 아니었어요. 그런데 의도하지 않은 유행어가 됐죠. 류 경환이 유행어 “있는데~”는 흑심이 있어요. 허 그래요, 저 솔직히 유행어 생각하면서 짜요. 술자리에 할 수 있을까? 게임 하면서도 할 수 있을까? 류 상업의 극치입니다. 상업주의의 극치! 허 “그런 거~니”도 유치하지만 손을 끝까지 올려야겠다 생각해서 일부러 짠 거였죠.(웃음) 류 하~ 근데 원래 우리가 최고의 광고 모델 후보였다 그라데요. 사마귀 유치원, 애정남, 비상대책위원회 나오기 전까지 말이죠. 양 와~ 그러게. 내도 시골 애들이 고소라도 쫌 해줬으면 좋겠네!(웃음) 글 김성환 기자 hwany@hani.co.kr·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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