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김부연
[매거진 esc] 문영화·김부연의 그림이 있는 불란서 키친
새해 인사와 함께 생각나는 닭 요리
“이렇게 심심하고 무미건조한 연말연시는 처음이야! 올해는 요 모양 요 꼴로 보내니 그동안의 행사와 비교하면 바닥을 친 셈인데 적어도 내년엔 작년보단 낫다 위로하겠지?” 아이가 너스레를 떨며 불만을 토한다. 사실 귀국 뒤 연말연시라고 새삼스러울 것도 없이 지냈고, 멀쩡히 다니던 잡지사를 때려치우고 레스토랑을 연 뒤로는 정신없이 바빴다. 게다가 식당은 이맘때가 특수이기에 시간 내기가 더욱 힘들어지고 가족에게 소홀해져 지청구를 먹는다.
프랑스에서 가족처럼 지낸 패트릭과는 10년을 한결같이 이맘때를 같이 보냈다. 형, 동생 가족들이 모두 모이면 스무 명 남짓 되고 집안의 식탁과 책상이 다 동원되어 만찬이 차려진다. 어느 해는 에펠탑의 불꽃놀이를 보러 한밤에 마시던 샴페인을 들고 차를 모는 무모함을 발휘하기도 했다. 자정 카운트다운이 완료되면 ‘본 아네’(Bonne annee·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를 외치며 옆에 서 있는 사람 누구에게라도 볼에 뽀뽀를 한다. 모르는 사람이라고 흉 될 것도 없으니 이왕이면 예쁘고 멋진 사람 곁에 슬쩍 서 본다. 이런 ‘익사이팅’한 연말을 즐기다 한국에서 이럴 것도 저럴 것도 없는 날들이라 나 역시도 밋밋하긴 하다. 아이는 인터넷에서 선물을 스스로 주문하고 엄마는 결제하는, 올해는 무슨 선물일까 상상하며 포장지 푸는 즐거움조차 없는 ‘쌩’한 모습. 이건 주긴 준 것 같은데 받고도 받는 게 아니다.
프랑스는 1월 초면 새해 만찬을 의미하는 ‘레베용’(reveillon)의 시기이다. 초대하고 초대받는 식사가 이어지는 이즈음 방문자의 손에는 ‘갈레트 데 루아’(galette des rois·왕들의 갈레트 과자)가 들려 있다. 식사는 달라도 디저트는 무조건 갈레트 데 루아다. 케이크 속에 도자기로 만들어진 작은 인형(페브)이 들어 있고 그것을 발견하는 사람은 그날의 왕이 되고 명령권을 가질 수 있다. 갈레트 데 루아는 만드는 공정이 복잡해(반죽을 밀고 밀고 또 밀어야 한다) 직업이 파티시에라 하더라도 이건 제과점에서 사먹는다.
패트릭은 레베용 때 매년 닭 요리를 했다. 뱃속에 채소나 과일을 채워 넣고 소스를 발라가며 오븐에 익히는 요리였다. 어느 해는 오렌지를, 어느 해는 사과를 채우기도 하고, 또 바르는 소스의 종류도 버터가 됐다가 코냑이 됐다 달라졌지만 기본은 같은 통닭 요리였다. 궁금해진 나는 “왜?”라고 물어봤고 “그냥 엄마가 할머니가 하셨던 거라서”라는 대답이다. 그래서 나도 이맘때 닭이 보이면 그냥 사게 된다. 어릴 적 종이봉투에 담아 아빠 손에 들려 오던 전기구이 통닭을 먹었던 것도 이맘때였던 것 같아서. 오늘 소개하는 통닭 요리는 그동안 먹었던 많은 것들 중 내 입맛에 가장 좋았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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