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사진 | 빨간빛과 푸른색 조명이 한 차례 내리꽂히자 또르륵 공들이 플라스틱 상자에서 튀어나온다. 서커스단의 마술쇼처럼 황홀하다. 지난 14일 나눔로또복권 추첨 현장은 두근두근 손에 땀을 쥐게 했다. 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매거진 esc] 커버스토리 긴장 연속 복권 추첨 현장
공 떨어질 땐 수백만이 침 꿀꺽…아쉬운 한숨속 탄성은 어디서?
공 떨어질 땐 수백만이 침 꿀꺽…아쉬운 한숨속 탄성은 어디서?
“쿠르르릉~. 틱! 터러러러럭.”
세차게 뿜는 바람을 맞은 원통 속 45개의 공이 덩실덩실 춤을 춘다. 붉고 푸른 조명을 뚫고, 커다란 원형틀 위에 공이 걸린다. 덜컹덜컹. 숨을 죽인 채 쏟아낸 시선이 공으로 모이는 숨 막히는 0.1초.
지난 14일 저녁 서울 목동 <에스비에스>(SBS) 6층 스튜디오. 온라인 로또복권 1등 추첨을 생중계하는 ‘브라보 나눔로또’의 촬영이 한창이었다. 30여명의 방청객과 양천경찰서 소속 경찰관까지 지켜보는 이 프로그램은 3분짜리 ‘초단편 생방송’이지만, 기대를 안고 티브이 앞에 앉은 많은 시청자 덕에 시청률은 6%를 넘는다.
그러나 3분의 방송을 위해 4명의 나눔로또 직원들은 3시간 전부터 분주했다. “봉인 번호, 공공공공일팔(000018), 이상 없습니다!” 방송 시작 2시간45분 전. 직원 한 명이 추첨기를 보관해둔 스튜디오 뒤편 창고의 봉인 자물쇠를 끊으며 번호를 확인한다. 이들이 로또복권을 추첨하는 토요일 저녁을 반납한 지도 4년째다.
창고에서 로또 추첨기가 모습을 드러냈다. 프랑스 에디테크사 제품으로 ‘비너스’라고 부른다. 구입 당시 1대에 6000만원을 주고 들여왔다. 모두 3대가 있는데, 추첨 방송에는 2대를 쓴다. 무대에 서는 기계와 스튜디오 한편에 예비용으로 1대를 더 준비한다. 차승현 ㈜나눔로또 운영지원팀장이 다양한 사고 사례가 적힌 매뉴얼 봉투 7장을 내밀었다. 그는 “기계 고장 등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정기적으로 연습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해 10월 461회 방송에서 기계 고장으로 본의 아니게(?) 생방송 무대에 오른 그는 당시 매뉴얼 덕에 예비용 기계로 별 탈 없이 추첨을 마무리 지을 수 있었다.
45개의 추첨용 공은 4g 안팎으로 탁구공보다 조금 크다. 공 안에는 무선인식 전자태그(RFID)가 있고 추첨기의 원통 위에 있는 센서가 이를 감지해 모니터에 실시간으로 번호를 띄운다. 추첨용 공은 45개의 공이 각각 들어 있는 가방 5개 가운데 뽑는다. 먼저 무작위로 뽑은 공의 지름과 무게를 재는 지루한 검수과정을 거친 뒤, 방청객이 추첨으로 가방을 뽑는다. 이날 무대에는 5번 가방에 든 공이 올랐다.
지난해부터 인기를 모으고 있는 연금복권은 “준비하시고, 쏘세요!”를 외치던 오래전 주택복권 추첨처럼 번호가 적힌 회전판에 화살을 쏴 숫자를 뽑는다. 그동안 <와이티엔>(YTN)에서 해왔던 추첨 생방송을 1월부터 매주 수요일 저녁 <매일방송>(MBN)에서 하고 있지만, 추첨의 핵심인 ‘화살 쏘기’는 변하지 않았다. ‘연금복권 520’ 생방송이 있던 지난 18일 찾은 서울 필동 매일방송 지하 1층 스튜디오에는 제작진이 화살 쏘는 기계에 공기를 충전하는 소리가 요란하게 울려 퍼졌다. 지금은 없어진 추첨식 인쇄복권 ‘팝콘’ 추첨용으로 쓰던 기계를 새로 꾸민 이 기계는 오래전 주택복권 추첨 때부터 참여해온 이벤트 업체가 파견한 직원들이 추첨 도우미로 참여하고 있다.
“떼구루루” 비너스에서 공이 굴러나오고, “티융” 둔탁하게 번호판 과녁에 화살이 꽂히는 순간, 수많은 이들의 탄식은 누군가의 소름 돋는 탄성으로 뒤바뀌고 있을지 모른다. 물론, 느껴본 이들만 아는 탄성이겠지만. 김성환 기자 hwany@hani.co.kr 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연금복권520 추첨 현장도 마찬가지다. “쏘세요.” 귀에 익은 소리에 맞춰 추첨 도우미들이 버튼을 누르자마자 화살은 무지개색 판에 꽂힌다. 새해 누군가에게 행운을 안겨줄 숫자들이 지난 18일 저녁 모습을 드러냈다. 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떼구루루” 비너스에서 공이 굴러나오고, “티융” 둔탁하게 번호판 과녁에 화살이 꽂히는 순간, 수많은 이들의 탄식은 누군가의 소름 돋는 탄성으로 뒤바뀌고 있을지 모른다. 물론, 느껴본 이들만 아는 탄성이겠지만. 김성환 기자 hwany@hani.co.kr 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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