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14일 서울 상계동 ‘스파편의점’에서 고객들이 로또복권을 구입하고 있다. 2. 드라마 ‘로맨스타운’에서 가사도우미인 노순금(성유리)이 로또복권 당첨을 확인하는 장면.(한국방송 제공) 3. 영화 의 한 장면.(씨제이엔터테인먼트 제공)
[매거진 esc] 커버스토리
esc 집중 취재, 복권 당첨자들의 기막힌 뒷이야기들
esc 집중 취재, 복권 당첨자들의 기막힌 뒷이야기들
1등 당첨금이 244억원?
영화 <굿모닝 프레지던트>(장진 감독)의 주인공, 김정호 대통령(이순재)은 임기 말에 244억원이 걸린 월드컵 복권 1등에 당첨된다. 그러나 그 복권은 기자들에게 둘러싸인 채 ‘월드컵 복권 출범 행사장’에서 구입한 것. 심지어 “만약 당첨이 되면 전액을 불우한 이웃을 위해 기부하겠다”고 호언장담까지 해 둔 상태. 당첨금 욕심에 고민이 깊어진 그는 결국 변장을 한 채 몰래 농협 은행창구로 당첨금을 찾으러 갔다가 시민들에게 들켜 망신을 당하는 악몽까지 꾼다.
당첨자 접선… 007 뺨치네
그러나 현실 속에서 ‘1등 당첨 대통령’이 나온다 해도, 영화 속 김 대통령처럼 전전긍긍할 필요는 없을 듯하다. 가장 많은 이들이 사는 ‘나눔로또6/45’의 당첨금은 많은 시민들이 오고 가는 농협 은행창구가 아닌, 서울 충정로1가 농협중앙회 본사에 가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가 이곳을 찾아가 베일에 가려진 당첨자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봤다!
2002년 로또복권이 등장한 뒤, 국민은행에서 해오던 당첨금 지급 업무는 2007년부터 농협중앙회 소호복권팀이 담당하고 있다. 16일 오전 찾아간 농협 본사에는 지난 토요일(476회) 추첨에서 선택된 1등 당첨자 네명 가운데 한명이 당첨금을 찾으러 와 있었다. 업무 시작 시간에 맞춰 40대 부부와 남편의 형까지 모두 세명이 찾아왔는데, 이들은 “당첨 사실을 안 뒤, 너무 떨려 주말에 일찌감치 올라와 여관에만 머물다가 월요일이 되자마자 이곳을 찾았다”고 소호복권팀 담당자에게 말했다.
경비원을 여러명 두고 외부인 출입을 까다롭게 다루는 농협 본사에서는 당첨자의 신분 노출을 특별히 신경쓴다. 원래 신분증과 방문증을 교환해야 하는 1층 안내데스크 앞에서도 신분 노출 때문에 “복권 때문에 왔다”고 알리면 소호복권팀 담당자가 직접 로비까지 마중을 나온다. 폐쇄회로텔레비전(CCTV) 노출조차 꺼리는 당첨자들도 있어, 5층 접견실까지 갈 때도 일반용 엘리베이터가 아닌 구석에 있는 화물용 엘리베이터를 이용한다.
5층 소호복권팀 한쪽에는 담당자와 당첨자만이 마주 볼 수 있는 밀폐된 접견실이 있다. 당첨자는 접견실의 노란색 소파에 앉아 신분 확인 절차를 거치고 로또복권을 단말기에 확인해 당첨 여부를 확인받는다. 나눔로또 쪽에 확인 작업을 하는 약 30분의 과정을 거치면 세금을 뗀 나머지 당첨금이 입금된 농협 통장을 건네받는다. 담당자는 “로또복권을 잃어버릴까봐 지갑을 테이프로 봉인한 채 오거나 아예 통장을 미리 만들어 오는 경우도 있다”며 “당첨금을 누군가에게 주고 싶어서 증여에 관한 질문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2007년 이후 복권 사업자들은 당첨자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를 공개할 수 없게 됐다. ‘로또 열풍’이 불면서 당첨자에게 과도한 관심이 몰리자, 그 부작용을 막고자 복권 및 복권기금법에 정보보호 조항을 새로 넣었기 때문이다. 이날 온 당첨자들에게 인터뷰를 제안했지만, 예상대로 ‘단칼’에 거절당했다. 당첨자들 대부분은 소호복권팀 담당자 이외의 다른 직원과 마주치는 것조차 달갑게 여기지 않는다고 한다.
좌충우돌 별난 사연도 많아 그러나 소호복권팀 담당자들은 복권 당첨자들을 상대하다 보면, 다양한 사연들을 마주하곤 한다. 2010년 봄에 찾아온 1등 당첨자의 이야기도 그렇다. 오랫동안 공무원 생활을 했다고 소개한 그는 당첨 당시 처갓집 돈 수십억을 끌어와 사업을 하다 망한 상태였다. 이 때문에 부인과 이혼할 지경에 이르러 이혼숙려기간을 1주일을 남긴 상황에서 복권 1등에 당첨된 것! 이날 37억원을 받아갔으나, 다시 재결합을 했는지는 모른다. 안타까운 사연도 있다. 2010년 50대 부부가 1등 당첨금 19억원을 찾으러 이곳을 들렀다. 당시 당첨자는 함께 온 아내에게 그 자리에서 6억원을 증여하고 갔다. 그 뒤, 농협으로 전화를 걸어 “아내가 가출했으니 증여한 돈 6억원이 든 통장에 지급정지 해달라”고 했다. 한해 뒤 그 당첨자는 손위 동서에게 흉기로 살해당했다는 신문기사에 등장했다. 당시 그는 손위 동서에게 4000만원을 빌려줬다가 말다툼 과정에서 살해를 당했으며, 아내와도 별거중으로 이혼소송을 밟고 있었다. 오랫동안 당첨금을 지급받는 인쇄복권 방식으로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연금복권520’을 둘러싼 당첨 사연도 다양하다. 연금복권은 과거 주택복권처럼 과녁에 화살을 쏴 나온 번호를 복권 번호와 맞춰보는 방식으로, 1등 당첨 번호 6자리의 앞·뒷번호가 2·3등을 차지하는 방식이라 연달아 이어지는 번호를 함께 산 직장 동료의 당첨 사례가 많다. 지난해 7월 1등 당첨자의 사연이 그렇다. 자영업을 하는 40대 남성인 그는 오래전부터 직접 복권을 사서 주변 사람들에 게 나눠주는 습관이 있었다. 당시에도 연금복권 10장을 사와 술자리에서 주변 사람들에게 9장을 나눠주고, 나머지 1장은 자신의 가방에 넣어두었다. 심지어 그 술자리에서 가방을 잃어버렸다가 우연히 되찾은 뒤, 뒤늦게 맞춰본 복권이 1등이었던 것! 보름이 지나 경기도 과천시 한국연합복권 사무실에 당첨 증서를 받으러 온 그는 “나중에 2등 당첨금 찾으러 오는 분 가운데 한명이 제 얘기를 할 겁니다”라는 말을 남기고 갔다. 어렵게 일을 하는 60대 할머니 두분이 퇴근길에 나란히 이어지는 번호로 복권을 샀다가 1·2등이 함께 된 사연도 있다. 한국연합복권 맹준석 홍보팀 차장은 “고생하시다가 당첨의 행운을 얻는 분들을 만날 때 기분이 더 좋다”고 말했다. 이 밖에 복권 사기 전날 밤 꿈에 대통령을 만났다거나, 조상이 당첨 번호를 점지해줬다는 사연은 이제 흔하디흔한 사연이다.
당첨금을 대하는 남녀의 자세, 조금 다른가? 지난해 로또복권 당첨자의 사례를 보면, 당첨자의 평균 연령은 46살로 나온다. 그러나 당첨자 남녀 사이의 행동에도 차이가 있다. 남성 당첨자인 경우에는 홀로 당첨금을 받으러 오는 경우가 많으며, 여성인 경우에는 남편이나 가족 등 남성이 함께 온다는 것이다. “아마도 여성분들은 무서워서 혼자 못 오는 경우가 많아요. 혼자 온 남성분들에게는 (배우자에게) 당첨 사실을 알리셨느냐고 여쭤보면, ‘나중에 알려줄 것’이라고 하시는 분이 꽤 있더라고요. 물론 알리셨는지 확인은 안 되지만요.(웃음)”(농협 소호복권팀 담당자) 사심을 담아, “당첨자들의 공통된 특징은 무엇”인지도 물어봤다. “당첨자들을 많이 만나보면 아주 돈이 절박한 분들보다는 남 도와주다가 돈을 잃으신 분, 또 사심 없이 선한 일을 많이 한 분들이 더 많더라고요.” 역시 문제는 마음가짐이었던 것일까. 글 김성환 기자 hwany@hani.co.kr
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실제로 2007년 이후 복권 사업자들은 당첨자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를 공개할 수 없게 됐다. ‘로또 열풍’이 불면서 당첨자에게 과도한 관심이 몰리자, 그 부작용을 막고자 복권 및 복권기금법에 정보보호 조항을 새로 넣었기 때문이다. 이날 온 당첨자들에게 인터뷰를 제안했지만, 예상대로 ‘단칼’에 거절당했다. 당첨자들 대부분은 소호복권팀 담당자 이외의 다른 직원과 마주치는 것조차 달갑게 여기지 않는다고 한다.
14일 <에스비에스> ‘생방송 브라보 나눔로또’ 추첨 현장에서 방청객이 추첨기 원통 안에 공을 집어넣는 모습.
좌충우돌 별난 사연도 많아 그러나 소호복권팀 담당자들은 복권 당첨자들을 상대하다 보면, 다양한 사연들을 마주하곤 한다. 2010년 봄에 찾아온 1등 당첨자의 이야기도 그렇다. 오랫동안 공무원 생활을 했다고 소개한 그는 당첨 당시 처갓집 돈 수십억을 끌어와 사업을 하다 망한 상태였다. 이 때문에 부인과 이혼할 지경에 이르러 이혼숙려기간을 1주일을 남긴 상황에서 복권 1등에 당첨된 것! 이날 37억원을 받아갔으나, 다시 재결합을 했는지는 모른다. 안타까운 사연도 있다. 2010년 50대 부부가 1등 당첨금 19억원을 찾으러 이곳을 들렀다. 당시 당첨자는 함께 온 아내에게 그 자리에서 6억원을 증여하고 갔다. 그 뒤, 농협으로 전화를 걸어 “아내가 가출했으니 증여한 돈 6억원이 든 통장에 지급정지 해달라”고 했다. 한해 뒤 그 당첨자는 손위 동서에게 흉기로 살해당했다는 신문기사에 등장했다. 당시 그는 손위 동서에게 4000만원을 빌려줬다가 말다툼 과정에서 살해를 당했으며, 아내와도 별거중으로 이혼소송을 밟고 있었다. 오랫동안 당첨금을 지급받는 인쇄복권 방식으로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연금복권520’을 둘러싼 당첨 사연도 다양하다. 연금복권은 과거 주택복권처럼 과녁에 화살을 쏴 나온 번호를 복권 번호와 맞춰보는 방식으로, 1등 당첨 번호 6자리의 앞·뒷번호가 2·3등을 차지하는 방식이라 연달아 이어지는 번호를 함께 산 직장 동료의 당첨 사례가 많다. 지난해 7월 1등 당첨자의 사연이 그렇다. 자영업을 하는 40대 남성인 그는 오래전부터 직접 복권을 사서 주변 사람들에 게 나눠주는 습관이 있었다. 당시에도 연금복권 10장을 사와 술자리에서 주변 사람들에게 9장을 나눠주고, 나머지 1장은 자신의 가방에 넣어두었다. 심지어 그 술자리에서 가방을 잃어버렸다가 우연히 되찾은 뒤, 뒤늦게 맞춰본 복권이 1등이었던 것! 보름이 지나 경기도 과천시 한국연합복권 사무실에 당첨 증서를 받으러 온 그는 “나중에 2등 당첨금 찾으러 오는 분 가운데 한명이 제 얘기를 할 겁니다”라는 말을 남기고 갔다. 어렵게 일을 하는 60대 할머니 두분이 퇴근길에 나란히 이어지는 번호로 복권을 샀다가 1·2등이 함께 된 사연도 있다. 한국연합복권 맹준석 홍보팀 차장은 “고생하시다가 당첨의 행운을 얻는 분들을 만날 때 기분이 더 좋다”고 말했다. 이 밖에 복권 사기 전날 밤 꿈에 대통령을 만났다거나, 조상이 당첨 번호를 점지해줬다는 사연은 이제 흔하디흔한 사연이다.
서울 충정로1가 농협중앙회 본사 건물(오른쪽).
당첨금을 대하는 남녀의 자세, 조금 다른가? 지난해 로또복권 당첨자의 사례를 보면, 당첨자의 평균 연령은 46살로 나온다. 그러나 당첨자 남녀 사이의 행동에도 차이가 있다. 남성 당첨자인 경우에는 홀로 당첨금을 받으러 오는 경우가 많으며, 여성인 경우에는 남편이나 가족 등 남성이 함께 온다는 것이다. “아마도 여성분들은 무서워서 혼자 못 오는 경우가 많아요. 혼자 온 남성분들에게는 (배우자에게) 당첨 사실을 알리셨느냐고 여쭤보면, ‘나중에 알려줄 것’이라고 하시는 분이 꽤 있더라고요. 물론 알리셨는지 확인은 안 되지만요.(웃음)”(농협 소호복권팀 담당자) 사심을 담아, “당첨자들의 공통된 특징은 무엇”인지도 물어봤다. “당첨자들을 많이 만나보면 아주 돈이 절박한 분들보다는 남 도와주다가 돈을 잃으신 분, 또 사심 없이 선한 일을 많이 한 분들이 더 많더라고요.” 역시 문제는 마음가짐이었던 것일까. 글 김성환 기자 hwany@hani.co.kr
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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