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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당자리 기운 받아 행운을 비나이다

등록 2012-01-26 14:25

14일 서울 상계동 ‘스파편의점’ 안에 로또복권을 사려고 늘어선 사람들.
14일 서울 상계동 ‘스파편의점’ 안에 로또복권을 사려고 늘어선 사람들.
[매거진 esc] 커버스토리
대박 소문난 복권 판매점들…1등 당첨된 곳 관광지화·택배판매도
“그냥 거기에서 사면 왠지 잘 맞을 거 같은 기분이 들어서요.” 김은정(29·회사원)씨는 다른 날보다 조금 일찍 퇴근하는 날이면, 서울역 근처 <와이티엔>(YTN) 빌딩 앞 복권 판매점을 찾는다. 이곳에서 5000원어치 로또복권을 사기 위해서다. 매주는 아니지만, 생각날 때마다 버스를 갈아타면서까지 이곳에 오는 이유는 “1등 당첨 로또가 많이 나온 곳”이라는 소문 때문이다. “로또 5등인 5000원짜리는 된 적 있는데, 그 돈 받아서 여기 와서 다시 로또를 샀어요. 결과와 상관없이 기분 전환은 확실히 되거든요.”

이처럼 복권을 찾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행운을 가져다주는 복권 판매점에 대한 이야기도 다양하게 오고 간다. 특히 본인의 선택에 따라 무작위로 번호 6개를 뽑는 로또에 얽힌 복권 판매점의 사연은 참 많다. 전혀 과학적으로 검증되지는 않았지만, 1등이 나온 복권 판매소를 굳이 찾아가는 이들과 ‘로또 명당’ 자리와 풍수지리학의 상관관계를 따지는 사람들까지도 있다. 지난 14일 가 나눔로또 추첨방송을 몇 시간 남기고 찾아간 이른바 ‘로또 명당’에서도 다양한 표정과 사연을 품은 사람들의 모습을 찾을 수 있었다.

스파편의점에서 파는 연금복권.
스파편의점에서 파는 연금복권.

한집에서 뽑은 로또 5장이 줄줄이 당첨

최근 로또 추첨에서 가장 화제가 된 곳은 바로 서울 녹번동 은평구청 사거리에 있는 편의점 ‘바이더웨이’다. 지난해 12월31일 474회 로또복권 추첨에서 1등 당첨 15장 가운데 5장이 모두 이 편의점에서 팔렸기 때문이다. 5장 모두 직접 번호를 적어 넣는 방식으로 한 사람이 사간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 주인공은 1장당 9억3669만원으로 모두 46억8345만원을 당첨금으로 받았다. 이는 2009년 3월 경남 양산의 한 편의점에서 한 사람이 로또복권 5장을 사서 44억1317만원을 받은 뒤로 처음 나온 당첨 사례다.

이날 편의점에 로또복권을 사러 온 사람들도 모두 그 당첨 주인공 이야기를 한마디씩 늘어놓았다. “그 사람은 어떻게 1등을 5장이나 맞혔대요?” 질투 반 의심 반으로 내뱉는 고객의 말에 이름을 밝히기 꺼린 편의점 주인은 난감한 웃음을 지었다.

실제로 편의점 주인은 그 주인공을 기억하지 못하고 있었다. 아르바이트 직원만 있던 때 로또복권을 사갔기 때문이다. 그러나 복권 당첨 발표가 난 다음날인 지난 1일 당첨 주인공이 편의점으로 감사 전화를 했다. “저희 편의점에서 산 복권으로 당첨됐다며, 너무 감사하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한번 뵙고 싶다’고 하니 그냥 감사하다며 몇 년째 꾸준히 저희 편의점에 왔던 단골이라고만 이야기하시더라고요.” 목소리로 그저 40대 남성인 듯하다고 미뤄 짐작할 뿐이다. 그래서 동네에서는 ‘당첨 주인공이 한 택배회사 직원이다, 보험회사 직원이다’라며 다양한 소문만 무성하다.


4년째 로또 판매를 해온 이 편의점에서는 그동안 1등 당첨자가 나온 적은 없었다. 그러나 이곳은 ‘로또 명당’의 유명세를 타고 있지는 않다. 간간이 입소문을 듣고 몇몇이 찾을 뿐이다. 주인은 “그동안 주변 사람들이 모두 잘되길 부처님께 기도했는데, 우리 점포에서 좋은 일이 생긴 게 기도 덕인 것 같아 기분이 참 좋다”고 말했다. 이날 연인 사이인 이승희(29)·김민정(29)씨도 소문을 듣고 이곳을 들렀다. 이씨는 “원래 로또복권을 사 본 적이 없었는데 이번에 처음으로 4장을 사 봤다”고 말했다. 이 말을 듣던 김씨가 말을 거든다. “당첨되면 몰래 도망갈 거래요.(웃음) 그래도 내가 1천원 보탰으니까 25%는 내 지분이야!”

서울 녹번동 바이더웨이 녹번 중앙점의 모습.
서울 녹번동 바이더웨이 녹번 중앙점의 모습.

로또 입소문에 택배 판매까지

“자동(번호) 하실 분은 이리로 오세요!” 분명히 간판에는 편의점이라고 쓰여 있었다. 하지만 점포 안에는 한쪽의 음료수 냉장고와 진열대의 과자 몇 봉지가 전부였다. 두리번거리는 사이에 소용돌이치듯 사람들이 줄을 선 채 분주하게 작은 점포를 들락날락한다. 서울 상계동 상계 7·9·10단지 사거리의 아파트 상가 건물 1층에 있는 이곳 ‘스파 편의점’은 이미 로또 마니아 사이에서는 널리 알려진 곳이다. 지금까지 로또 1등만 15번 넘게 배출한 곳으로, 이날도 편의점 안에는 사람들이 로또복권을 사기 위해 긴 줄로 늘어서 있었다.

국내에서 로또복권이 가장 많이 팔리는 곳이기도 한 스파 편의점은 원래 1992년 말 그대로 동네 편의점으로 문을 열었다. 2002년 로또복권 시작과 함께 복권을 팔기 시작했는데, 2003년 11월 첫 1등 당첨자가 나오고 석 달 만에 또 1등 당첨자가 나와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

풍경도 여느 편의점과 다르다. 과자 진열대 맨 위는 로또복권을 쓰는 책상으로 변한 지 오래다. 다른 편의점이라면 라면을 먹을 테이블에서 사람들이 로또를 하고 있다. 주말이면 사람이 워낙 몰리는 탓에, 4명의 직원 가운데 2명은 전날 자동 추첨식 로또복권을 미리 발급해 쌓아둔 뒤, 매장 한가운데에서 따로 판매를 하고 있다. 대기 시간을 줄이기 위해서다. 실제로 지방이나 외국까지 로또를 포장해 택배로 보내주는 서비스도 하고 있다. 편의점 앞 도로에는 주차 단속 카메라를 피하고자 비상등을 켠 채 부리나케 로또복권을 사오는 모습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실제로 지난해 10월 로또 당첨금이 누적됐을 때에는 한 블록 넘게 줄이 늘어서기도 했다.

이곳에서 로또복권을 사는 이들의 사연도 다양하다. 생각날 때마다 복권을 산다는 임아무개(40)씨는 “어제 정말 좋은 꿈을 꿔서 복권을 사러 왔다”며 “꿈 이야기는 절대 못해준다”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돌아갔다. 복권을 처음 사러 왔다는 송아무개(56)씨는 “새로 짓는 교회의 공사비가 3억 정도 모자라 로또에 당첨되면 내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일을 마치고 퇴근길에 연신내에서 라이더 복장으로 자전거를 탄 채 이곳에 들른 이승훈(38)씨는 “오늘 기분이 내켜서 몇 장 샀다”고 말했다.

“세상에 마음대로 되는 게 어디 있겠어?”

이처럼 로또 명당으로 알려진 곳은 서울뿐만 아니라 지방 곳곳에 있다. 로또 역사상 최고 당첨금인 407억2295만원(19회차) 복권이 나온 강원도 춘천시 중앙로의 한 복권 판매점은 이미 ‘관광지’ 수준으로 사람들이 찾는 곳이다. 서울에서 일부러 이곳까지 복권을 사러 오기 때문이다. 복권 판매도 함께 하고 있는 전남 영광의 한 금은방은 지난해 초 강도가 들어 수억원어치 귀금속을 도둑맞은 뒤, 곧바로 20억9625만원을 받는 1등 당첨자를 배출해 유명세를 탔다. 그 뒤로 복권 구입자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돌아 복권 판매액이 급성장하는 ‘새옹지마’를 보여주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복권 판매점의 행운은 복권 단말기의 재주도 아닌 사실상 사람들의 이유 없는 믿음이 만들어 내는 일종의 ‘전설’이다. 유명세를 타는 만큼 많이 팔리기 때문에, 그만큼 당첨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녹번동 편의점 앞에서 만난, 2002년 로또 1회차부터 빠짐없이 복권을 샀다는 이배춘(68)씨의 말을 들으면 그렇다. “세상에 마음대로 되는 게 어디 있겠어?”

글 김성환 기자 hwany@hani.co.kr
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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