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esc] 女과장 S의 오피스 메아리
시즌이 왔다, 직장인의 성적표, 인사평가 시즌이. 상사 평가 기간 1주일. 나의 지난 1년이, 상사 평가 1주일에 결정이 된다는 뜻이다. 이때만 되면 이상한 적막감이 흐른다. 고요한 호수에 떠 있는 오리처럼, 적막한 분위기는 유지하나 다들 물밑작업을 하고 있다는 신호일 거다.
올해 과장 승진을 앞둔 이 대리는 갑자기 차를 바꿨다. 얼마 전 3000㏄급 신차를 뽑아 장 부장한테 대리가 부장급 차를 뽑았다며 눈초리를 받은 지 석달 만에 조용히 차를 처분하고, 대리급(?)에 알맞은 중소형차로 디그레이드를 한 것이다. 이 대리가 차 바꿨다는 소리에 장 부장은 이 대리처럼 속이 알찬 사람이 크게 될 거라며 속보이는 멘트를 날렸다.
박 부장은 뇌가 딱 두 조각이다. 좋은 것과 싫은 것. 자기 사람이다 싶으면, 그 사람이 능력이 있든 없든 무조건 일 잘하는 사람이고 아군이다. 자기 사람이 아니다 싶으면 무조건 ‘적’으로 치부한다. 그 이상한 호불호 덕분에 오 대리는 박 부장의 호감을 사기 위해 안 피우던 담배까지 다시 피운다. 투덜거리는 오 대리한테, 박 부장의 오만한 평가 방식이 맘에 안 든다고 뒷담화하자, 오 대리가 “그래도 최소한 박 부장님은 뒤통수는 안 치시잖아요”라고 말한다. 뭐, 할 말이 없다.
오 대리의 전임 상사는 별명이 장군이었다. 항상 직원들에게 사기진작을 해준다며 “좋았어, 잘했어, 수고했어”를 날리며 어깨를 툭툭 치는 폼이 장군님이 군 졸병들에게 노고를 치하하는 것과 같다 해 장군이라 불리게 된 것이다. 나름 장군님께 인정받고 있다고 생각한 오 대리는 종종 장군님의 대리기사와 아바타 역할을 충실히 소화해 냈다. 그러나 그는 작년 인사고과에서 제대로 물을 먹었다. 장군님이 오 대리를 졸병으로만 여겼지, 후배 장교로 키울 생각이 없었던 거다.
올해 나란히 차장 승진을 앞둔 임 과장과 김 과장의 승진 눈치싸움도 만만치 않다. 임 과장이 2년 선배이긴 하나, 업무적으로 김 과장이 평가받고 있는 까닭에 올해 인사평가에서 어떻게 고과를 받느냐에 따라 승진이 갈리게 되기 때문이다. 올해 설날에 임 과장이 고급 양주를 돌렸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누가 승진할지야 뭐 뚜껑이 열려봐야 아는 거지만, 명절 이후 임 과장이 우세하단 쪽으로 소문이 급전향됐다. 하아, 분위기가 가만히 있으면 가마니로 여겨질 거 같다. 나도 뭔가 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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