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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젖은 고봉밥

등록 2012-02-29 17:51

[매거진 esc] 독자사연 사랑은 맛을 타고
스무살 겨울, 해남 땅끝 마을에서 강원도 진부령까지 50일간의 도보여행을 떠났습니다. 제 머리 위까지 올라오는 배낭에 텐트, 취사도구, 쌀 등까지 넣고 다니면서, 잠은 동네 마을회관이나 그것도 못 구하면 텐트를 치고 다녔지요. 도보여행이었지만 지금 돌이켜보니 전국의 음식 맛을 현지에서 볼 수 있는 식객여행이기도 했습니다.

점심으로 라면을 끓여 먹고 있으면 지나던 아주머니가 김치와 밥을 가져다주셨지요. 덕분에 여행이 끝나갈 무렵 우리는 각 지방 김치의 특징을 논할 수 있는 수준이 되었습니다.

장흥에서는 하룻밤 텐트 칠 곳을 묻는 우리를 무작정 자신의 오토바이에 태워 집으로 끌고 가시던 분도 있었지요. 바다에서 막 가져온 파래며 굴로 한 상 잘 차린 남도 바닷가 인심을 맛보여주셨지요. 함양 어느 마을회관에서 잠자리를 얻어 자는데 할아버지들이 막걸리를 다 마셔야 집으로 돌아가실 것 같아 끝도 없이 나오는 막걸리를 마시다가 다음날 내내 비몽사몽으로 걸었던 기억도 있습니다.

도보여행의 막바지, 텐트생활에 지쳐 들어간 여관의 주인 아주머니가 전남 땅끝에서 걸어왔다는 우리를 보고는 자신의 고향이 벌교라며 고향마을 근처에서 여기까지 걸어온 우리를 대견해하시면서 인근 황태덕장에서 가져온 황태조림을 내어주셨습니다. 그것보다 맛있는 황태조림을 지금까지도 먹어본 적이 없습니다.

그중에서도 지금까지 잊을 수 없는 특별한 맛은 동해 두타산에서였습니다. 산에 올라 텐트를 치고 하룻밤을 자는데 지도에는 표시되어 있던 샘물터가 없더군요. 가지고 간 물도 떨어진 상태고 녹여 먹을 눈조차 없었습니다. 산을 내려가면서 길을 잃었습니다. 주저앉고 싶은 마음이 들었지요. 하지만 내가 여기서 퍼지면 다른 일행이 내 배낭에다 나까지 끌고 가야 한다고 생각하니 이를 악물고 올라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겨우 길을 찾아 하산을 하게 되었고, 하산 길에서 동해의 시멘트 공장에서 일하신다는 두 분을 만났는데 우리의 거친 차림새와 그간 밥 구경 못했다는 이야기를 들으시더니 자신의 차에 우리 배낭을 싣고 공장의 함바식당으로 데리고 가 저녁밥을 주셨습니다. 식당 아주머니는 고봉밥을 퍼주셨지요. 눈물이 앞을 가렸습니다. 잊을 수 없는 특별한 맛입니다.

장한나/충남 홍성군 홍동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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