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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임경선씨가 칼럼 ‘남자들’에서 배우자로서 의사라는 남자의 직업에 대해서 썼지만 저도 의사라는 직업이 특별히 멋있게 보일 때가 있습니다. 바로 비행기 안에서입니다. 비행기를 타다 보면 급하게 의사 승객을 찾는 기내방송을 심심치 않게 듣습니다. 응급환자가 발생했을 때이죠.
의사를 찾는 방송을 듣고 있노라면 누가 어디가 아픈 것일까 궁금해지기도 하고 마치 가족이 당한 일처럼 걱정이 됩니다. 다행히도 승객 중 의사가 있어 앞으로 나가는 모습을 보면 그렇게 멋있어 보일 수가 없고 ‘다행이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게 됩니다. 만약 없을 경우에는 내가 의사라면 얼마나 좋을까, 의사가 될걸 그랬어라는 ‘오버’까지 하죠. 이 순간 내가 나서서 위기에 처한 생명을 구한다면 이만큼 보람있고 폼나는 일도 없을 거라는 생각에서지요.
승객 모두가 각자의 이유와 목표를 가지고 모였다가 도착지에 착륙하면 인사도 없이 뿔뿔이 흩어지지만 비행기라는 공간은 단순한 교통편 그 이상입니다. 길게는 열시간 이상 함께 먹고 자면서 생사를 함께한다는 묘한 공동체 의식이 있습니다. 그래서 ‘신 기장의 야간비행’(4면)에서 말하는 하늘 위에서의 평등권은 사뭇 감동적이까지 합니다. 좌석의 등급에 따라 먹는 음식은 달라도 안전에 대한 권리 앞에서는 누구나 평등하다는 게 비행의 규칙이고 승무원과 파일럿의 승객 보호 의무 제1원칙이라고 합니다.
이런 비행기 안의 원칙이 우리가 사는 세상에도 통용되는 원칙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 너무 야무진 꿈일까요? 이번에 당선된 정치인들에게 이런 원칙과 상식을 기대해봅니다.
김은형 팀장 dmsg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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