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 이번에 진행한 ‘레고 사연 공모전’은 가 주최해온 다양한 공모전 가운데 결과적으로 ‘세대 통합’의 의미가 가장 컸던 이벤트입니다. ‘밀레니엄 팔콘, 정말정말 가지고 싶어요’라고 아빠의 스마트폰을 통해 글을 보낸 초등학생부터 돈을 벌면서 어릴 적 취미생활에 더욱 몰두하게 된 직장인, 아이에게 레고 선물을 안겨주고 싶어하는 학부모까지 세대를 넘나드는 응모자들이 치열한 경합을 벌였습니다.
그러고 보니 레고만큼 세대를 아우르는 장난감도 드문 듯합니다. 저만 해도 일전에 ‘주말 어쩔거야’(3월15일치)에 썼듯이 어린 시절 ‘짝퉁’ 레고로 놀았던 추억 때문에 지난 크리스마스 때 아이처럼 설레는 마음으로 대형 레고세트 선물을 샀더랬죠. 1면에서 레고 숭례문을 만들고 있는 나경배씨의 말처럼 블록들이 ‘딱딱 들어맞을 때’의 그 쾌감 때문에 요즘도 아이보다 열심히 블록을 조몰락거리며 손의 호사를 즐기고 있지요.
놀라운 건 1958년 레고 초창기에 나왔던 블록들이 지금 나오는 제품들에도 딱딱 들어맞는다고 하는군요. 변신과 개혁, 혁신만이 살길이라고 믿는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레고는 단순함의 미학으로 올해 팔순을 맞이했습니다. 그사이 언제나 전세계 아이들이 원하는 선물 목록 상위권을 놓친 적이 없는 팔순 청년이죠.
끊임없는 자기혁신의 압박에 숨막힐 때, 이 복잡다단한 세상에 뒤떨어지고 있다고 생각할 때 이 단순하고 야무진 블록을 똑똑 끼워맞추면서 스스로를 위로해보는 건 어떨까요? 단, 레고가 선물하는 무아지경에 폭 빠질 경우 ‘지갑 거덜나는 건 순식간’이라는 선배들의 교훈은 잊지 마시길.
김은형 팀장 dmsgud@hani.co.kr<한겨레 인기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