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c를 누르며]
몇년 전 육아휴직 기간에 〈esc〉의 객원기자로도 일했던 조아무개씨가 아이를 보러 다른 동료들과 함께 집에 놀러온 적이 있었습니다. 그의 손에는 종이기저귀와 함께 비장의 선물이 들려 있었습니다. 바로 롯데 자이언츠의 아기용 야구복이었죠. 너무나 깜찍한 옷과 어울리지 않게 그 속에 꽂혀 있는 메모지에는 사뭇 비장한 메시지가 적혀 있었어요.
‘비록 롯데 유니폼을 선물하지만 롯데 팬은 되지 말거라. 롯데 팬으로 산다는 건 생각보다 힘든 일이란다.’ 물론 저는 빵 터졌습니다. 열혈 롯데팬인 그 필자 역시 경기 한번 이기고 지는 데 천당과 지옥을 오가는 일희일비의 삶을 살고 있다는 것이 한 문장 안에 절절하게 드러났기 때문이죠.
이렇게 한 필자의 저주(?)로 우리 집은 한 지붕 두 팬심의 불우한 가정환경이 조성되어버렸습니다. 남편의 애사심(!)과 저의 출신 고장이 맞아떨어져, 평소 사사건건 맞지 않은 취향과는 달리 야구를 볼 때만은 일심동체로 한팀을 응원했는데(롯데는 아닙니다) 조그만 아이가 롯데 유니폼을 입고 떡하니 앉아 있으니 두 팀이 경기를 할 때면 어쩐지 집 안 공기에 긴장감이 서렸다고나 할까요? 한번은 아이에게 그 유니폼을 입힌 채 야구장에 가서 제가 응원하는 팀의 자리에 앉았다가 썰렁한 눈초리를 받기도 했죠.
이제 야구복은 결속감과 팬심 그 이상의 자기표현이고 신념이며 무엇보다 패션입니다. 야구장 갈 때 어떻게 입고 가서 나의 팀과 끈끈한 유대감을 확인할까 고민된다면 스타일면의 이정연 기자가 전하는 팁을 참조해보세요. 저는 아이의 야구복이 더 작아지기 전에 이번 시즌에는 롯데 자이언츠의 응원석에 꼭 한번 앉아봐야겠습니다.
김은형 팀장 dmsg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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