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부안 변산반도의 마실길 3코스, 하섬전망대 옆 해안 산길이다. 아까시나무 꽃향기가 발걸음을 가볍게 해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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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전북 부안 변산반도에 마련된 걷기코스 ‘마실길’…고사포 해변에서 격포항까지 해안길 걷기
변산반도(전북 부안)는 산세 빼어나고 해안 경치도 아름다운 곳. 반도 전체가 국립공원이다. 웅장한 직소폭포, 낙조로 이름난 월명암 등을 거치는 내변산 트레킹도 인기지만, 요즘은 반도 해안길 등 다양한 걷기 코스가 마련돼 국토 도보여행에 맛들인 이들이 몰려든다. 해안길 8개 코스(66㎞)와 내륙길 5개 코스(74㎞), 그리고 해안생태·문화탐방로(해안코스와 일부 겹침)까지 총 160여㎞에 이르는 ‘마실길’이 그것이다.
고사포해변에서 격포항에 이르는 해안길(2코스 일부인 고사포해변과 3코스)을 걸었다. 변산 해안의 대표적 경관이 몰린 구간이다. 걷는 동안 자연스럽게 지구 지질 형성 과정, 전통 민간신앙 등에 대해서도 배우고 느끼게 된다. 물 빠지면 갯벌 생태체험장이 되는 고사포해수욕장, 녹슨 철조망 따라 이어지는 초소길(옛 해안초병이 오가던 길), 바다 전망 빼어난 하섬전망대를 거쳐 반월마을과 적벽강·채석강·수성당 등 해안절벽 경치를 두루 거치는 코스다. 8㎞, 3시간 소요. 해변도로와 겹친 일부 구간을 차로 이동한 뒤, 격포항에서 유람선을 타고 다시 해안 경치를 감상했다.
해변 물빠져 갯벌 드러나는
음력 초하루와 보름
죽합·꼬막 잡는 이들 갯벌 가득 “고사포(故沙浦)란 지명은 옛날엔 ‘북 고(鼓)’, ‘실 사(絲)’ 자를 썼죠. ‘변산 24혈’ 중 한 곳으로 옥녀탄금(어여쁜 처녀가 거문고를 타는 형세)혈로 부르던 뎁니다. 거문고 울림통을 뜻하는 지명이지요.”(최기철 문화관광해설사) 고사포해변의 명물이 300여m나 이어지는 울창한 소나무숲이다. 방풍림으로 심어진 키다리 소나무들이 빽빽하다. 맑고 서늘한 소나무 숲길을 거닐다 보면, 솔바람·파도 소리에 실려 거문고 타는 소리도 들려올 듯하다. 이 해변으로 인파가 몰리는 데엔 또다른 이유가 있다. 물이 빠지면 드러나는 드넓은 갯벌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음력 초하루와 보름 무렵 각 이삼일씩, 앞바다 2㎞ 거리에 있는 하섬(새우섬)까지 갯벌이 드러난다. 이때가 되면 “주변 도로가 꽉 막히고” 모래와 펄흙이 섞인 널찍한 갯벌은 죽합·꼬막 등을 잡는 이들로 메워진다. 모래밭에 물이 반쯤 들어찬 지난 24일 오후, 고사포해변에선 후릿그물을 이용한 졸복(참복과에 속하는 작은 복)잡이가 한창이었다. 주민 오경순(75·고사포 솔섬)씨가 “단 한번의 그물질로 잡았다”는, 졸복 수십마리가 든 통을 들고 가며 말했다. “요맘때 날이 따숩고 허면 요놈들이 물가로 몰려와요. 엄청 나와요.” 후릿그물은, 길이 수십 미터의 그물을 양쪽에서 잡고 얕은 물가를 훑어 나오며 고기를 잡는 전통 어업방식이다. 모래밭이 끝나고 성천포구로 들어선다. 마실길 3코스가 시작되는 마을이다. 여기서 하섬전망대까지 산비탈 오솔길이 이어진다. 일부 구간 길옆엔 녹슨 철조망이 깔려 있다. 최 해설사는 “해안 경비 초병들이 이용하던 길”이라며 “옛 모습을 살리기 위해 철조망 철거를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마실길 대부분은 이처럼 기존에 오가던 길, 이웃간에 마실 다니던 길을 활용해 자연 훼손을 최소화했다고 한다. 초소길을 나서면 변산해변도로를 만난다. 길가에 ‘하섬전망대’가 있다. 아까시나무 꽃향기 진동하는 전망대에 서자, 코앞의 하섬뿐 아니라 새만금방조제와 비안도, 고군산군도, 위도 등 섬 무리가 좌우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여기서부터 길은, 바위 무리 흩어진 해안 숲길과 변산해변도로가 만나고 헤어지며, 변산반도의 가장 서쪽 끝인 적벽강을 향해 이어진다. 한 굽이 돌 때마다, 해안의 바위절벽들이 겹쳐지고 펼쳐지며 새로운 해안 경치를 드러낸다. 절벽 끝 바다 경치를 완성하는 이들은 점점이 앉고 서서 긴 낚싯대 크게 휘두르는 낚시꾼들이다. 반월마을 지나, 몇 굽이 돌면 변산반도의 대표적 해안 경치의 하나인 적벽강에 이른다. 적벽강은 파도와 바람에 깎여 만들어진, 격포리 죽막마을 바닷가에 2㎞에 걸쳐 뻗은 웅장한 바위절벽이다. 시인 소동파(소식)가 노닐던 중국 황주의 적벽강 경치와 비슷하다 해서 이름을 따왔다. 물이 빠지면, 해변으로 내려가, 치솟은 절벽 밑 바위해안을 산책할 수 있다. 퇴적암과 화산암이 섞여 독특한 무늬를 형성한 ‘페퍼라이트’라는 지형도 볼 수 있다.
적벽강 절벽 해식동굴엔
무속인들 굿판
선사시대 제사유물도 발굴 경치 좋은 곳엔 흔히 무속인들이 몰린다. 적벽강 일대도 그런 곳이다. 이날도 적벽강 절벽에 뚫린 해식동굴 앞에서 굿이 벌어지고 있었다. 죽막마을 용두산 절벽 위엔 수성당이 있다. 바다의 수호신인 ‘개양 할미’에게 제를 올리는 당이다. 개양 할미는 서해바다를 돌아다니며 깊은 곳은 메우고 얕은 곳은 파내며 위험 요인을 없애, 어민의 풍어를 돕는다고 한다. 개양 할미는 여덟 딸을 낳아 일곱을 시집보내고, 막내딸과 함께 수성당을 지킨다는 전설이 있다. 200여년 전 처음 세워진 제당으로, 현재 건물은 최근 지은 것이다. 얼마나 많은 무속인들이 찾아드는지 제당이 훼손되는 일도 잦은가 보다. ‘굿을 할 경우 반드시 미리 협의하라’ 알림판을 세웠다. 제당 관리인은 “많을 땐 하루에도 몇번씩이나 굿이 벌어진다”고 했다. 수성당 주변에선 선사시대의 제사 유물도 발굴됐다고 한다. 수성당 앞 너른 들판엔 막 자라오르기 시작한 어린 코스모스들이 짙푸른 초원을 형성하고 있다. 본디 봄엔 유채꽃이, 가을엔 코스모스가 장관을 이루는 곳이다. 올봄엔 이상저온으로 유채들이 얼어죽어, 뽑아내고 일찌감치 코스모스 씨를 뿌렸다고 한다. 격포해수욕장 지나 격포리의 또다른 해안절벽 채석강을 만난다. 수만권의 책을 층층이 쌓아놓은 듯한 모습의 해안절벽이다. 이태백이 강물에 비친 달을 잡으려다 빠져 죽었다는 중국의 채석강과 경치가 비슷하다 해서 붙인 이름이다. 적벽강이나 채석강이나 우리나라 바다 경치에 중국의 강 이름을 갖다붙였으니, 전국 곳곳에 남아 있는 사대주의적 지명 붙이기 사례의 하나다. 해설사가 말했다. “저기 휘어진 층리 구조가 보이죠? 지층이 완전히 굳기 전에 미는 힘과 당기는 힘이 작용해 만들어진 지형입니다. 아, 적지 마세요. 흘려버리세요. 그래야, 나도 먹고살죠.” 그는 변산 일대의 민속뿐 아니라 지질 구조와 형성 과정 등을 꿰고 있었다. 격포항엔 배를 타고 채석강과 적벽강, 하섬 일대를 돌며 해안 쪽 경치를 둘러볼 수 있는 유람선이 있다. 적벽강의 사자바위 등 육지 쪽에선 볼 수 없는 해안 경치들이 펼쳐진다. 유람선 선장 김시용씨는 “맑은 날 저녁에 배를 타면 위도 쪽으로 지는 끝내주게 멋진 해넘이를 볼 수 있다”고 자랑했다. 변산 여행길에 나선 이들이 빼놓지 않고 들르는 곳이 고찰 내소사다. 평일·주말 가리지 않고 인파가 몰려, 아침나절 들르는 게 좋다. 절 들머리 500m에 이르는 전나무 숲길이 걸을 만하고, 절 뒷산인 관음봉(능가산) 능선과 조화를 이룬, 설선당(중들이 마음 닦는 곳)과 요사(중들이 생활하는 곳) 건물이 볼만하다.
변산(부안)=글·사진 이병학 기자 leebh99@hani.co.kr
[화보] 빙수야! 팥빙수야~ 녹지마! 녹지마~
고사포해수욕장에서 후릿그물로 졸복을 잡는 주민들
음력 초하루와 보름
죽합·꼬막 잡는 이들 갯벌 가득 “고사포(故沙浦)란 지명은 옛날엔 ‘북 고(鼓)’, ‘실 사(絲)’ 자를 썼죠. ‘변산 24혈’ 중 한 곳으로 옥녀탄금(어여쁜 처녀가 거문고를 타는 형세)혈로 부르던 뎁니다. 거문고 울림통을 뜻하는 지명이지요.”(최기철 문화관광해설사) 고사포해변의 명물이 300여m나 이어지는 울창한 소나무숲이다. 방풍림으로 심어진 키다리 소나무들이 빽빽하다. 맑고 서늘한 소나무 숲길을 거닐다 보면, 솔바람·파도 소리에 실려 거문고 타는 소리도 들려올 듯하다. 이 해변으로 인파가 몰리는 데엔 또다른 이유가 있다. 물이 빠지면 드러나는 드넓은 갯벌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음력 초하루와 보름 무렵 각 이삼일씩, 앞바다 2㎞ 거리에 있는 하섬(새우섬)까지 갯벌이 드러난다. 이때가 되면 “주변 도로가 꽉 막히고” 모래와 펄흙이 섞인 널찍한 갯벌은 죽합·꼬막 등을 잡는 이들로 메워진다. 모래밭에 물이 반쯤 들어찬 지난 24일 오후, 고사포해변에선 후릿그물을 이용한 졸복(참복과에 속하는 작은 복)잡이가 한창이었다. 주민 오경순(75·고사포 솔섬)씨가 “단 한번의 그물질로 잡았다”는, 졸복 수십마리가 든 통을 들고 가며 말했다. “요맘때 날이 따숩고 허면 요놈들이 물가로 몰려와요. 엄청 나와요.” 후릿그물은, 길이 수십 미터의 그물을 양쪽에서 잡고 얕은 물가를 훑어 나오며 고기를 잡는 전통 어업방식이다. 모래밭이 끝나고 성천포구로 들어선다. 마실길 3코스가 시작되는 마을이다. 여기서 하섬전망대까지 산비탈 오솔길이 이어진다. 일부 구간 길옆엔 녹슨 철조망이 깔려 있다. 최 해설사는 “해안 경비 초병들이 이용하던 길”이라며 “옛 모습을 살리기 위해 철조망 철거를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마실길 대부분은 이처럼 기존에 오가던 길, 이웃간에 마실 다니던 길을 활용해 자연 훼손을 최소화했다고 한다. 초소길을 나서면 변산해변도로를 만난다. 길가에 ‘하섬전망대’가 있다. 아까시나무 꽃향기 진동하는 전망대에 서자, 코앞의 하섬뿐 아니라 새만금방조제와 비안도, 고군산군도, 위도 등 섬 무리가 좌우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여기서부터 길은, 바위 무리 흩어진 해안 숲길과 변산해변도로가 만나고 헤어지며, 변산반도의 가장 서쪽 끝인 적벽강을 향해 이어진다. 한 굽이 돌 때마다, 해안의 바위절벽들이 겹쳐지고 펼쳐지며 새로운 해안 경치를 드러낸다. 절벽 끝 바다 경치를 완성하는 이들은 점점이 앉고 서서 긴 낚싯대 크게 휘두르는 낚시꾼들이다. 반월마을 지나, 몇 굽이 돌면 변산반도의 대표적 해안 경치의 하나인 적벽강에 이른다. 적벽강은 파도와 바람에 깎여 만들어진, 격포리 죽막마을 바닷가에 2㎞에 걸쳐 뻗은 웅장한 바위절벽이다. 시인 소동파(소식)가 노닐던 중국 황주의 적벽강 경치와 비슷하다 해서 이름을 따왔다. 물이 빠지면, 해변으로 내려가, 치솟은 절벽 밑 바위해안을 산책할 수 있다. 퇴적암과 화산암이 섞여 독특한 무늬를 형성한 ‘페퍼라이트’라는 지형도 볼 수 있다.
내소사 설선당 부엌에서 내다본 범종루(왼쪽) 채석강의 해안절벽(오른쪽)
무속인들 굿판
선사시대 제사유물도 발굴 경치 좋은 곳엔 흔히 무속인들이 몰린다. 적벽강 일대도 그런 곳이다. 이날도 적벽강 절벽에 뚫린 해식동굴 앞에서 굿이 벌어지고 있었다. 죽막마을 용두산 절벽 위엔 수성당이 있다. 바다의 수호신인 ‘개양 할미’에게 제를 올리는 당이다. 개양 할미는 서해바다를 돌아다니며 깊은 곳은 메우고 얕은 곳은 파내며 위험 요인을 없애, 어민의 풍어를 돕는다고 한다. 개양 할미는 여덟 딸을 낳아 일곱을 시집보내고, 막내딸과 함께 수성당을 지킨다는 전설이 있다. 200여년 전 처음 세워진 제당으로, 현재 건물은 최근 지은 것이다. 얼마나 많은 무속인들이 찾아드는지 제당이 훼손되는 일도 잦은가 보다. ‘굿을 할 경우 반드시 미리 협의하라’ 알림판을 세웠다. 제당 관리인은 “많을 땐 하루에도 몇번씩이나 굿이 벌어진다”고 했다. 수성당 주변에선 선사시대의 제사 유물도 발굴됐다고 한다. 수성당 앞 너른 들판엔 막 자라오르기 시작한 어린 코스모스들이 짙푸른 초원을 형성하고 있다. 본디 봄엔 유채꽃이, 가을엔 코스모스가 장관을 이루는 곳이다. 올봄엔 이상저온으로 유채들이 얼어죽어, 뽑아내고 일찌감치 코스모스 씨를 뿌렸다고 한다. 격포해수욕장 지나 격포리의 또다른 해안절벽 채석강을 만난다. 수만권의 책을 층층이 쌓아놓은 듯한 모습의 해안절벽이다. 이태백이 강물에 비친 달을 잡으려다 빠져 죽었다는 중국의 채석강과 경치가 비슷하다 해서 붙인 이름이다. 적벽강이나 채석강이나 우리나라 바다 경치에 중국의 강 이름을 갖다붙였으니, 전국 곳곳에 남아 있는 사대주의적 지명 붙이기 사례의 하나다. 해설사가 말했다. “저기 휘어진 층리 구조가 보이죠? 지층이 완전히 굳기 전에 미는 힘과 당기는 힘이 작용해 만들어진 지형입니다. 아, 적지 마세요. 흘려버리세요. 그래야, 나도 먹고살죠.” 그는 변산 일대의 민속뿐 아니라 지질 구조와 형성 과정 등을 꿰고 있었다. 격포항엔 배를 타고 채석강과 적벽강, 하섬 일대를 돌며 해안 쪽 경치를 둘러볼 수 있는 유람선이 있다. 적벽강의 사자바위 등 육지 쪽에선 볼 수 없는 해안 경치들이 펼쳐진다. 유람선 선장 김시용씨는 “맑은 날 저녁에 배를 타면 위도 쪽으로 지는 끝내주게 멋진 해넘이를 볼 수 있다”고 자랑했다. 변산 여행길에 나선 이들이 빼놓지 않고 들르는 곳이 고찰 내소사다. 평일·주말 가리지 않고 인파가 몰려, 아침나절 들르는 게 좋다. 절 들머리 500m에 이르는 전나무 숲길이 걸을 만하고, 절 뒷산인 관음봉(능가산) 능선과 조화를 이룬, 설선당(중들이 마음 닦는 곳)과 요사(중들이 생활하는 곳) 건물이 볼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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