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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사치

등록 2012-06-06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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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사지에 관한 아픈 추억이 있습니다. 오래전 결혼식을 앞두고 동네 목욕탕에 갔습니다. 중차대한 인생 거사를 앞두고 ‘때 빼고 광내는’ 세리머니를 해야겠다 싶어서였죠. 열심히 저의 때를 벗겨주시던 목욕관리사와 이야기를 나누다가 제가 다음날 결혼식을 한다고 말하자 아주머니는 반색을 하시며 축하의 의미로 특별히 경락 마사지를 서비스해주시겠다고 하더군요. 실은 본인의 전공이 마사지라는 말씀과 함께요.

그러고 나서 아주머니의 손길에 갑자기 힘이 실렸을 때 뭔가 심상치 않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어깨와 쇄골 쪽에 엄청난 압박이 들어오기 시작했으나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습니다. 다른 손님들에게는 베풀지 않은 귀한 선의를 보여주신다는데 어떻게 “노!”라고 할 수 있나요. 어깨가 떨어져 나갈 것 같고 얼굴이 부서지는 느낌이 들었지만 이를 악물고, 주먹을 입속에 넣으면서 마사지를 받았습니다.

다음날 상의가 파인 드레스 위로 드러난 쇄골과 가슴 부분에는 푸르뎅뎅한 멍 자국이 여기저기 나 있더군요. 요즘 유행하는 튜브톱 드레스를 입었더라면 혼수 문제로 신랑과 주먹다짐이라도 하고 입장하는 신부로 보였을 겁니다. 그 사건 이후로 제 사전에서 ‘마사지’라는 단어는 삭제됐습니다. 그런데 이번 커버스토리를 보고 나니 갑자기 삭제됐던 단어가 다시 등재되는군요. 드라마에서 ‘유한마담’의 소일거리 클리셰로 나오곤 하던 마사지가 최근에는 스트레스 심한 직장인들의 ‘작은 사치’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어깨 쑤시고 허리 뻐근한 독자 여러분도 피곤에 절어 고생한 몸을 위한 작은 사치를 부려보심이 어떨까요? 단 제대로 알아보고 받지 않으면 얻어터진 신부 꼴 난다는 거 잊지 마시고요.

김은형 팀장 dmsg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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