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esc] 독자사연 사랑은 맛을 타고
올가을 결혼을 앞둔 예비신부입니다. 예비신부란 낱말을 적자니, 볼이 발그레해지는 기분이에요. 상상해봅니다. “밥 다 됐어요” 외치면서 보글보글 끓는 된장찌개 냄비를 식탁에 옮겨놓고 뚜껑을 열면 신랑이 탄성을 지르는 공상을 해봅니다.
하지만 제 요리솜씨는 그런 소박하고 따뜻한 행복이 마구 쏟아지는 꿈과는 터무니없이 거리가 멉니다. 아마도 지금 이대로라면, 그 사람은 된장 푼 물에 잠겨 흔적이 보이지 않는 호박과 감자를 찾아 헤매야만 할 거예요.
언젠가 잡채를 만든 적이 있어요. 엄마가 외출하고 집을 비우신 날, 잡채를 좋아한다는 남자친구를 위해 혼자 당면도 삶고, 고기도 재워 놓고, 당근과 어묵 채도 썰었습니다. 요리법을 찾고, 장을 보고, 재료를 장만하고, 또 팬을 찾아서 닦았습니다. 요리에 필요한 대부분의 과정이 서툴렀지만 그래도 책에서 본 대로 열심히 만들었어요.
그런데 잡채가 쫄깃하다 못해 철사가 돼 버렸습니다. 분명히 더운물에 삶아 낸 다음 팬에 넣고 한 번 더 볶았는데! 제 최초의 잡채 요리는 ‘철사잡채’가 되고 말았습니다. 꽁꽁 힘겹게 씹어 먹는 남자친구의 모습을 보니까, 이루 말할 수 없이 속상했습니다.
김밥을 만들면 옆구리 터진 게 안 터지는 것보다 많습니다. 단무지와 달걀이 한쪽으로 쏠리기도 합니다. 카레를 만들면 감자는 익고, 당근은 안 익은 경우가 많아요. 비빔국수를 하면 너무 맵거나 아님 밍밍합니다. 간이 딱 맞지가 않아요. 얼렁뚱땅 마음만 앞서는 탓이겠죠? 하트 완두콩 박힌 도시락도 싸 주고 싶고 남편 친구들에게 집들이 음식도 배불리 먹이고 싶은데 어떤 것부터 시작해야 하나요?
주변에서 어른들은 제 신랑에게 “이제 더운밥 다 먹었다”며 겁을 줍니다. 어쩌면 당분간 저와 제 예비신랑은 설익은 밥, 두부가 사라진 된장찌개를 놓고 씨름해야 할지도 모르지만, 지켜봐 주고, 또 기다려 줬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 봅니다.
지난 주말에는 예쁜 앞치마와 튼튼한 주방 장갑을 미리 사 놓았습니다. 건강하고 행복한 밥상을 차려내기 위한 제 도전은 멈추지 않을 거예요. 예비신부로서 제 요리는 이제부터 시작입니다. 파이팅!
전수진/경남 진주시 금산면 장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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