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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작은 어항이 있습니다. 붕어 5마리가 사는 집이지요. 아침이 되어 사람이 어항 근처에 가면 이놈들이 서로 얼굴을 부딪치며 몰려듭니다. “밥 줘, 밥 줘” 호들갑을 떠는 거죠. 집에서 키우는 강아지가 내 품으로 달려들때 기분이 이런 걸까 싶습니다. 더불어 “이런 붕어 어쩌구” 하던 과거의 어리석은 행적들을 후회합니다.
하지만 예쁘기만 한 것도 아닙니다. 붕어들의 진짜 주인인 어머니는 이놈들 때문에 맘 편하게 여행도 못 가십니다. 하루 정도는 눈 질끈 감고 굶기기도 하지만 이틀을 굶길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요. 그래서 며칠 집이라도 비우게 되면 가까이 사는 친지에게 붕어들 끼니를 꼭 부탁하시지요.
표정도 없고 리액션도 없는 붕어가 이럴진대 강아지나 고양이를 키우는 반려인들의 ‘고충’이 어떨지 짐작이 됩니다. 여행 등 사소한 일상의 걸림돌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키우던 붕어가 하늘나라에 가도 영 심란한데 같이 산책을 하고 티브이를 보고 내 마음을 달래주던 친구가 세상을 떠난다는 건 슬픔 이상의 고통일 겁니다. 한때 어머니에게 강아지를 키우자고 강력하게 권한 적도 있지만 이내 마음을 접었던 이유는 결혼을 하거나 입양을 하는 정도의 물리적 정서적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는 깨달음 때문이었죠.
따지고 보면 아이를 가지는 것과 반려동물을 키우는 것, 태도 면에서는 다를 게 없습니다. 책임질 수 없으면 키우지 말아야 하고 어떤 인연으로 내 품 안에 왔다면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무책임한 부모로 인해 상처받는 아이들, 무책임한 주인으로 인해 버려지는 유기동물 소식만 안 듣고 살아도 세상이 지금보다 갑절 행복해질 것 같습니다.
김은형 팀장 dmsg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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