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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하는 건 촌스럽다는 지적을 여러번 받으면서도 십년 전 결혼할 때 밥그릇, 국그릇, 크기별 접시, 면기와 간장 종지까지 한 세트로 샀습니다. 그것도 그 깨지지 않기로 유명하다는 브랜드로 말이죠. 이유는 한가지. 그릇 따위 뭐 아무려면 어떠랴, 밥만 입으로 들어가면 그만이지, 신경쓰기 귀찮았으니까요.
그런데 이랬던 저마저 요새는 무슨무슨 브랜드가 귀에 익고 가끔 백화점 그릇 매장에 들러 예쁜 접시들을 감상하면서 슬쩍 가격표도 보게 됐으니 예쁜 그릇, 명품 접시에 대한 관심이 이제는 대중화된 것도 같습니다. 수입 브랜드의 경우 한국 판매가가 워낙 비싸 외국여행 갔을 때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파는 접시나 그릇들을 조심조심 포장해서 사오는 사람들도 심심치 않게 봅니다.
이 칼럼을 쓰기 직전 미국에서 잠깐 살다가 돌아온 친구와 그릇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릇 좀 싸게 사올 만해?” “아, 그런데 몇개 사와 봤자야. 사람들이 세트, 세트 하는 이유를 알겠더라고.” “세트로 차려놔야 뽀다구가 난다는 건가?” “그렇지, 하다못해 티스푼 하나도 격에 어울리게 내놔야 그럴듯하지, 깨진 뚝배기 옆에 접시 하나 떨렁 예쁜 거 놓는다고 빛도 안 나.”
대화가 이어졌습니다. “아니 테이블 세팅만 짠하면 뭐해, 다리 흔들리고 모퉁이 까진 식탁에, 개 발에 편자지.” “바꾸려면 식탁만 바꿀 수 있겠어? 소파고 싱크대고 다 어울려야 말이지.” “결국 100평짜리 청담동 빌라라도 들어가야 모든 게 완벽하게 어울릴 수 있겠구먼.” “맞아, 그냥 지금처럼 대충 사는 게 최고야.” 친구와 저는 그냥 쭈욱 지금처럼 살기로 했습니다. 뭐 밥만 잘 들어가면 장땡이죠!
김은형 팀장 dmsg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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