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esc] 독자사연 맛 선물
진한 갈색 사이로 고깃결이 미세하게 갈라지고, 그 위에 완전 반짝이는 브라운색 국물을 머금고 놋그릇에 잣가루 이고 앉아 있는 소갈비 사진만 보면 난 세종대왕이 떠오른다. 고기를 너무 좋아하시어 수라상마다 각종 고기가 올랐다고 한다. 한 드라마에서 세종대왕 역을 했던 김상경과는 달리 비대하셨을 거라는 추측이 있기도 하다. 아쉬운 점은 몸을 조금만 챙기셨으면 더 훌륭한 언어학 이론을 남기시어, 우리나라가 언어학 강국이라는 타이틀을 붙여 주셨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에 비해 영조는 장수의 상징이다. 영조임금은 기름진 고기반찬이 담긴 수라상보다는 소박한 수라상을 즐기셨다는 일설이 전해 오기도 한다. 개인적으로 초등학교 시절 확실치 않은 위인전에 기대어 농사짓는 임금 이미지가 영조대왕과 겹치면서 설렁탕이 떠오르기도 했다.
우연히 신문에 난 노무현 대통령의 생일상을 봤다. 봉하마을에서 주민들과 함께한 생일상에는 우리가 생일날 자주 먹는 모 브랜드의 초라한 케이크와 김밥, 나물과 몇 가지 반찬 정도였다. 초라한 식탁이 차려져 있었다.
꿈에서라도 노무현 대통령을 만난다면 난 설렁탕을 끓여 드리고 싶다. 다시 태어나신다면 영조대왕처럼 설렁탕 정도에 만족하시는 소박한 수라상을 즐기시되, 영조대왕처럼 굳건한 자리에서 장수하셨으면 하는 바람과 기대 때문이다. 세종대왕처럼 역사에 큰 흔적을 남기시되, 건강 때문에 힘들어하지 마시고, 소박하되 힘이 되는 설렁탕을 즐기시면서 하시는 일이 마무리될 때까지 오래오래 사시라는 나의 희망이다.
논둑과 밭둑에서 싱싱한 풀을 먹고 자란 순 토종 우리 한우는 기본이다. 시커먼 가마솥 아래 장작 지펴놓고, 물을 펄펄 끓여 핏물 뺀 사골과 잡뼈, 양지를 12시간 이상 끓여낸 뽀얀 국물에 국수 가락과 찬밥 말고 그 안에 큰 깍두기 국물 벌겋게 뿌려낸 설렁탕을 난 꿈에서라도 꼭 노무현 대통령에게 끓여 드리고 싶다. 땀 밴 손으로 막걸리 한잔 따라 드리면서!
이진영/안양시 동안구 부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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