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esc] 나의 첫 화장
대학 신입생 시절, 채가듯 내 가방을 메고 서클실로 들어가 버린 선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잡혀간 연극부. 지하 연극부실에서 가을에 올릴 연극을 준비해야 된다며 대본을 던져 주었다. 제목은 <진짜 하운드 경위>, 내가 맡은 역은 젊은 미망인이면서 하운드 경위와 사랑에 빠지는 ‘신디아’라는 역할이었다. 드디어 10월의 공연날. 메이크업 도구가 가득 들어 있는 철제 분장가방은 신기한 마술가방 같았다. 기대에 차 있기를 1시간여. “봐라. 잘됐지?” 하며 거울을 건넸다. “이, 이게 뭐예요?” “뭐긴, 신디아지.”
눈과 코의 티존은 흰색으로 강한 강조, 아이라인은 밤색으로 짙게, 눈두덩은 푸르게, 핑크톤으로 볼터치. 검은 드레스 입은 미망인 얼굴을 광녀 같은 이미지로 분장해 주었던 것이다. 연극이 끝나고 많은 친구들로부터 “화장 진한 그 여자가 너였어? 완전 스물아홉은 넘어 보이더라”는 소리에 눈물로 분장을 지웠다. 이십여년이 지난 지금도 커버력 좋은 파운데이션조차 진한 화장이 될까 두려운 걸 보면, 첫 화장의 기억은 진하기도 하다.
이은정/서울 도봉구 방학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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