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c를 누르며]
요새 ‘완전 대세’인 싸이의 ‘강남 스타일’ 뮤직비디오를 봤을 때 2006년 관람했던 펜타포트록페스티벌의 블랙 아이드 피스 공연이 떠올랐습니다. 이런저런 대중음악 공연을 보러다녀봤지만 이날만한 충격을 받은 적은 없었더랬죠.
이들은 무대에서 그냥 놀고 있더군요. 놀고 있는데 어떤 대작 공연보다도 압도적이더군요. 동네 뒷골목에서 건들거리며 흥얼흥얼 랩을 하면서 보냈을 어린 시절이 그들의 퍼포먼스에 포개져 보였습니다. 스파이크 리 영화의 인물들처럼 큰 오디오를 들고 다니면서 몸을 흔들고 랩을 주고받으며 시간을 죽이던 동네 노는 형들이 버젓하게 성장한 모습이랄까요? 막말로 ‘동네 양아치’도 끝을 파면 예술이 되는구나, 이런 놀라운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싸이의 ‘강남 스타일’도 비슷한 느낌이었지요. 고등학교 때 나이트클럽에서 살다시피 했다고 본인이 밝힌 것처럼, 부모 속 썩이면서 강남 ‘날라리’ 세계의 최전방에서 갈고닦은 청소년기가 없었다면 이처럼 대담하고 대책없이 즐거운 작품을 만들어 내지 못했을 겁니다.
이번 커버스토리를 보면서 2006년도 펜타포트를 복기해봤습니다. 블랙 아이드 피스는 당시 한국 팬들의 반응에 감동받아 이듬해 단독공연을 위해 내한했죠. 그만큼 열정적인 객석이었는데 요즘에 비하면 새초롬하고 얌전한 관객들이었던 것 같네요. 저만 해도 공연을 보면서 흥분과 열광을 드러냈던 유일한 표현이 제자리에서 방방 뛰는 것뿐이었으니까요. 다시 록페에 간다면 저도 슬램에 도전해볼 수 있을까요? <스쿨 오브 락>의 잭 블랙처럼 인파 속에 뛰어들었다가 맨땅에 헤딩이나 하게 되지 않을까 두렵네요.
김은형 팀장 dmsg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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