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esc] 나의 첫 화장
대학교 첫 여름방학을 앞두고 나에게는 남들에게 말 못할 고민이 한 가지 있었다. 사귄 지 두 달이 넘어가도록 첫키스를 하지 않는 남자친구 때문이었다. 나 혼자만 조급할 뿐이었다. 일부러 진한 멜로영화를 예매한 데이트 날, 스크린 속 키스신을 황홀하게 바라보다가 무릎을 탁 치게 되었으니! 그것은 바로 여주인공의 유난히 붉은 입술 때문이었다. 그길로 화장품 가게로 달려가 새빨간 립스틱을 샀다.
새빨간 립스틱을 꾹꾹 눌러 바르며 전의를 불태운 그날, 그도 결심한 듯 인적이 드문 공원으로 나를 데려가는 게 아닌가. 벤치에 나란히 앉은 그가 내 입술을 바라보며 머뭇거리는 게 느껴졌다. 한참이나 머뭇대던 그가 나에게 드디어 말을 걸어왔다. “저기… 너 입에 뭐 묻었다…” 방긋 웃어 보이며 순진한 척 거울을 들여다본 그 순간, 오 마이 갓.
그 속에는 시뻘건 립스틱이 앞니에 덕지덕지 묻어 있는 채로 웃고 있는 처참한 모습의 내가 있었다. 입술보다 백 배는 더 새빨개진 얼굴로 황급히 집으로 돌아온 나는 도저히 그의 전화를 받을 수가 없었다. 아직도 립스틱보다는 립밤을 선호하는 내 취향이 이때의 대참사 때문이라는 건 나만의 비밀이다
이유진/충남 천안시 동남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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