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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 그림 배웠냐?”

등록 2012-08-29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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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의 시간은 미술 시간입니다. 직장 상사의 이야기가 펼쳐지는 동안 고개를 푹 숙인 제 앞의 회의 자료에는 글씨 옆으로 작은 그림들이 그려집니다. 그림이래봤자, 세모나 네모의 나열이거나 단순하게 꼬불꼬불한 선들이 이어지는 정도지요.

슬쩍 주위를 둘러봅니다. 수업 시간에 교과서 밑에 만화책을 깔아놓은 학생처럼 고개를 숙이고 낙서하기에 몰두하는 동료들을 발견합니다. 그중에는 헉 소리 날 만큼 뛰어난 실력으로 연설중인 상사의 캐리커처를 그리거나 만화 캐릭터들을 쓱쓱 그리는 이들도 있습니다. 한번은 제가 회의 주재자로서 일장연설을 하고 있는데 고개를 처박고 그림을 그리던 후배를 보다가 물었습니다. “어디서 그림 배웠냐?”

부럽습니다. 작정하고 대단한 작품을 만들어내는 사람들은 아예 다른 세계에 있는 인종처럼 느껴져 별 감흥이 없지만 옆자리에서 신문 귀퉁이나 종잇조각에 멋진 낙서를 하고 있는 친구들은 쿨해 보입니다. 그러면서 저의 못난 손재주를 탓하곤 했는데 이번 커버스토리를 읽어보니 드로잉은 그림 실력이 아니라고 하는군요. 드로잉은 손재주가 아니라 사물을 관찰하는 능력이고 나를 표현하는 하나의 수단이라고 합니다. 드로잉을 잘하려면 미술학원이나 강좌에 등록할 게 아니라 나를 응시하고 사물을 관찰하는 훈련을 하라고 하는 전문가의 조언이 귀에 들어옵니다.

재료를 구하는 게 어렵거나 큰 부담이 되는 것도 아니니 책 한권 펴들고 드로잉 연습을 해볼까 합니다. 누군가에게 남기는 메모에 작은 그림 한 조각만 그려놔도 보는 사람의 기분이 훨씬 좋아질 겁니다. 꼭 보이기 위함이 아니라도 지루한 회의 시간을 견뎌내는 좋은 방법이 될 테니까요. 연이은 회의에 지친 독자분들도 도전해보시길.

김은형 팀장 dmsg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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