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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야 할 판타지?

등록 2012-09-05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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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가까이 다닌 전 직장에서 벌어졌던 일입니다. 한 선배가 다른 회사에서 이직 제의를 받았답니다. 큰 조직은 아니었지만 평소 그 선배가 하고 싶었던 일을 할 수 있는 곳에서 온 제안이었답니다. 고되지만 하고 싶은 일을 할 것이냐, 큰 조직에서 좀더 맘 편하게 일할 것이냐 고민을 하던 선배는 사직서를 써서 부장에게 제출했다지요.

문제는 그다음 벌어졌습니다. 이직을 제안한 회사의 보스를 만나서 한참을 다시 이야기하고 온 선배의 마음이 바뀐 겁니다. 선배는 밤에 불 꺼진 사무실로 돌아와 사직서를 받은 부장의 자리로 살금살금 다가가 서랍을 뒤지면서 자신이 냈던 사직서를 찾아 헤맸다고 합니다. 어두컴컴한 사무실에서 이미 던진 사표를 수거하기 위해 전전긍긍하는 샐러리맨의 이 초라한 모습이라니~! 상사가 어떻게 대응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사직은 철회됐고 한동안 직장을 다니던 선배는 몇년 후 ‘진짜’ 사표를 내고 회사를 떠났습니다.

저는 스물여섯살이었던 해 마지막날 사표를 제출해봤습니다. 기분요? 완전한 해방감이었죠. 결과적으로 몇달 뒤면 불어닥칠 구제금융 경제위기의 삭풍을 감지하지 못한 태풍 전야의 평온함이었지만 말이죠. 당시만 해도 이십대 중반이었던 저는 앞으로도 원 없이 사표를 쓰면서 살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다음 직장이 된 지금 이곳에서 십년 넘게 일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사표 내고 싶은 적이 한번도 없었다면 거짓말이겠죠. 하지만 이제는 ‘사표를 내버릴까 보다’라는 결심보다는 사표를 내겠다는 동료나 후배들을 다독이고 붙잡는 일이 더 많아졌습니다. 이 순간 노트북 바로 옆에 놓여 있는 <철들면 버려야 할 판타지에 대하여>라는 책이 눈에 들어오네요. 저 철이 든 걸까요, 그냥 늙어버린 걸까요.

김은형 팀장 dmsg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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