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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찍고 턴’보다는 체험형으로

등록 2012-09-13 00:16수정 2012-09-13 09:00

739m의 미국 최고 폭포인 요세미티폭포.
739m의 미국 최고 폭포인 요세미티폭포.
[매거진 esc] 커버스토리
글레이셔 포인트에서 요세미티 계곡으로 내려가는 4마일트레일 코스
글레이셔 포인트에서 요세미티 계곡으로 내려가는 4마일트레일 코스

패키지 여행상품으로는 즐기기 힘든 요세미티 제대로 즐기는 법

수직으로 1000m 넘게 솟아오른 세계 최대 화강암 덩어리 엘캐피탄(해발 2307m)이 눈앞에 우뚝하고, 뒤편 산꼭대기에선 엄청난 수량의 요세미티폭포가 2단으로 꺾이면서 쏟아져내린다. 면사포를 쓴 신부의 뒷모습처럼 물줄기가 우아하게 퍼지는 브라이덜베일 폭포를 넋 놓고 바라보다 눈을 돌리면 맞은편 산꼭대기에서도 폭포수가 쏟아지고 있다. 고개를 들면 저 멀리 반쪽난 주발 모양의 하프돔이 높은 성채처럼 고고하게 솟아 있다. 머세드강의 잔잔한 물결이 흐르는 널찍한 초원이 펼쳐진 요세미티 계곡은 수천미터 기암 연봉이 맹렬하게 달려오다 일제히 멈추고 암벽으로, 폭포로 저마다의 자태를 뽐내는 산악미의 경연장이다. 사진을 찍어 보면 ‘이발소 그림’ 같다. 여러 곳의 빼어난 풍광을 한곳에 버무린 탓에 현실적 느낌을 주지 않는, 이백의 <산중문답> ‘별유천지비인간’(別有天地非人間) 구절이 떠오르는 곳이다.

등산·하이킹·산책
원하는 만큼 즐길 수 있어
2~3일 공원 내 숙박 강추

요세미티 관광이 포함된 미국 서부 여행상품이 많지만, 대부분의 상품은 요세미티 계곡에 두세시간 머무르면서 전경이 나오는 사진을 찍는 게 고작이다. 계곡의 전경이 보이는 와우나 터널 입구 전망대, 엘캐피탄과 요세미티폭포 아래가 대표적 포토존이다. 하지만 놀이공원에 가서 입구 사진을 몇장 찍고 돌아오는 것과 스릴 넘치는 놀이기구를 탑승하며 ‘멘붕 상태’를 경험해보는 것은 차이가 크다. 요세미티는 어느 곳보다 체험형으로 다녀와야 하는 여행지다. 주된 출발지인 샌프란시스코나 로스앤젤레스에서 편도로 5~6시간 걸리는 거리를 고려하면, 이곳에서 2~3일 숙박하면서 트레킹하는 일정이라야 아쉽지 않다.

요세미티공원은 미국의 대표적 국립공원답게 다양한 요구의 여행객들에게 넓은 선택폭을 제공하는 게 특징이다. 체력이 부족한 노약자도, 돈이 넉넉지 않은 여행자도 만족스러운 여행이 가능한 곳이다. 때문에 천편일률적인 관광상품을 벗어나 각자 처지에 맞는 체험형 여행을 하기 좋다.

요세미티 계곡 안에 있는 커리빌리지의 텐트캐빈(위), 요세미티공원에선 야생동물을 흔하게 만날 수 있다(아래)
요세미티 계곡 안에 있는 커리빌리지의 텐트캐빈(위), 요세미티공원에선 야생동물을 흔하게 만날 수 있다(아래)
숙박 가격대별 다양
현지 여행사나 누리집 활용하길

뭘 볼까, 무엇을 할까
요세미티공원은 3026㎢ 넓이로 제주도의 2배 가까운 광활한 곳이지만, 요세미티 계곡을 중심으로 명소들이 몰려 있다. 암벽인들의 꿈인 엘캐피탄, 739m 낙차의 미국 최고 폭포인 요세미티폭포, 독특한 외관의 하프돔, 버널폭포, 네바다폭포, 글레이셔 포인트 등이 모여 있다. 체력과 시간에 따라서 다양한 코스의 하이킹을 선택할 수 있다. 12시간이 걸리는 왕복 22.5㎞의 하프돔 등반이 최고난도의 하이킹이지만, 브라이덜베일 폭포나 요세미티폭포 하단은 20~30분 산책 코스다. 요세미티폭포 꼭대기는 왕복 7시간이 걸리는 11.6㎞의 험한 등산로다. 네바다폭포는 물안개와 무지개를 만나는 미스트트레일을 지나는 길인데 5시간이 걸린다. 1박을 하는 경우라면 첫날은 계곡 주변에서 간단한 하이킹을 하고 이튿날 오전엔 요세미티폭포나 네바다폭포까지 다녀오는 본격 등산을 하는 일정이 좋다.

꼭 등산객만 즐길 수 있는 곳은 아니다. 요세미티공원에는 무료 셔틀버스가 20곳 넘는 장소를 쉴새없이 운행하기 때문에 많이 걷지 않고도 풍광을 누릴 수 있다. 요세미티로지에서 출발하는 투어버스를 타면, 1시간 만에 2199m 높이의 글레이셔 포인트에 닿는다. 하프돔과 네바다폭포를 비롯해 요세미티의 전경이 한눈에 굽어보이는 최고의 전망대다. 왕복 50달러지만, 편도 25달러 티켓을 끊어 올라간 뒤 내려오는 길은 파노라마트레일(4시간), 4마일트레일(2시간)을 택해 경치를 감상하며 트레킹할 수도 있다. 자전거를 빌려서 공원을 누비는 이들도 많다.

빙하에 의해 만들어진 요세미티 계곡은 오래전 호수였던 까닭으로 바닥이 평평하고 넓다.
빙하에 의해 만들어진 요세미티 계곡은 오래전 호수였던 까닭으로 바닥이 평평하고 넓다.

travel tip

여행의 목적과 때를 먼저 정하자

“소문과 달리 별거 없던데….” “역시 굉장한 곳이었어.” 요세미티를 다녀온 사람들의 평가는 엇갈린다. 산꼭대기에서 굉음과 물보라를 일으키며 장관을 연출하는 요세미티 폭포, 면사포 폭포를 봤는지 여부에 따라 감흥이 다른 까닭이다. 미국 최고 높이의 요세미티 폭포 등은 1년 중 5월부터 두세달만 그 장관을 볼 수 있다. 여름이 건조하고 겨울이 다습한 지중해성 기후의 영향으로 시에라네바다 산맥에는 겨울철에 눈이 많이 내린다. 요세미티공원 폭포의 동력원은 하이 시에라에 겨우내 쌓인 눈이다. 눈이 녹는 5월부터 폭포수가 쏟아지는데 6월께 절정을 이루다가 눈이 다 녹으면 폭포도 사라진다.

요세미티공원의 자원봉사자는 “지난해 눈이 적어서 올해는 요세미티 폭포가 예년보다 이른 6월15일께 말라버렸다”며 “지금은 머세드강의 본류인 버널 폭포와 네바다 폭포만 물이 마르지 않았다”고 말했다. ‘봄날의 폭포’라는 버널 폭포처럼, 늦봄이 가장 아름다운 때다. 요세미티공원 여행의 최적기는 6월이다. 모든 폭포가 최대치로 가동되면서 미스트트레일과 무지개도 이때 가장 완벽하다. 5월 이전에는 눈이 녹지 않아 개방되지 않는 등산로도 많다. 차를 타고 6월 중순에 글레이셔 포인트를 올라가도 한길 넘게 눈이 쌓여 있는 게 보통이다.

요세미티공원을 찾는 인파도 6월부터 8월에 집중된다. 폭포 구경과 사진 촬영이 목적인지, 트레킹이 목적인지에 따라 요세미티 여행 계획은 달라지는 만큼 여행의 목적과 때를 먼저 고려해야 한다.

어떻게 가서, 어디에 머물까
미국 현지 여행사들의 요세미티 상품은 1박부터 4박, 5박까지 다양하지만 여행자가 직접 요세미티공원 누리집(yosemitepark.com)에서 고를 수도 있다. 요세미티를 제대로 즐기려면 공원 안에 묵는 게 좋다. 공원 안에는 고급스러운 어와니호텔과 요세미티로지가 있고, 저렴한 커리빌리지가 있다. 커리빌리지에선 3~4인용 숙소를 100달러대에 구할 수 있다. 배낭여행자를 위한 캠핑장도 있지만, 텐트를 가져가야 하기 때문에 불편하다. 성수기인 여름철에는 직접 예약이 쉽지 않아 여행사를 이용해야 방을 구할 수 있는 경우도 있다. 공원 안에는 본격 상업시설은 없지만 방문객 필요에 따른 다양한 식당과 상점 등이 있어 며칠을 지내도 큰 불편이 없다.

공원 내 숙소를 구하지 못할 때 공원 밖에 있는 요세미티뷰로지 같은 모텔을 이용하면 된다. 호스텔인 요세미티버그는 하루 20달러대에 숙박이 가능하다. 이용해본 결과 숙소는 불편이 없었지만 공원까지 1시간 버스를 타고 오가야 하는 불편이 있어 새벽부터 산행을 하고자 할 때는 제약이 컸다. 성수기에도 이용이 가능해 전세계에서 배낭여행객이 많이 찾는 곳이다.

샌프란시스코나 로스앤젤레스에서는 요세미티까지 가는 버스교통만을 제공하는 여행상품도 있다. 렌터카를 빌리는 방법도 있지만, 장시간 운전을 해야 한다. 열차는 직접 연결되지 않아 머세드역에서 버스로 갈아타야 하는 불편이 있지만, 승객도 적은데다 편안한 여행을 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앰트랙 누리집에서 고르면 연결 교통편과 함께 제공된다.

요세미티(미국 캘리포니아)=글·사진 구본권 기자 starry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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