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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여 암벽화를 꺼내시오

등록 2012-10-17 18:46수정 2012-10-17 18:47

[매거진 ESC] 주말 어쩔거야
아내는 시치미를 뗐다. 네 차례 바위에서 비비적거리니 20년 묵은 암벽화는 도저히 신을 수 없을 정도로 너덜거리는 터. 형편이 딱해 보였는지 몰래 수리점에 맡겨 고쳐놓고는 모르쇠로 일관했다. 그 바람에 5주차 암벽교육인 인수봉 실습등반을 빼먹었다.

암벽등반에 붙인 구실은 커버스토리 취재. 기실은 15~16년 전 인수봉에서의 추락이 남긴 트라우마를 지우기 위한 것이다. 3주차 인수봉에 올라 기사를 내보냈고 바위에 대한 두려움도 씻은 듯 사라졌다. 두가지 목표는 이룬 셈이다. 문제는 주말이 다가오면 손끝, 발끝에 밴 바위의 깔깔함이 온몸을 달아오르게 하는 것.

교육생 가운데 나처럼 집사람이 반대해 그냥 일반등산학교에 다닌다고 둘러댄 이도 있었다. 암벽등반의 안전함과 그 기분을 모르는 사람들은 바위를 위험하다고 몰아붙인다.

“일이 늘어져 일요일까지 이어지네요.” 핑계 문자를 넣고 태연한 척했지만 주말 내내 인수봉 바윗길이 아른거렸다. 등반학교 교육생들은 한가닥 로프에 자신과 동료의 생명을 연결해 200여미터 직벽을 올랐을 거다. 일망무제. 서울을 발아래에 둔 순간 얼마나 기분이 좋았을까.

이번주는 졸업식. 바윗길 선배들과 안면을 트는 날이다. 결혼 상대자를 고르듯 자일파트너를 간 볼 기회다. 교육은 교육일 뿐, 바위를 계속할지 여부는 오로지 자기 마음 다잡기와 파트너를 골라잡기에 달린 것. 아내는 암벽화를 순순히 내줄 것인가.

글·사진 임종업 기자 blitz@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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