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esc] esc를 누르며
종종 차에서 <교육방송>(이비에스)의 낭독 프로그램을 들으며 독서를 하고 있는 듯 흐뭇함에 빠지는 저이지만 솔직히 아이에게 책 읽어주는 건 아주 귀찮습니다. 그림 위에 사과, 코끼리 같은 단어만 있을 때는 읽어줄 만했고, ‘냠냠냠 맛 좋다’ ‘우적우적우적’(그림책 <사과가 쿵> 중에서) 같은 의성어·의태어까지는 그런대로 견딜 만했으나 책 한쪽에 문장이 둘 이상 나오기 시작하면서 아이를 향한 교육열이 급저하됐습니다.
낭독, 이거 쉽지 않습니다. 고작 단문 두세 문장을 읽는데도 계속 발음이 꼬이고 버벅거립니다. 하도 발음이 새고 틀리게 읽다 보니 ‘조기 치매가 온 건 아닐까’ 더럭 겁이 날 때도 있습니다. 책 담당도 오래 하고 책방과 관련된 책까지 쓴 임종업 기자도 낭독 도전에 실패했으니 정말이지 책을, 글을 잘 읽는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글을 또박또박 잘 읽는 사람, 꼭 부럽지는 않습니다. 때로는 한심스럽습니다. 서점이나 동네 도서관에서 단 한명의 아이를 위해 구연동화를 하는 엄마들입니다. 아이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책에 대한 애정을 키워줄 정성스런 낭독도 좋지만, 옆의 아이, 뒤의 성인 이용자들에게까지 다 들리도록 읽어주는 건 꼴불견입니다. 게다가 쩌렁쩌렁(본인은 소곤소곤이라고 생각하겠지만요) 구연을 하다가 자신의 연기에 도취되는 모습을 보노라면 저도 모르게 실소까지 흘리게 됩니다. 한번은 어처구니가 없어 그 모습을 빤히 쳐다보고 있으려니 몰입하던 어머니께서 마치 팬을 의식하는 배우 포스로 저를 흘깃 쳐다보더군요.
책 읽는 목소리는 아름답습니다. 하지만 민폐형 구연동화는 곤란합니다. 자식을 사랑하는 전국의 어머니들, 구연동화는 내 집 안에서만 하는 걸로! 정한 겁니다~
김은형 팀장 dmsg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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