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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시구

등록 2012-12-12 17:50수정 2012-12-13 14:57

[매거진 esc] 서효인의 야구탓
미국에서는 메이저리그 개막전 시구를 대통령이 하고는 한다. 역대 미국 대통령은 역시 미국인답게 각자 응원하는 팀이 하나씩 있었는데, 부시 전 대통령이 텍사스 레인저스의 오랜 팬이고, 오바마 대통령이 시카고 화이트삭스의 열혈 팬이라는 건 잘 알려진 사실이다. 오바마의 시구를 우연히 볼 기회가 있었는데, 훤칠한 키와 긴 팔에 비해서 그의 폼은 어색하기 짝이 없었다. 우리나라에선 걸그룹 멤버도 시구 전에 연습을 하는데, 미국 대통령이 저 모양이라니, 실망도 했지만 사실 중요한 건 야구 실력이 아니었다. 주목할 지점은 오바마가 입은 화이트삭스 유광점퍼가 매우 맵시 있었다는 사실이다. 오바마는 시카고를 정치적 기반으로 하고 있고, 그곳에서 자랐으니 당연히 시카고 팬일 것이다. 그는 자연스러운 야구팬이고, 경기를 보러 온 관중은 어색한 폼으로 공을 던지는 대통령에게 기꺼이 박수를 보내줄 용의가 있었을 것이다. 같은 야구팬이니까.

최근 민주당 문재인 대통령 후보가 한 야구 관련 사이트에 직접 글을 남겨 화제다. 이 사이트는 가입 한 달 이전에는 글 등록 자체가 되지 않으며, 대형 포털이 속한 것도 아니어서, 나름대로 야구 마니아만 들락거린다고 소문난 곳이다. 그는 스스로 야구를 잘했다고 자랑을 서슴지 않았으며, 고 최동원 선수와의 일화를 밝히면서 내심 롯데 자이언츠 팬임을 인증했다. 드디어, 마이 팀을 갖고 있는 대통령을 맞이할 수 있는 기회가 우리에게 생긴 것이다. 그가 잠실구장이나 사직구장 혹은 새로 완공될 광주구장에서 ‘야구팬’으로서 시구를 하게 된다면 우리는 기꺼이 박수를 보낼 수 있을까. 올 시즌 이명박 대통령은 야구장에서 영부인과 키스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파격을 감행했다. 글쎄, 반응은 별로 좋지 않았던 것 같다. 그가 야구팬인지도 모르겠고, 심지어 연출의 냄새가 물씬 풍겼기 때문이다.

역사는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프로야구를 만든 것은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가 경황이 없는 사이 어린 그에게 6억원을 건네준 전두환이고, 그 프로야구 팬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젊은층은 전두환에서부터 이어져 내려온 보수당한테 표를 주지 않으려 한다. 결과가 어찌되든, 내년에는 대통령이 개막전 시구를 했으면 좋겠다. 과연 누가 내년 시즌 개막전 시구를 할 것인가. 참고로, 박근혜 후보는 팔목이 악수를 못할 정도로 좋지 않아 시구 자체가 가능할지 모르겠다.

서효인 시인·<이게 다 야구 때문이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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