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esc] esc를 누르며
산업화의 아이콘이라고 할 만한 공장의 이미지는 어떤 것일까요? 영화 <모던 타임즈>에 나오는 것처럼, 또 김중혁 작가가 1면에 쓴 것처럼 ‘나사를 조이고 풀고 조이고 풀고’를 반복하는 그림이 먼저 떠오릅니다. 산업화가 고도화되면서 사람은 없고 거대한 기계 덩어리들이 유기체처럼 움직이는 풍경도 그려집니다. 어찌 됐든 여유 없고 차갑고 무미건조하다는 건 마찬가집니다. 마르크스의 <자본론>을 비롯해 공장에 관한 수많은 글들 역시 의미는 빛날지라도 참 재미는 없었습니다.
그 공장을 둘러싼 이미지들을 깬 것이 바로 무라카미 하루키의 공장 탐방 에세이 <해 뜨는 나라의 공장>이었지요. 냉기 어린 금속성보다는 경쾌한 유머감각이 넘치는 글에다 어눌하고 귀엽기까지 한 삽화를 보면서 무척이나 즐거운 독서를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esc가 2013년의 시작과 함께 ‘김중혁의 메이드 인 공장’을 새롭게 연재합니다. 하루키와 공장이라니 어울리지 않잖아 반응했던 분들도 김 작가의 공장 여행은 고개를 끄덕이실 듯합니다. 기계적인 메커니즘에 대한 매혹을 소설 속에 자주 담아왔던 김 작가가 진짜 공장에 발을 들여놨을 때 어떤 이야기를 풀어낼지 설렙니다. 하루키의 80년대 일본 공장 ‘산책’과는 또다른 색깔과 재미의 공장유람기를 만끽하실 수 있을 겁니다. 안자이 미즈마루 못지 않게 어눌하고(?) 매력넘치는 삽화는 김중혁 작가가 직접 그립니다.
전직 기자 출신으로 현재 영국에서 여행관련 전공을 공부중인 최명애씨가 시작하는 ‘수상한 북극’도 새로운 여행 산문의 재미를 선사할 예정입니다. 여행자는커녕 사람도 몇명 살지 않는 아이슬란드 그림세이 마을에서 북극선 이남과 이북으로 나뉘어 잠을 자는 노부부의 첫 이야기가 예사롭지 않습니다. 평생 한번 여행 가기도 힘든 멀고 먼 북쪽의 마을의 수상한 에피소드가 펼쳐집니다. 최명애씨와 함께 여행작가 이동미씨가 격주로 또다른 여행의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는 에세이 연재를 시작합니다.
마지막으로 대한민국 최고 사진작가 7명이 작품과 함께 새해의 소망을 보내왔습니다. 작가들의 시선에는 폐허 속에서도 버릴 수 없는 희망과 한발짝 떨어져서 응시하는 삶의 의지가 담겨 있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새해 소망에 따뜻한 격려가 되었으면 합니다.
2013년 esc는 이렇게 시작되었군요. 어제처럼 시작한 하루지만 열어보면 달라진 것도, 기대하는 것도 조금 더 많아진 오늘이 되기를 바랍니다.
김은형 팀장 dmsg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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