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esc] 나의 첫 화장
첫 화장은 여자아이들의 로망인 엄마의 화장품으로 시작했다. 엄마 루주 발라서 한번 거울에도 입술도장을 찍어보고 혼자 키득키득 웃어보기도 하고, 분을 발라 피부가 뽀얘지면 거울 보고 만족했다. 그리고 엄마 오시기 전 바로 세수 돌입. 완전범죄를 꿈꿨다. 난 색다른 영역에 도전해보기로 했다. 속눈썹이 길었다. 그러다 발견한 엄마의 마스카라. 정성 들여 발라보았다. 뭔가 눈이 더 또렷해 보이고 어른이 된 기분에 마스카라를 한 채로 피아노학원으로 갔다. 내 만족스러운 기분을 지우기 싫어 마스카라를 지우지 않았다. 그런데 피아노 선생님이 레슨하시는 도중 내 눈을 갸우뚱 쳐다보시며 “경아, 마스카라 눈에 발랐니?” 하시며 토끼눈을 뜨셨다. 순간 너무 창피해서 마스카라를 발랐다는 것을 말하기가 싫었다. “아니에요, 미술시간에 서예를 했는데, 먹물이 눈썹에 묻은 거예요!”라고 말해버렸다. 아마 피아노 선생님은 아셨을 테다. 엄마 화장품을 발라보고 싶어서 마스카라를 발랐다는 걸. 집으로 와서 곧장 마스카라를 지우려고 비누로 빡빡 속눈썹을 비볐다. 먹물 아닌 마스카라는 잘 지워지지도 않았다!
허다경/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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