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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집과 중독 사이

등록 2013-04-03 20:27

전지영 제공
전지영 제공
남성잡지 <긱>(GEEK)에서 일하는 김도훈 기자는 자타 공인 스니커즈 수집광이다. 그가 지금 가진 스니커즈는 30켤레 정도. 특히 하얀색 스니커즈를 좋아해 4~5켤레는 항상 가지고 있다. 그의 광범위한 스니커즈 소장품 중에는 60만원이 넘는 신발도 있단다. “옷 같은 걸 소비하는 것은 여자의 영역으로 간주되니까 자연 남자들은 신발에 집착하게 된다”는 것이 그의 신발 수집의 변이다. 대놓고 멋부리기를 겁내는 남자들은 남몰래 신발을 모은다. 스니커즈를 모을라치면 나이키, 뉴발란스 같은 운동화 업체들을 지나칠 수는 없다. 포털사이트 네이버 카페에서 보면 나이키 한정 스니커즈를 주제로 모인 카페가 여럿, 회원들 대부분이 남자다.

남자가 신발이라면 여자의 수집목록 1위는 단연 향수다. 이선주(46)씨는 1989년부터 향수를 모으기 시작했다. 모으고 선물받은 향수가 지금은 1500개를 넘는다. 처음에는 자신의 블로그(blog.naver.com/olive67)에 향수를 구입한 이야기, 시향기를 올리다가 향수 광고, 꽃 전시회, 향수에 관한 소설 등 향기를 주제로 점점 폭을 넓히고 있다. 이씨가 향수를 모으는 이유는 “모든 향기는 각각의 이야기를 가지고 있고, 병 자체가 매력적이기 때문”이란다. 십수년이 지나 지금은 쓸 수 없는 향수도 많다. 향수는 태어나면서부터 변한다. 금세 변질될 변덕스러운 패션 아이템을 모으는 이유는 변하는 것을 붙잡고 싶은 마음 때문이다.

단종과 품절은 수집가들의 늪이다. 이토록 아름다운 물건이 곧 사라진다는 생각이 저장 강박을 부추긴다. 전지영(38)씨는 17년 동안 화장품을 모아왔다. 배우 심은하가 칼리 모델을 하다가 은퇴를 하면서 갑자기 그 브랜드가 사라지는 것을 경험한 뒤, 뜨는 화장품은 반드시 모았다. 분류는 수집가의 기본. 많은 양의 화장품을 감당하기 어려워 체육관에서 쓰는 로커를 집에 들였다. 로커에 500~600종의 화장품 미니어처를 비롯해 향수, 크림 등을 상자째로 넣어두었다(사진). “중독 맞아요. 나중엔 아예 같은 화장품을 두개씩 사서 하나는 쓰고 다른 하나는 모았어요. 따로 일기를 안 써도 젊은 날의 기억을 고스란히 간직하는 것 같아서.” 전지영씨의 말이다.

미국 드라마 <섹스 앤 더 시티>에서 캐리(세라 제시카 파커)는 구두와 결혼한 여자다. 캐리는 월세를 내지 못해 집에서 쫓겨나게 되어도 구두는 팔지 않는다. 시청자들은 입을 모아 욕했지만 중독되어 보지 못한 사람은 모른다. 벼룩시장에서 산 구두든, 마놀로 블라닉 매장에서 집어든 신발이든, 빛나는 것은 그들의 분신이다.

남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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