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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은 유행을 창조한다

등록 2013-05-01 18:06수정 2013-07-24 10:11

남현지 제공
남현지 제공
[매거진 esc] 시계태엽 패션
‘어메이진’은 내가 20대 초반을 같이 보낸 브랜드 중 하나다. 2009년 한국에서 독립 브랜드로 시작한 뒤, 초기부터 과감한 패턴의 레깅스로 주목을 받았다. 레깅스 하나만으로도 개성적인 코디가 가능했기에 젊은 친구들에게 인기가 대단해 명동이나 홍대 앞에서 어메이진 레깅스를 신은 사람들을 정말 쉽게 볼 수 있었다. 그 뒤 이 회사는 고유한 패턴들을 옷이나 신발, 액세서리에 광범위하게 적용하며 다양한 제품을 선보였다. 나도 여느 또래처럼 출시된 제품을 몇 개 샀는데, 이 재킷(사진)은 우주에서 영감을 받은 패턴을 실크 소재의 원단에 디지털 프린트한 것이다.

비슷한 시기에 외국에서도 디지털 프린트의 역사에 획을 긋는 디자인들이 많이 나왔다. 2009년 디자이너 알렉산더 매퀸이 파충류 등 다양한 이미지에서 영감을 받아 작업한 정교한 프린트, 2010년 크리스토퍼 케인이 리조트 컬렉션에서 선보인 ‘우주 프린트’, 같은 해 메리 카트란주가 2차원 원단이 아닌 3차원의 입체감을 느끼게 하는 트롱프뢰유(착시 그림) 프린트를 내놓는 등 디지털 프린트의 한계를 넘어선 것들이 쏟아져 나왔다. 이런 혁신적인 디자인은 당대 국내외 많은 디자이너에게 영감을 주었다고 확신한다. 브랜드들이 독특한 원단을 개발할 수 있게 된 배경엔 ‘디지털 프린팅’이라는 기술이 한몫했다. 정확히는 ‘디지털 날염 프린팅’, 흔히 영어인 ‘디지털 텍스타일 프린팅’을 줄여서 ‘디티피’(DTP)라고 부른다. 1960~70년대부터 계속해오던 스크린 프린팅 방법이나 열전사 방식보다 나중에 개발된 기술로, 종이 인쇄처럼 프린터에 천을 넣고 잉크를 분사하는 방식이다. 기존의 날염 방식보다 작업 공정이 간단해 단시간에 소량으로 원하는 원단을 생산할 수 있고, 수백 가지의 색상과 정교함을 표현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어도비사의 포토샵과 일러스트레이터 같은 프로그램의 상용화도 패션시장에서 디지털 프린트의 보편화를 부추겼다. 컴퓨터로 만든 그림뿐 아니라 사진이나 드로잉을 이용해서 전보다 쉽게 이미지를 만들어낼 수 있게 된 것이다. 또한 ‘디젠’이나 ‘디지아이’같이 외국에서도 알아주는 디지털 프린터 회사들이 있기 때문에 국내에서도 이제 얼마든지 질 좋은 디지털 프린팅이 가능하다.

남현지 디어매거진 편집장
남현지 디어매거진 편집장
최근 몇 년간 유행을 지속해온 독특한 프린트의 옷들은 상향평준화된 디지털 프린트 기술과 연관이 깊다. 브랜드 규모가 크든 작든, 다양하고 혁신적인 패턴들을 만들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패션계는 지금 가히 ‘프린트의 각축장’이라고 할 만하다. 브랜드의 정체성을 나타내는 또다른 방식은 ‘패턴’이 되었고, 이젠 누가 더 특이하고 유례없는 것을 만드느냐가 승부수다. 많은 종류의 프린트들이 지금도 여전히 물밀듯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러한 시장 포화의 상황에서도 패션 역사에서 길이 남을 디지털 프린트는 반드시 어디선가 또 나올 것이다. 그리고 그곳이 국내였으면 하는 기대를 해본다.

남현지 디어매거진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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