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금 없는 김치찌개, 베이컨 파스타, 선식가루 된장찜닭
[esc]커버스토리 저염식단
요리연구가 문인영씨가 추천하는 소금 없는 김치찌개, 베이컨 파스타, 선식가루 된장찜닭
요리연구가 문인영씨가 추천하는 소금 없는 김치찌개, 베이컨 파스타, 선식가루 된장찜닭
새큼하다. 새콤달콤하기까지 하다. 색도 붉디붉은 색이 아니라 오렌지색에 가깝다. 요리연구가이자 <건강하게 살 빼는 저칼로리 밥상> 저자 문인영(32)씨의 손끝에서 만들어진 김치찌개는 뭔가 다르다. 짜지 않다. 오래 숙성된, 시간이 빚어낸 발효식품 특유의 깊은 감칠맛이 풍긴다. 대중음식점에서는 상상할 수 없다. 그의 김치찌개는 이른바 저염식 김치찌개다.
짠 음식을 꼽으라면 김치찌개가 단연 상위권이다. 찌개의 출발점이 염장한 배추에서 시작하니 당연해 보인다. “김칫국처럼 시원한 맛을 주려고 했어요.” 그는 김치의 양념부터 걷어낸다. “액젓, 갖은 양념 때문에 염도가 올라가 있죠.” 그 자리를 대신한 녀석은 아삭한 배춧잎이다. 김칫국물을 쫓아낸 것은 맹물이다. “다시마나 멸치로 우린 국물도 안 돼요. 나트륨(소금의 주성분)이 있죠.” ‘끓이기의 미학’이 시선을 붙잡는다. 푹 끓이고, 파 넣고 또 푹 끓인다. “오래 끓이면 더 깊은 맛이 나고요, 다른 간을 굳이 할 필요가 없어요.” 국물에 폭 담긴 파나 배춧잎, 뭉근하게 끓은 찌개에 살포시 올라간 부추는 나트륨 배출에 도움이 되는 칼륨 등의 영양소가 많다. 별다른 양념은 넣지 않는다. 저염식 김치찌개는 다른 어떤 것과도 비교가 안 되는 삼삼한 맛을 자랑한다.
문씨가 이어 내놓는 저염식은 파스타다. 평범한 파스타보다 염분을 줄였다. 소스를 시판되는 가공품이 아니라 직접 만들었다. 푸드 스타일리스트를 겸업하고 있는 이답게 ‘보는 즐거움’을 얘기한다. “다양한 색의 채소를 많이 넣었어요. 먹는 기쁨이 눈에서부터 옵니다.” 베이컨이 눈에 띈다. 염분이 높은 식품이다. “베이컨은 자체의 맛을 활용하기 위해서죠. 다른 재료의 염분을 줄이면 되고, 건강에 좋아도 맛이 없으면 안 먹잖아요.” ‘끓이기의 미학’에 이어 ‘버무리기 미학’이 나타난다. 그는 소스가 닿는 면적을 넓히기 위해 가는 파스타 면을 골랐다. 아스파라거스 등의 갖은 재료와 얇디얇은 면들이 서로 찰싹 달라붙도록 공을 들인다. 따스한 온기가 살아있을 때의 파스타의 맛은 평화로운 들판이다. 그는 크림소스 파스타는 치즈나 소금 중 하나만 선택하고, 오일 파스타는 짭조름한 맛이 적으니 청양고추, 건고추, 후추, 허브 등으로 맛을 내라고 알려준다.
마지막으로 문씨가 그의 저염식 야심작을 한껏 뿌듯한 표정으로 내놓는다. 식탁엔 덤덤하고 밍밍한 맛의 잔치가 열린다. ‘선식가루 된장찜닭’. “찜닭은 짭짤하고 구수한 맛이 매력이죠. 미숫가루나 선식가루를 섞어 쓰면 염분은 줄이고 고소한 맛은 증가해요.” ‘융합의 미학’이다. 다른 식감과 맛을 가진 두 가지가 서로에게 녹아들어가 제3의 맛을 만든다. 닭고기의 살맛, 단호박과 애호박, 고구마의 각기 다른 맛들이 살아있다. 진한 양념에 휘둘려 재료의 맛을 잊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찜닭 한 접시를 먹었는데 여러 가지 맛을 동시에 경험하는 기분이 든다. “양념 맛에 휘둘리면 안 됩니다.” 검은콩을 우려 조선간장과 섞거나, 토마토를 잘 익혀 으깨 고추장과 버무리거나, 된장에 다진 양파나 양배추를 섞는 방법들은 모두 염분을 줄이는 묘안이다. 그가 가정에서 쉽게 할 수 있는 저염된장(사진) 만들기도 알려준다. 볶은 콩가루, 물, 된장의 비율을 1:1:1로 준비해 잘 섞어주면 완성이다. 고기를 재울 때나 생선을 익힐 때 레몬, 식초, 파나 마늘, 후추, 허브나 커리가루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도 소금양을 줄이는 한 방법이다. 두부, 무즙, 양파즙도 활용도 100%의 재료다.
생경한 맛이 좋아지려면 적당히 익숙해지는 기간이 필요하다. 저염식이 대표적이다. 뇌와 혀, 코가 아닌 온몸이 즐거울 때가 찾아온다.
글·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요리 시연 문인영, 요리 어시스턴트 김가영·조수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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