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에 취하는 것을 금지한다면 과연 어떨까? 얼마 전에 ‘만취금지특별법’을 주제로 토론회를 펼친 케이블방송 ‘쿨까당’에 출연했다. 잦은 만취로 전봇대와의 씨름, 부풀어 오르는 술배, 간경화, 주사로 인한 각가지 문제 등이 발생한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내가 취하고 싶은데 국가가 왜 간섭이냐고 생각할 수도 있고, 서민들의 즐거움을 빼앗는 것이 아니냐고 지적할 수도 있다.
사실 술이 없었으면 나는 아마 한국에서 친구를 한 명도 못 사귀고 지금까지 못 살았을 것이다. 나 같은 트리플 에이(A)형은 사람들과 친해지려면 술의 힘을 빌릴 수밖에 없다. 슬픈 현실이다. 나는 (적어도 내가 알기로는) 주사도 없고, 얼굴도 안 빨개지기 때문에 주당, 술고래, 주신이라는 명성(?)이 있다. 하지만 많이 마시는 것과 잘 마시는 것은 다르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생각해보았다. 운전면허증처럼 만취자격증이 있으면 어떨까?
물론 그 조건에 대해서 꼼꼼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핀란드에서는 만취자에게는 마트나 술집에서 술을 못 팔게 되어 있다. 누가 만취했는지 안 했는지 판단하기가 애매할 때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자기 행동에 대해 책임을 지지 못하는 사람을 의미한다. 말이 꼬이거나 비틀거리면 술을 살 수 없다. 내가 볼 때는 ‘갈지자로 걷는 것 금지’ 같은 것을 만취자격증의 조건으로 내세우는 것은 너무 가혹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너무 까다로운 조건이다. 비틀거리는 정도는 타인에게 피해를 안 줄 거 같다. 집에 스스로 잘 찾아갈 듯하다.
대신 내 생각에 만취자격증 취득 조건으로 다음과 같은 것을 넣으면 어떨까 한다. 주사 전과가 있는 것, 길에 대자로 누워서 경찰이 잡아간 경력이 있거나 술에 취했을 때 같은 이야기를 반복적으로 하는 것 등. 또한 술에 취했을 때 습관적으로 우는 사람이나 친구 신발에 구토하는 사람에게도 자격증을 주면 곤란할 것 같다. 술에 취해 타인을 힘들게 하는 것은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 다른 이에게 피해를 주면 안 된다.
그렇다면 만취자격증을 딸 수 있는 사람은 몇 명이나 될까? 만취자격증 시험 진행방법에 대해서도 고민할 필요가 있다. 시험장에서 소맥(소주와 맥주 섞은 술) 열 잔을 먹이고 행동하는 모습을 관찰하면 될까? 그 방법이 너무 과격하다면 지인 두 명이 보증을 서는 방식은 어떨까? “이 친구는 주사가 없습니다”라고 증인을 서면 될 것 같기도 하다. 물론 자격증을 딴 뒤에도 자격 조건 위반 때 처벌하는 제도가 필요하겠다. 한 번 위반하면 경고, 두 번 위반하면 술 매너 점수의 ½ 감점과 100일간의 면허 정지, 세 번 위반하면 면허 취소 처분을 받으면 될 것 같다. 심각하게 이리저리 궁리하는 내 모양이 좀 우습긴 하다. 이렇게 하면 건전한 술 문화가 정착될 수 있을까 하는 작은 바람을 농담 삼아 읊어봤다.
핀란드에는 다음과 같은 속담이 있다. ‘바이나 온 바이사스텐 주오마’(Viina on viisasten juoma). 즉 술은 지혜가 있는 사람만 마시는 것이다. 자기 한계를 알고 술을 즐긴다면 약이 되고, 지나친 음주는 독이 된다는 말이다. 오늘날에도 맞는 말이라는 것은 틀림없다. 그것은 나도 잊어서는 안 된다.
핀란드인들도 술을 매우 좋아한다. 한국처럼 여러 가지 사건이 많이 벌어진다. 그 대응방법도 각양각색이다. 이 내용은 다음 회로.
따루주모 살미넨 따루 ‘따루주막’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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