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가지 오미자 여름 음료
[esc]요리
더위 식히고 건강 챙기는 오미자 음료 초간단 요리법
더위 식히고 건강 챙기는 오미자 음료 초간단 요리법
‘아, 이 반가운 것은 무엇인가/ 이 히수무레하고 부드럽고 수수하고 슴슴한 것은 무엇인가’ 백석의 시 ‘국수’의 한 구절이다. 백석이 반갑게 인사한 국수는 냉면이다. 일제강점기 ‘모던 보이’도 홀딱 반했던 냉면은 오늘날 대표적인 여름 음식이 됐다. 하지만 여름 열기를 날려버릴 먹을거리가 냉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 조상들이 주로 애음한 더위 퇴치 음료는 오미자 한사발이었다. 시큼한 듯하다가 달콤하고, 달콤한 듯하다가 쓰고, 쓴 듯하다가 맵기도 한 오미자는 파도 파도 밑바닥이 보이지 않는 매력덩어리다. 오미자(五味子)는 쓴맛, 단맛, 신맛, 짠맛, 매운맛을 모두 가졌다고 해서, 오장(간장, 심장, 비장, 폐장, 신장)에 다 좋다고 해서 붙인 이름이다.
오미자 재배면적 늘면서
일반인도 쉽게 즐길 수 있는
식재료로 부상했다
뜨거운 물보다는 찬물에
하루 정도 천천히 우리는 게 좋다
최근 들어 오미자의 매력을 발견하고 푹 빠진 이들이 있다. “시각적으로 아름답고, 5가지 맛을 다 느낄 수 있는 점, 약재로 쓸 만큼 몸에도 좋다는 것이 다 장점이에요. 완벽하죠.” 오미자 칭찬에 침이 마르는 이는 농업법인 ‘효종원’ 대표 이원규(43)씨다. 건실한 중견기업의 임원이었던 그는 2007년부터 오미자 농사에 매달린 아버지를 따라 형과 함께 2010년 효종원을 설립했다. “할아버지가 만주에서 약재상을 하셨죠. 아버지는 오미자가 귀한 약재라는 얘기를 늘 들으셨죠.” 이 대표의 아버지는 귀한 약재를 고향인 충남 공주가 아닌 연고가 전혀 없는 경상북도 문경에서 재배에 나섰다. 문경은 전북 무주, 진안, 장수에 이어 대표적인 오미자 주산지다. 해발 300~700m 정도의 중산간지에서 잘 자라는 오미자는 77.8%가 산자락인 문경과 궁합이 잘 맞았다.
그는 요즘 목마르게 기다리는 게 있다. 2012년부터 동국대학교 한의과대학의 김호준 교수와 산학협력으로 오미자 연구를 진행했다. 한방비만학회 회장이기도 한 김 교수는 비만 억제, 장내 미생물과 오미자의 관계 등의 연구 결과를 곧 발표할 예정이라고 한다. 동국대 식품영양학과와는 기능성 스포츠음료로서 오미자의 가능성도 연구중이다.
젊고 모험심 강한 요리사들에게도 오미자는 “신기한 식재료”다. 서울 강남구 신사동 소재 레스토랑 ‘류니끄’(Ryunique)의 셰프 류태환(33)씨는 작년 9월 ‘서울고메 2012’ 행사에 오미자를 주재료로 한 음식을 선보였다. “통후추처럼 생겼는데 씹어 먹으니 5가지 맛이 느껴지는 거예요. 신기하고 오묘했어요. 우리도 서양처럼 향과 풍미가 독특한 향신료가 있어서 기뻤어요.” 그는 오미자설탕과 오미자소금을 만들었다. 같은 재료로 맛의 극과 극을 오고 갔다. 갈아서 생선이나 고기 절이는 데도 쓰고, 시럽을 만들어서 디저트에도 활용했다. ‘오미자소스를 곁들인 통삼겹살’과 ‘오미자 뇨키(으깬 감자 등을 버터와 치즈에 버무린 이탈리아 요리)’ 등은 행사장을 찾은 세계적인 셰프 알렉스 아탈라의 호감을 샀다. 선수는 선수를 알아봤다. 아탈라는 브라질 아마존의 색다른 식재료를 활용해 창의적인 요리를 만드는 걸로 유명하다.
오미자는 다섯가지 맛이 나지만 그중에서 신맛이 제일 강하다. 중국, 러시아, 우리나라에서 주로 자라는 목련과 낙엽수의 열매다. 7~8월에 꽃이 피고 8~9월에 열매를 수확한다. 오미자는 쉽게 짓무르기 때문에 주로 말려서 장기 보관하거나 오미자청을 담가 오랫동안 먹는다. 오미자청은 만들기가 쉽다. 오미자와 설탕을 1:1로 섞고 바람이 잘 통하는 어두운 곳에 40여일 두면 된다. 말린 오미자를 뜨거운 물에 우리는 것보다 색이 선명하다. 남극의 얼음만큼 찬 물을 오미자청과 섞으면 이만한 여름 음료가 없다.
오미자는 원래 약용식물로 명성이 자자했다. 중국 후한대의 의서 <상한론>에서도 오미자에 관한 기록이 있을 정도다. 김호준 교수는 “폐가 약해 잦은 기침이나 가래가 많은 이들에게 도움이 되고, 간의 해독에도 좋다”고 한다. 약재로서 기능은 더 많다. 국립원예특작과학원 한신희 박사는 “진액이 빠져나가는 것을 막아준다”며 예를 들어 설명했다. “청소년의 몽정은 정상적인 것이라서 진액이 빠져나가는 것이 문제가 되진 않지만 50~60대의 경우 비정상적으로 정액이 몸 밖에 빠져나갈 수도 있다”며 오미자가 그걸 막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인체는 70%가 수분인데, 그걸 유지해주는 데 도움이 됩니다.”
주로 약재로 쓰였던 오미자는 2000년대에 들어 재배면적이 늘어나는 등 생산이 활발해지면서 일반인들도 쉽게 먹을 수 있게 됐다. 구입할 때는 선홍색이 분명한 것을 고르는 게 좋다. 뜨거운 물에 우리면 자칫 신맛만 도드라질 수 있다. 차가운 물에 하루 정도 넣고 천천히 우리는 게 낫다.
‘효종원’ 이원규 대표가 오미자로 만들 수 있는 온갖 찬 음료를 한 상 떡하니 차려왔다. 맛이 다 다른 ‘포레스트 검프’의 초콜릿 상자 같아 혀가 즐겁다. 만들기도 간편해 엄마표 빙수를 대신해 여름 한낮 간식으로 내놓기도 좋다.
글·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참고도서 <식탁 위의 보약 건강음식 200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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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인도 쉽게 즐길 수 있는
식재료로 부상했다
뜨거운 물보다는 찬물에
하루 정도 천천히 우리는 게 좋다
오미자 푸딩. 효종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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