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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를 위한 전문가인가

등록 2013-07-31 19:57수정 2013-08-01 18:00

이유진 기자
이유진 기자
[매거진 esc] 성분표 읽어주는 여자
잡지를 펼치면 한가득 실려 있는 신제품들. 이 많은 제품 가운데 무엇을 골라야 할지 소비자들은 막막하다. 그때 도움을 주는 사람들이 있으니, 바로 좋은 제품만 콕콕 집어서 추천해주는 뷰티 전문가들이다. 그런데 과연 이들이 추천하는 제품이 우리가 기대하는 만큼 좋을까? 좋은 성분구성에 확실한 기능, 합리적 가격을 두루 갖춘 제품일까?

한 유명 뷰티 전문가가 페이스오일의 효과에 대해 칭찬하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이 글에서 그는 두개의 페이스오일을 추천했다. 성분표를 확인하는 순간, 황당했다! 한 제품은 로즈메리, 제라늄 등의 자극적인 허브오일로 가득 차 있었고, 또다른 제품은 요리용 엑스트라버진 올리브오일과 100% 동일했던 것이다. 올리브오일이 훌륭한 보습제이자 항산화제인 것은 사실이지만 마트에서 단돈 1만~2만원이면 1리터를 살 수 있는 제품을 4만원 돈을 내고 달랑 30밀리리터를 사라니, 너무하지 않은가?

또다른 뷰티 전문가는 미백 제품의 경향에 대해 쓰면서 세가지 수입 제품을 추천했다. “업그레이드된 화이트닝 성분”, “피부결점 지우개” 등의 말로 치켜세웠는데, 과연 그럴까? 성분표를 아무리 들여다봐도 업그레이드된 미백 성분은 보이지 않았다. 그저 ‘아스코빌글루코사이드’라는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는 비타민C 파생물이 들어 있을 뿐이었다. 다크서클을 없애준다는 제품도 실제로는 여러 가지 착색제가 들어 있어 다크서클을 덜 보이게 가려주는 제품이었다. 게다가 세 제품 모두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로 비싸다. 화장품의 제조원가를 뻔히 아는 전문가라면 오히려 가격에 문제를 제기해야 하지 않는가?

사람들은 뷰티 전문가들이 화장품에 대한 전문지식을 갖추고 소비자 편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이라고 믿는다. 하지만 일부 글과 말을 분석해보면 성분에 대한 지식이 거의 없다시피 하고 화장품회사들이 제공하는 정보를 앵무새처럼 그대로, 혹은 더 그럴싸하게 포장해서 전달한다는 인상을 떨치기 힘들 때도 많다. 성분에 대한 분석과 비판이 아예 없거나 가격의 합리성을 외면하기도 한다. 이들은 누구를 위해 일하는 걸까? 소비자? 화장품회사?

문제는 미용산업의 생태계에 있다. 화장품회사는 광고를 제공하여 언론을 먹여 살린다. 그 대가로 언론은 화장품회사들의 신제품을 소개해주고 효과에 대해 부풀린다. 이때 필요한 사람들이 바로 뷰티 전문가들이다. 이들의 이름이 있어야 제품에 공신력이 부여되고 전문정보로 둔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상당수의 뷰티 전문가들은 화장품회사의 구미에 맞는 글을 쓰고, 운이 좋으면 책 출간에 텔레비전 출연, 강연의 기회까지 얻을 수 있다. 이러한 은밀한 공생관계 속에서 직업윤리가 싹트기를 기대하기란 참으로 힘들다. 기업에 유리한 글을 많이 쓰면 쓸수록 더 많은 기회가 주어지는 구조 자체가 문제다.

복잡한 시대를 살면서 전문가의 힘을 빌리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많은 분야의 전문가들이 이처럼 특정 집단의 이익을 대변하는 존재로 오염되어 있다. 소비자들은 누가 진실로 우리의 편에 서 있는지 늘 의심하며 살아야 한다. 피곤하지만, 그래야 당하지 않는다.

최지현 화장품 비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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