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ESC

‘복장 자율화’ 4대 그룹 순위 매겨 보니?
SKT >삼성 >LG >현대차

등록 2013-09-04 20:39수정 2013-09-05 16:34

전문가들은 올가을 남성복에 푸른색과 회색이 유행하고 기능성 소재가 다수 등장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사진은 갤럭시의 비즈니스 캐주얼 코디.
전문가들은 올가을 남성복에 푸른색과 회색이 유행하고 기능성 소재가 다수 등장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사진은 갤럭시의 비즈니스 캐주얼 코디.
[esc] 커버스토리 비즈니스 캐주얼 잘 입기
주요 대기업 자율 복장 특징…‘비즈니스 캐주얼’ 면접으로 취업준비생들은 골머리
삼성전자 칼라있는 재킷과 셔츠
엘지전자 정장풍 면바지 허용
에스케이티 청바지까지 가능
현대차 엄격한 분위기 풀리기 시작

씨제이그룹은 1999년 처음으로 자율복장제를 도입했다. 창의적이고 유연한 조직문화를 키우겠다는 목적이었다. 엘지전자 역시 2000년부터 노타이를 기본 복장으로 했다. 근무 집중도를 높이겠다는 생각에서였다. 삼성전자는 뒤이어 2008년 ‘비즈니스 캐주얼’을 기본으로 하는 복장 자율화를 선언했다. 2006년 천명한 ‘창조경영’ 실천에 필요한 조직문화 구축을 위해 옷 입기부터 바꾸겠다는 얘기였다. 하지만 남성들의 ‘비즈니스 캐주얼’엔 착복 기준이 있었다. 재킷을 갖추되 칼라가 있어야 하며, 캐주얼한 드레스셔츠에도 칼라가 필수였다. ‘정장류’ 하의에 신발 또한 ‘구두 스타일의 캐주얼한 슈즈’를 원칙으로 했다. 그리고 이 원칙은 지금도 큰 변화가 없다.

반면, 두산그룹은 복장 규정이 없다. 하지만 정장 위주로 옷을 입는 경향이 강하다. 이 회사 관계자는 “비즈니스 캐주얼을 명시한 다른 회사의 경우 오히려 착복 기준이 있는 데 견줘, 우리는 복장 규정은 없지만 세련되게 입는 편이라고 자신할 수 있다. 옷 입기라는 게, 한벌 정장을 입느냐 비즈니스 캐주얼을 입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코디하느냐의 문제가 더 크지 않나”라고 말했다. ‘비즈니스 캐주얼’이 직장인 옷 입기의 정답이 아니며 정장도 형태나 다양한 액세서리를 통해 패션감각을 얼마든지 뽐낼 수 있다는 얘기다.

갤럭시의 비즈니스 캐주얼 코디.
갤럭시의 비즈니스 캐주얼 코디.

‘비즈니스 캐주얼’이라고 할 때 면바지는 입지 말아야 한다는 얘기가 많지만 엘지전자는 정장풍의 면바지를 허용한다. 복장 규정은 삼성과 비슷한 정도로 자유로운 편이다. 노타이 정장 또는 비즈니스 캐주얼을 권장하며, 여름에는 반팔 상의에 재킷을 입지 않아도 된다. 연구소의 경우 캐주얼 복장이 허용돼 청바지까지 입을 수 있으며, 운동화도 신을 수 있다는 것이 회사 쪽 설명이다. 그러나 복장 분위기는 엘지보다 삼성이 좀더 자유로운 편이라고 주변에선 입을 모은다. 삼성은 여름에 반팔 폴로형 티셔츠를 입거나 다양한 색깔옷을 입은 사람도 종종 보이지만, 엘지는 흰색이나 하늘색 반팔 셔츠에 노타이 차림이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에스케이티는 재킷을 반드시 입지 않아도 되며, 청바지나 칼라가 없는 윗옷까지 입어도 된다. ‘비즈니스 캐주얼’이 원칙이지만 다른 회사에 견줘 더 자유로운 편이다. 포스코 또한 복장 규정이 따로 없고, 자유복을 입도록 하며 부서에 따라 청바지도 가능하다. 그러나 면바지에 재킷 정도는 갖춰 입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연배가 있는 분들의 경우 자율 복장을 갖춰 입기 더 곤란해하는 경우가 있다”며 부담감을 털어놓았다.

남성적인 이미지를 가진 현대차그룹이나 현대제철은 보수적인 옷 입기로 유명하지만, 최근 약간의 분위기 변화가 엿보인다. 1990년대까지는 감색 상의에 검은색 구두만 신고 다녀야 했고, 줄무늬 와이셔츠도 허용되지 않았지만 지금은 지나치게 예의에서 벗어나는 복장은 자제하라는 식으로 직원들에게 권유하는 정도다.

2030 젊은 남성들을 겨냥한 코오롱에프엔씨 커스텀멜로우.
2030 젊은 남성들을 겨냥한 코오롱에프엔씨 커스텀멜로우.

복장 자율화의 팁을 주려고 회사는 자매회사 브랜드로 ‘스타일링 클래스’를 열거나 공식블로그, 사보를 통해 코디네이션 공식을 알려주기도 한다. 제일모직 빈폴, 갤럭시, 로가디스 같은 자매 브랜드는 ‘삼성맨’ 옷차림의 정답이다. 직원이면 할인도 가능하다. 엘지그룹이나 지에스그룹 임직원들 또한 한 뿌리를 갖고 있으면서 직원 할인이 되는 엘지패션의 헤지스, 티엔지티, 마에스트로, 닥스 같은 브랜드를 애용한다. 대기업 복장 자율화가 비즈니스 캐주얼 브랜드 성장을 이끌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직원 할인뿐 아니라 이런 브랜드들이 ‘비즈니스 캐주얼, 어떻게 입을래’라는 복잡한 질문의 모범답안을 매 시즌 충실히 던져주고 있는 것이다.

공식적인 지시는 아니지만 대기업들의 공통된 복장 기준은 ‘업무에 맞게, 눈치껏, 적절하게 입어라’ 정도로 요약할 수 있겠다. 취업준비생들이 ‘자율복’이나 ‘비즈니스 캐주얼’을 명시한 면접 복장 때문에 골머리를 앓는 이유이기도 하다. 가끔 이런 인사담당자들의 조언이 취업게시판에 뜨기도 한다. “자율복은 ‘자유’가 아님. 따라서 비즈니스 캐주얼 정도가 무난. 정장도 가능. 단, 너를 면접 보는 임원 중 누구도 정장을 빼입고 오진 않을 것임.” 이쯤 되면 더욱 혼란스러울 뿐이다. ‘비즈니스 캐주얼’엔 정답이 없지만 위아래가 다른 ‘콤비 정장’을 가리키는 것이라고 보면 될 듯하다. 입사에 성공한 ‘선배’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예컨대 삼성은 푸른색, 에스케이는 주황색 같은 회사 이미지 색상을 활용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자연스러운 세련미가 돋보이는 엘지패션의 마에스트로.
자연스러운 세련미가 돋보이는 엘지패션의 마에스트로.

정장이나 비즈니스 캐주얼의 경계가 갈수록 모호해지는 것이 요즘 남성복의 특징이다. 특히 이번 가을은 봄에 이어 ‘세퍼릿’(콤비 정장)이 여전히 유행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옷을 입을 땐 상의가 짙은 색이라면 바지는 옅은 색, 하의가 짙다면 상의는 옅은 색으로 하는 것이 원칙이다. 삼성패션연구소 노영주 연구원은 “다양한 그레이 톤온톤(동일 색상 명도 차이 효과)과 블루 색상이 조화를 이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특히 지난해 등장한 부토니에르(슈트 깃 단춧구멍에 꽂는 리본·꽃 모양의 액세서리)가 더욱 인기를 끌 것으로 점쳐진다.

클래식 유행 추세도 여전하다. 엘지패션 마에스트로의 윤종현 디자인실장은 “고급스러운 클래식 스타일에 아웃도어 기능성이 가미되고, 정장이나 코트의 어깨 패드를 얇게 변경해 옷을 입었을 때 실루엣이 부드럽고 자연스러워지는 것이 특징”이라고 말했다. 마에스트로는 이탈리아 최고급 남성복 브랜드에 원단을 공급하는 루이지보토사의 스트레치 원단을 써 정장을 입고 자전거를 타는 등 활동에 편안함을 가미한 제품을 출시할 계획이다. 안감 소재 또한 발열 원단 등을 본딩 처리하기도 한다.

가장 무난한 연출법은 감색 블레이저(양복 재킷)에 회색 바지를 입는 것이다. 재킷에 일정한 무늬가 있다면 바지는 재킷 무늬의 중심 색상을 고르면 된다. 코오롱에프엔씨 커스텀멜로우 손형오 디자인실장은 “블레이저는 드레스 셔츠와 울 팬츠를 함께 코디하면 비즈니스 웨어로도 손색이 없고, 폴로형 셔츠에 면 또는 코듀로이 팬츠를 코디하면 좀더 캐주얼해진다”고 말했다.

글 이유진 이형섭 황예랑 기자 frog@hani.co.kr, 사진 제일모직·엘지패션·코오롱에프엔씨


‘캐주얼 위크’ 때의 평상복. 현대카드 제공
‘캐주얼 위크’ 때의 평상복. 현대카드 제공
여의도의 ‘튀는’ 회사 현대카드의 패션철학

12시 종소리를 들은 신데렐라도 나처럼 놀라진 않았으리라. 그건 흡사 <제국의 역습>의 한 장면 같았다. 시계 분침이 11시30분을 넘기자, 빌딩들이 똑같이 하얀 와이셔츠를 입은 사람들을 거리로 토해냈다. 사원증 목걸이가 포멀 슈트의 반짝임을 더하는 가운데, 검은 양복바지에 윤나는 검은 구두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여자들은 하나같이 흰 블라우스에 검은 치마 투피스 차림이었다. 스타워즈 제국군 복장을 보고 안에 든 배우를 짐작하는 것처럼 헛된 시도를 몇차례 했다.

옷차림에 보수적인 금융 쪽 직장들이 모여서일까. 여의도의 색깔은 사뭇 천편일률이다. 은행 쪽 취재를 맡고 있는 다른 기자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600명이 똑같은 옷을 입고 앉아 있는 강당에 가 봤느냐? 그 흔한 네이비 양복 한벌 눈에 띄지 않았다. 은행장 취임식이 아니라 장례식장에 온 것 같았다.”

이런 여의도에 대한 ‘편견’을 깨뜨리기 딱 좋은 회사가 있다. 바로 현대카드다. 처음 간 기자간담회에서 다른 의미로 놀랐다. 임원들의 헤어스타일이 최신 유행 뺨쳤다. ‘임원 스타일’의 고상한 머리만 봐온 터였다. 짧게 잘라 살짝 곱슬하게 말아넘긴 앞머리는 낯설 정도였다. 넥타이의 폭도, 양복 깃도 좁았다. 은빛으로 빛나는 커프스 단추보다도, 살짝 둥글린 와이셔츠 옷깃 끝이 패셔너블했다. 현빈이나 소지섭은 돼야 가능한 줄 알았던 드라마 ‘이사님’ 패션, 그렇게 먼 것만은 아니다.

현대카드는 남다른 패션 철학이 있는 회사다. 정태영 사장부터 늘 몸에 꼭 맞는 와이셔츠에 소매를 걷어올린 활기찬 모습이다. “스타일도 업무의 연장”이라고 선언했다. 트렌드에 민감한 카드 업종 중에서도 젊고 혁신적인 현대카드의 이미지는 직원들부터 몸소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점심시간 동안 30분 ‘런치 클래스’에선 패션 전문가가 나와 양복을 멋스럽게 입는 ‘슈트 클래스’ 강의도 한다.

현대카드 민운식 홍보팀장은 발만 봐도 구분한다고 했다. “여의도역이나 국회의사당역 출구에서 밤색 구두를 신은 직장인은 현대카드 사원으로 보면 됩니다. 허리띠도 같은 밤색으로 맞췄다면 100%죠.” 다른 금융계 회사들은 검정 구두가 아닌 색을 신기 꺼린단다. 현대카드 사원들은 일년에 네번, ‘캐주얼 위크’엔 2주일 동안 평상복(사진)을 입는다. 양복 차림에 갇힌 사고의 틀을 깨자는 취지다. ‘고객들에게 불쾌감을 줄 수도 있는’ 반바지 차림만 아니라면 자유롭다.

패션이 업무의 일환이 되면 ‘잘 입어야 한다’는 스트레스도 엄연히 존재한다. “옷을 잘 못 입으면 무능력하다고 보일까봐 걱정”이라는 아무개 차장은 “아침에 아무거나 주워 입던 그때 그 시절이 가끔 그립기도 하다”고 털어놨다. 그래도 “캐주얼 위크를 핑계로 아내에게 비상금을 타냈다”고 할 때는 표정이 환했다.

정유경 기자 edg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ESC 많이 보는 기사

70년간 갈비 구우며 신화가 된 요리사, 명복을 빕니다 1.

70년간 갈비 구우며 신화가 된 요리사, 명복을 빕니다

만찢남 “식당 창업? 지금은 하지 마세요, 그래도 하고 싶다면…” 2.

만찢남 “식당 창업? 지금은 하지 마세요, 그래도 하고 싶다면…”

내가 만들고 색칠한 피규어로 ‘손맛’ 나는 게임을 3.

내가 만들고 색칠한 피규어로 ‘손맛’ 나는 게임을

히말라야 트레킹, 일주일 휴가로 가능…코스 딱 알려드림 [ESC] 4.

히말라야 트레킹, 일주일 휴가로 가능…코스 딱 알려드림 [ESC]

새벽 안개 헤치며 달리다간 ‘몸 상할라’ 5.

새벽 안개 헤치며 달리다간 ‘몸 상할라’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