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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를 위한 1인분이란 말입니까

등록 2014-04-30 19:44수정 2014-05-01 10:28

강백수밴드. 사진 강백수 제공
강백수밴드. 사진 강백수 제공
[매거진 esc] 백수의 청춘식탁
강백수밴드(사진)는 요즘 4인조로 활동하고 있다. 사람들은 우리 팀을 보면 연주도 시작하기 전에 깜짝 놀라곤 한다. 바로 우리의 비주얼 때문이다. 무대에서 나는 “안녕하세요, 비주얼 밴드 강백수밴드입니다”라고 소개를 할 때가 많은데, 이것은 빈말이 아니다. 비주얼이 예쁜 팀도 비주얼 밴드이지만, 우리는 다른 의미에서 압도적인 비주얼 밴드이니 말이다.

나는 뚱뚱하다. 가장 친한 고등학교 친구들 7명 무리 중에 가장 체중이 많이 나간다. 그러나 강백수밴드에서만큼은 다르다. 나는 4명 중에서 두 번째로 가볍다. 기타 치는 홍용이를 제외하고 베이시스트인 윤재와 드러머인 덕남이 형은 모두 나보다 무겁다. 강백수밴드의 평균 체중은 무려 100㎏에 육박하니 남들이 볼 때는 밴드라기보다는 씨름부나 유도부처럼 보일 만하다. 좋은 점이 많다. 눈에 확 들어오기도 하고, 무엇보다 내가 비교적 날씬해 보일 수 있다는 점이 최고의 이점이다. 그러나 하나 문제점을 꼽는다면, 식비다. 회식 한 번 하면 허리가 휜다.

우리가 절대 믿지 않는 단어가 하나 있다. 바로 1인분. 우리는 어디서 어떤 1인분을 시켜도 배가 부르지 않다. 고기 180g이 정말 1인분이 될 수 있는 걸까? 밥을 말지 않은 라면 한 그릇은 간식에 불과하다. 짜장면 곱빼기 너머에 곱곱빼기가 존재하며 그것을 주문해서 먹는 이가 강백수밴드에만 두 명이나 있다는 사실을 사람들은 알지 못한다. ‘L’ 사이즈와 ‘R’ 사이즈와 같은 선택지가 있는 경우에 우리는 고민하지 않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 우리는 모자랄 것이 분명한 1인분에 대해 깊은 고민을 하게 된다. 멤버들은 모두 자취를 하기에 혼자 밥을 먹을 때에 이 1인분에 대한 고뇌는 더욱 증폭된다.

1인분을 믿지 않는 독신남들을 위한 솔루션이 몇 가지 있다. 우선 가급적 국물 있는 음식을 먹어야 한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밥을 말아 먹을 수 있는 음식을 먹어야 한다. 나는 라면 제조사가 라면 한 개를 1인분으로 정했다는 것은 우리가 밥까지 말아 먹을 것을 예상했기 때문일 것이라 믿는다. 비빔면이나 불닭볶음면은 피해야 할 음식이다. 두 개를 끓여 먹는다는 것은 어쩐지 죄책감이 들기 때문이다. 굳이 밥을 말아 먹기 어려운 음식을 먹어야겠다면 토핑을 적절히 활용해야 한다. 비빔면에 삶은 달걀을 두 개 정도는 올려 줘야 그래도 뭘 좀 먹은 것 같다. 불닭볶음면에는 닭가슴살 통조림을 한 캔 넣으면 그나마 배가 좀 찬다. 사이드 메뉴를 활용하는 것도 좋다. 삼각김밥은 절대 한 끼 식사가 아니다. 훌륭한 사이드 메뉴일 뿐이다. 감자튀김이 포함된 햄버거 세트를 주문하는 것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필수라고 보면 된다. 그리고 나는 내가 지금 이런 글을 쓰고 있다는 것이 조금 부끄러운 것이 사실이다. 물론 반대의 고민을 하며 사는 사람들도 많다는 것을 안다. “저는 라면 하나가 많아요”, “남길까봐 음식 배달을 못 시키겠어요”와 같은 상상하기 어려운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 특히 여성분들이 많다는 것을 안다. 그런 분들과 우리 같은 사람들에게 최고의 방법이 하나 있다. 우리가 연애를 하면 된다. 그러면 1인분이 1인분이 아닐지라도 2인분은 2인분이 될 수 있지 않겠는가. 나의 1.5인분과 당신의 0.5인분이 만나서 이루게 될 완벽한 조화. 아아, 우리가 수긍하지 못하던 1인분의 수수께끼가 비로소 해소되는 순간이 아닐까!

많이 먹는 자들이여, 그리고 입이 짧은 자들이여. 그렇다, 정답은 연애다. 특히 입이 짧은 여성분들에게 제안하고 싶다. 강백수밴드의 공연장에 오라. 다른 인디밴드 공연과는 달리, 남성 관객 75%를 자랑하는 강백수밴드의 공연장에서는 아티스트도, 관객들도 당신을 위해 1.5인분을 먹어줄 준비가 되어 있다.

강백수 인디뮤지션·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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