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ESC

탐나도다 내 추억의 결정체

등록 2015-03-18 20:39수정 2015-03-19 10:25

서울 중구 정동 토이키노에서 사람 크기의 반신 피규어를 보고 있는 관람객.
서울 중구 정동 토이키노에서 사람 크기의 반신 피규어를 보고 있는 관람객.
[매거진 esc] 라이프
성인들의 향수와 어린이들의 호기심을 부르는 피규어 전시관 ‘토이키노·’ ‘피규어 뮤지엄 W’
손원경(43)씨는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도심에 장난감 박물관을 만들었던 사람이다. 2006년 손씨가 서울 삼청동에 열었던 200㎡ 남짓한 넓이의 토이키노는 2012년까지 35만명이 다녀갔다. 손씨는 2012년 삼청동 박물관을 닫고 그곳에서 모은 입장료 수익만으로 액션 피규어 등 수집품을 더 늘렸다. 3월11일엔 그동안 모은 피규어와 장난감으로 서울 중구 정동에 새로 토이키노 박물관을 냈다.

장난감 모양으로 꾸며진 서울 강남구 청담동 피규어 뮤지엄 더블유(W)에선 희귀하고 값비싼 피규어들을 대중 앞에 선보였다.
장난감 모양으로 꾸며진 서울 강남구 청담동 피규어 뮤지엄 더블유(W)에선 희귀하고 값비싼 피규어들을 대중 앞에 선보였다.

장난감 기념관 ‘토이키노’

“제 수집품의 가치요? 삼청동 시절엔 1억~2억원쯤 됐으려나요. 지금은 수집용 장난감들이 비싸져서 10배 정도 올랐다고 봐야죠.” 손 대표가 5년 전 60만원에 샀던 사람 크기 고블린(<스파이더맨>의 악당 캐릭터) 인형은 지금은 200만원이 넘는다. 박물관 넓이는 660㎡로 삼청동 토이키노에 비해 3배나 커졌지만 장난감들이 대형화·고급화되면서 예전보다 가짓수는 줄어서 삼청동 박물관엔 40만점이 전시되어 있던 데 견줘 지금은 손원경 토이키노 대표가 가진 수집품의 30% 정도인 30만점만 나와 있다고 했다. 장난감 수집은 돈만 있다고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대부분 한정 수량으로 잠깐 동안만 팔기 때문에 때맞춰 사지 않으면 갑자기 몸값이 오르거나 구하기 어렵게 된다. 예전엔 1000원에 팔았던 패스트푸드점 기념 장난감도 요즘엔 아침 일찍 매장에 줄을 서야 살 수 있다. 어렵게 모은 것을 주제와 계보대로 정리하려면 대중문화에 대한 이해도 있어야 한다.

토이키노는 장난감 수집가 손원경씨의 수집품을 전시하고 있다.
토이키노는 장난감 수집가 손원경씨의 수집품을 전시하고 있다.
애니메이션 캐릭터 인형과 장난감이 전시된 정동 토이키노 1관으로 들어가면 사람 키보다 더 큰 애니메이션 <몬스터 대학교> 주인공 설리 대형 인형이 길목을 지키고 있다. 바비 인형과 디즈니 캐릭터들, 스누피, 심슨 가족들은 각자 마을을 이루고 있다. 장난감 박물관에 가면 규모의 아름다움에 눈뜨게 된다. 레진(수지)으로 만들어 색칠한 단순한 인형들이지만 수십만개 모이면 장대한 느낌으로 관람객을 압도한다. 액션 피규어들의 영토인 2관엔 미국 메이저리그 선수들을 그대로 본뜬 수천개의 야구 선수 피규어들과 엔비에이 농구 선수들을 지나치면 배트맨, 스파이더맨과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엘프와 영웅들이 자세를 잡고 있다. 사람 크기인 슈퍼히어로들의 몸값은 1000만원을 훌쩍 넘는다. 2000년 중반 영화 <반지의 제왕> 주인공들을 본뜬 피규어 시리즈가 나오면서 우리나라에도 성인들을 위한 피규어 시장이 싹트기 시작했다. <스타워즈> <인디애나 존스> 같은 지나간 대작 시리즈 주인공들도 피규어로 나와 영화의 추억을 일깨운다.

국내 최초 도심 장난감 박물관
삼청동서 정동으로 확장 개관
전시물 가치 10배나 뛰어
장난감 모양으로 꾸며진 서울 강남구 청담동 피규어 뮤지엄 더블유(W)에선 희귀하고 값비싼 피규어들을 대중 앞에 선보였다.
장난감 모양으로 꾸며진 서울 강남구 청담동 피규어 뮤지엄 더블유(W)에선 희귀하고 값비싼 피규어들을 대중 앞에 선보였다.

피규어 뮤지엄 W 기념품숍엔
손바닥만한 <캔디>가방 97만원

1970~80년대 영화를 보고 자랐던 어린이들이 나이가 들어서 돈을 벌게 됐을 때 피규어를 만났다. 키덜트라고 불리는 이들은 지갑을 열고 어린 시절의 추억을 집 안에 들였다. 박정희 대통령의 서예 스승이었던 소전 손재형 선생의 손주로 태어난 손원경 대표도 그런 경우다. “어릴 때 아버지가 외국에 다녀오실 때마다 장난감을 사다 주시고 영화 <스타워즈>가 개봉했을 땐 부모님 손잡고 보러 갔어요. 그런데 제가 8살 때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곧이어 부모님이 이혼하시면서 집안이 쇠락했죠. 살면서 힘들 때마다 장난감을 수집한 것은 행복했을 때의 추억을 붙잡으려는 것과 비슷했어요.” 손 대표의 설명을 좇아가면 2관은 대중문화 유행이 남긴 예술품 전시관이고 1관은 어린 시절의 추억에 대한 기념관이다. 수집품 중 하나만 남기라면 1관에 있는 단순한 나무 인형 자동차나 세계의 민속 인형 중에서 고르겠다는 손 대표는 이런 순수한 장난감을 사진으로 찍어 어린이책을 낼 계획이다. 올여름부터는 박물관에서 장난감 수업, 토이 아카데미도 열 예정이다. 장난감을 들여다보면 대중문화도 보이고 역사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란다.

토이키노는 장난감 수집가 손원경씨의 수집품을 전시하고 있다.
토이키노는 장난감 수집가 손원경씨의 수집품을 전시하고 있다.

피규어 마니아들의 성지 ‘피규어 뮤지엄 W’

지난 2월28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는 피규어 마니아들에 의한, 피규어 마니아들을 위한 장소가 열렸다. 초등학교 동창인 유병수(47)·임정훈(47)씨가 공동 대표를 맡은 피규어 뮤지엄 더블유(W)에는 두 대표가 모아온 피규어와 이름을 밝히지 않은 다른 수집가들이 모은 것을 합쳐 800여점 장난감들이 유리로 지어진 지상 6층, 지하 2층으로 된 한 건물에 자리잡았다.

이 뮤지엄 여행은 꼭대기 층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수집가들이 가장 사랑하는 애장품만 모아둔 5·6층 기획전시실에는 영화 <배트맨>에 나온 배트모빌, 실제 사람의 머리카락을 붙인 이소룡 피규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액션 피규어, 일본 애니메이션 <파이브 스타 스토리즈>에 나왔던 장군 캐릭터 등을 하나하나 유리관에 담아 벽면을 가득 채웠다. 전시관 한가운데 있는 모니터 화면에서 피규어 앞에 적힌 번호를 누르면 입체 영상과 설명을 볼 수 있다. 한정판과 희귀품 피규어를 자랑하는 피규어 뮤지엄 더블유에서도 가장 비싼 2억원짜리 건담 피규어도 이곳에 있다.

장난감 모양으로 꾸며진 서울 강남구 청담동 피규어 뮤지엄 더블유(W)에선 희귀하고 값비싼 피규어들을 대중 앞에 선보였다.
장난감 모양으로 꾸며진 서울 강남구 청담동 피규어 뮤지엄 더블유(W)에선 희귀하고 값비싼 피규어들을 대중 앞에 선보였다.
일본 애니메이션 관련 피규어들이 있는 4층 전시실엔 아톰 마니아인 배우 조민기씨가 장기 대여해준 아톰 피규어들이 한쪽 벽을 차지하고 있다. 1971년 로봇 주인공 시대를 연 아톰의 벽에서 시작해 마징가 제트, 건담, 철인28호 등 로봇들이 계보대로 늘어서 있어 어른들은 황홀해한다. 아이들은 3층 할리우드 전시실에서 주로 시간을 보낸다고 했다. 미국에서 군인 모양 인형을 만들었던 것이 피규어의 시작이라고 보는데, 이를 상징하는 지아이조 대형 피규어가 지키고 선 3층 전시실엔 아널드 슈워제네거 모형이 영화 <터미네이터>에서 실제 입었던 가죽 의상을 걸치고 서 있기도 하다. 2층 기념품숍도 박물관의 구경거리다. 8000원짜리부터 수천만원짜리 피규어를 파는 이 가게 한가운데는 1970년대에 나온 만화 <캔디> 캐릭터 가방이 유리관에 들어 있다. 40년 전 일본 만화잡지 부록으로 나왔던 손바닥만한 이 가방은 지금 97만원 가격표를 달고 있다.

일본의 건담 박물관, 프랑스 페즈나 장난감 박물관에 이어 한국에도 장난감이 주인 된 건물이 생겼다. 부풀어오르는 장난감 시장이 출격 대기 중이다. 밤이 되면 건물 3개면에서 엘이디등으로 피규어 영상이 빛나고, <트랜스포머>의 리더 범블비가 3m 넘는 몸집으로 1층을 지키며, 지하 오락실에선 장난감 공장 컨베이어벨트가 천장에 달려 있는 이곳, 피규어 뮤지엄 더블유엔 3월 첫째 주말에만 하루 400명의 관람객이 다녀갔다.

글 남은주 기자 mifoco@hani.co.kr

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피규어 뮤지엄 W 제공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ESC 많이 보는 기사

70년간 갈비 구우며 신화가 된 요리사, 명복을 빕니다 1.

70년간 갈비 구우며 신화가 된 요리사, 명복을 빕니다

만찢남 “식당 창업? 지금은 하지 마세요, 그래도 하고 싶다면…” 2.

만찢남 “식당 창업? 지금은 하지 마세요, 그래도 하고 싶다면…”

내가 만들고 색칠한 피규어로 ‘손맛’ 나는 게임을 3.

내가 만들고 색칠한 피규어로 ‘손맛’ 나는 게임을

히말라야 트레킹, 일주일 휴가로 가능…코스 딱 알려드림 [ESC] 4.

히말라야 트레킹, 일주일 휴가로 가능…코스 딱 알려드림 [ESC]

새벽 안개 헤치며 달리다간 ‘몸 상할라’ 5.

새벽 안개 헤치며 달리다간 ‘몸 상할라’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