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esc] 커버스토리 / 더 무서워지는 웹툰 공포물
좀비는 영화나 드라마, 웹툰 속에만 있지 않다. 일상에서 좀비를 만날 수 있다면, 그것도 술자리에서라면, 이 또한 오싹하면서도 즐겁지 아니하겠는가.
서울 홍대 앞 지하철 6호선 상수역에서 홍대 정문으로 가다 만나는 삼거리 부근에서 운이 좋으면 희한한 광경을 볼 수 있다. 건물 3층 테라스에 좀비들이 가끔 출몰한다. 이곳은 좀비포차 ‘노는좀비’다. 지난해 7월 문을 열어, 요즘은 주말이면 30분에서 1시간을 기다려야 할 정도로 명소가 됐다.
6월29일 밤 노는좀비 입구에 들어서니 방독면을 쓴 마네킹들이 손님을 반긴다. 이곳이 위험지대라는 경고의 의미이기도 하다. 한쪽 벽에는 총들이 잔뜩 걸려 있다. 안에는 곳곳에 철망이 있다. ‘격리구역’이라는 팻말이 붙은 철망으로 가로막힌 방도 있다. 사이사이 테이블과 의자가 있는데, 특이한 건 테이블마다 경광봉이 매달려 있다는 점이다. 종업원을 부를 때 벨을 누르는 대신 경광봉을 켜고 흔들면 된다.
들어간 지 30분이나 됐을까? 갑자기 사이렌 소리가 들리더니 자욱한 연기가 퍼져 한치 앞이 안 보인다. “꺄악~!” 여기저기서 비명 소리가 들린다. 좀비들이 테이블마다 돌아다니며 손님들을 놀라게 한다. 이곳의 명물인 좀비 이벤트다. 얼마 뒤 크레용팝의 ‘빠빠빠’가 흘렀다. 좀비들은 손님들과 함께 ‘직렬 5기통 춤’을 추기 시작했다. 그렇게 한바탕 춤판이 벌어진 뒤 이벤트가 끝났다. 이벤트는 1~2시간에 한 차례꼴로 예고 없이 불쑥 열린다고 한다.
윤서현(23)씨는 “인터넷을 검색하다 이런 곳이 있다는 걸 발견하고 찾아왔다. 아까 술과 안주를 가져다준 종업원들이 좀비로 분장한 걸 뻔히 아는데도 그 순간에는 무섭더라”고 했다. 스스로를 좀비·공포물 마니아라고 밝힌 김준범 노는좀비 사장은 “요즘 술집에서도 다들 스마트폰만 들여다보며 교감이 없는 경우가 많은데, 좀비 이벤트를 하면 적어도 그 순간만은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함께 즐기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이런 술집을 열었다”고 말했다.
놀이공원에나 가야 있는 ‘귀신의 집’을 올여름에는 서울시내 한가운데서도 만날 수 있다. 7월3일부터 8월30일까지 서울 대학로 상명아트홀 갤러리에서 열리는 공포체험전 ‘귀신의 집’이다. 처녀귀신, 저승사자, 구미호 등 한국 전통 귀신으로 공포를 자아낸다. 1566-5588.
서정민 기자
좀비 이벤트. 사진 노는좀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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