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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즐거워 꽁! 입이 행복해 꽁!

등록 2016-08-10 19:31수정 2016-08-10 22:27

[매거진 esc] 화려한 모양과 다양한 재료로 무더위에 지친 이들 사로잡는 '빙수의 전쟁'
김대현 셰프가 운영하는 ’르쁘띠푸’의 눈사람빙수. 박미향 기자
김대현 셰프가 운영하는 ’르쁘띠푸’의 눈사람빙수. 박미향 기자

‘애망’, ‘꿀빙’, ‘돔빙’. 외계어 같은 이 낯선 단어들의 뜻을 안다면 당신은 빙수 애호가다. ‘애망’은 애플망고빙수, ‘꿀빙’은 벌꿀 올린 빙수, ‘돔빙’은 돔페리뇽 샴페인 빙수다. 5년 전만 해도 없던 말이다.

연일 기록을 경신하는 무더위로 아스팔트가 녹아내릴 듯한 서울은 지금 ‘빙수전쟁’ 중이다. 지난 5월 문을 연 서울 마포구 망원동 ‘도쿄빙수’는 토마토, 서리태처럼 ‘이런 것도 빙수에 들어가나’ 싶은 독특한 재료로 만든 빙수를 선보이며 ‘신흥 강자’로 주목받고 있다. 지난달엔 한달 한정메뉴로 아보카도빙수도 팔았다. 가게 문턱이 닳도록 몰려드는 손님 탓에 고급 식당처럼 ‘브레이크타임’(점심과 저녁 사이에 쉬는 시간)도 있다. 주인 김성론 대표는 “재료가 빨리 떨어져 다시 준비해야 하고, 직원들도 쉴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망원동 ’도쿄빙수’의 토마토빙수. 박미향 기자
망원동 ’도쿄빙수’의 토마토빙수. 박미향 기자

이색적인 재료를 무기로 빙수전쟁에 뛰어든 곳은 여기뿐만이 아니다. 종로구 부암동의 ‘부빙’은 올해 초당옥수수빙수를 내놨다. 달아서 ‘초당’이란 이름과 ‘설탕옥수수’, ‘마약옥수수’란 별명을 가진 옥수수가 눈처럼 흰 얼음에 알알이 박혀 더위에 지친 사람들을 유혹한다. 종로구 소격동의 ‘카페 보라’에선 자색고구마로 만든 보라색 퓌레가 눈길을 끈다. 20년 넘게 빙수계의 지존이었던 ‘밀탑’은 오곡빙수를 출시했다. 몇년 전 신라호텔이 내놓은 애플망고빙수의 인기에 힘입어, 망고빙수는 이제 온갖 카페와 빙수전문점의 차림표에 이름을 올렸다.

부암동 ’부빙’의 초당옥수수빙수. 박미향 기자
부암동 ’부빙’의 초당옥수수빙수. 박미향 기자

소격동 ’카페 보라’의 자색고구마빙수. 박미향 기자
소격동 ’카페 보라’의 자색고구마빙수. 박미향 기자

빙수계의 양대 산맥인 팥빙수와 녹차빙수도 이에 질세라 전열을 가다듬었다. 팥빙수엔 중국산 팥 통조림 대신 국산 팥을 쓰는 곳이 늘고 있다. 종로구 통의동의 ‘통의동단팥’은 미리 계약 재배한 팥을, 마포구 상수동의 ‘연남살롱’은 중간도매로 사온 국산 팥을 뜨거운 불 위에서 직접 삶아 쓴다. 녹차빙수는 높이로 승부한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얼음 탑을 쌓는데, 마포구 합정동 ‘카페 디 에어’의 녹차빙수는 높이가 15㎝가 넘는다.

통의동 ’통의단팥’의 팥빙수. 박미향 기자
통의동 ’통의단팥’의 팥빙수. 박미향 기자

합정동 ’카페 디 에어’의 녹차빙수. 박미향 기자
합정동 ’카페 디 에어’의 녹차빙수. 박미향 기자
다빈치의 작품 같은 신기한 빙수도 등장했다. 서교동 ‘르쁘띠푸’엔 눈사람 모양의 빙수가 있고, ‘당고집’은 연분홍색 팥과 소금에 조린 식용 벚꽃이 올라간 빙수를 판다. 모양과 색으로 승부하는 것이다.

특급호텔은 2만~8만원대의 ‘럭셔리 빙수’로 무장했다. 지난해 돔 페리뇽이 들어간 ‘돔 빙수’로 빙수 고급화의 포문을 연 제이더블유(JW) 메리어트 동대문은 올해 ‘펄(진주) 빙수’를 내놨다. 프랑스 고급 진주와 같은 모양의 설탕 케이크, 화이트 초콜릿 등을 토핑으로 올렸다. ’펄 빙수 애프터눈 세트’를 주문하면 빙수와 함께 진주를 선물로 준다. 파크하얏트서울은 월악산 천연 꿀이 재료인 허니빙수를, 더플라자는 네덜란드 파티시에가 개발한 밀크초코베리셔벗빙수, 포시즌스호텔은 스파클링와인을 넣은 베리브라케토를 선보이고 있다.

왜 이렇게 빙수로 난리일까? 지구온난화와 도시화로 여름이 너무 더워져서라는 답으론 부족하다. 외식업계에선 “외식업에 뛰어들려는 창업자들의 이해와 ‘작은 사치’를 즐기며 자신의 행복을 위한 소비에 적극적인 ‘포미’(For Me)족의 욕구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빙수는 별다른 조리기술이 없어도 만들기 쉽고, 원가도 다른 외식 메뉴보다 낮아 이익이 많은 편이다. 포미족은 화려하고 상상을 뛰어넘는 빙수를 색다른 ‘재미’로 즐기고 기대한다. 디저트 트렌드 연구가인 김혜준씨는 “디저트 카페에도 날마다 화려한 빙수가 등장하고 있다”며 “올해는 경쟁이 더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삼성동 ’파크하얏트서울’의 허니빙수. 박미향 기자
삼성동 ’파크하얏트서울’의 허니빙수. 박미향 기자

글·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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