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수>의 지은이이자 ‘빙수덕후’인 조영욱씨가 만든 맥주빙수. 조영욱 제공
빙수는 더운 여름을 한 방에 날릴 묘책이다. 개성을 살려 집에서 직접 빙수를 만들어 먹는 것도 더위를 이기는 즐거운 방법이다. 2003년부터 빙수에 푹 빠져 <빙수>마저 출간한 빙수애호가 조영욱(34)씨가, 이 즐거움을 배가시켜줄 깨알 같은 노하우를 공개한다.
얼음은 통얼음으로
냉장고의 각얼음을 탈탈 털어 갈면? “그럴싸한 빙수를 만들 수 없다.” 그는 밥그릇이나 냄비를 사용해 통얼음을 만든다. “살짝 물을 끓여서 식힌 후에 얼려라. 얼음이 단단해져 금이 잘 안 간다. 기포 없이 얼기 때문에 빙질이 좋다.”
언 얼음이 냄비에서 안 떨어진다면? “뜨거운 물을 부으면 절대로 안 된다.” 그는 전자레인지에 10~19초 녹이거나 중탕한다. “마음이 급하다고 뜨거운 물을 부으면 쫙 갈라져서 쓸 수가 없다.”
최고의 빙질은 빙삭기로
빙삭기는 사야 하나? “4만~5만원대의 가정용 빙삭기면 충분하다.” 그는 믹서기를 활용해서 얼음을 갈기도 했다. “빙삭기가 얼음을 얇게 깎아내는 방식이라면 믹서기는 얼음을 때려서 분쇄하는 방식이다. 믹서기로 간 얼음은 입자가 거칠다. 빙삭기를 사용하면 전문점의 대패얼음이나 눈꽃빙수도 만들 수 있다. 취향에 따라 선택하면 된다.”
두 가지 다 마음에 안 든다면? “조리용 지퍼백을 활용하라.” 그는 지금도 지퍼팩에 우유와 물, 연유 등을 넣고 얼린 다음 두들겨서 먹는다. 우유와 물을 5 대 5, 3 대 7, 2 대 8 등의 배율로 섞어 얼리면 색다른 맛을 즐길 수 있다.
베이스 시럽은 미리 만들라
다양한 시럽을 만들기 번거롭다면? “베이스 시럽을 만들어 과일과 함께 갈기만 해도 된다. 과일시럽과 같은 맛이 난다.” 베이스 시럽은 물(1ℓ)에 한천가루(2작은술)를 풀고 10분간 불린 뒤 색이 투명해질 때까지 끓이고 설탕(600g), 물엿(300g)을 추가로 넣어 마저 끓이면 완성이다.
시럽은 마지막에 뿌리나? “맨 위만 달달하고 맛이 없는 빙수가 된다.” 그는 간 얼음을 그릇에 쌓고 시럽을 뿌린 뒤 다시 간 얼음을 쌓고 시럽을 뿌리는 과정을 반복한다.
시럽이 없다면? “잼이 최고의 대용품이다.” 그는 배, 딸기, 사과 등 다양한 잼을 쌓은 얼음에 올려 비벼 먹는다.
빙수는 그래도 팥빙수
팥 삶기가 어렵다면? “전기밥솥의 급속 모드를 활용하면 간편하다.” 그는 첫번째 급속 모드가 끝나면 물을 다 버리고, 다시 물을 밥솥에 채워 넣고 급속 모드를 4~5번 반복해 가동한다.
팔 알갱이가 너무 물컹하다면? “팥알의 단단함은 설탕을 넣는 시기와 삶은 시간에 달렸다.” 그는 단단한 식감을 좋아해서 두번째나 세번째 급속 모드로 삶을 때 설탕을 넣는다. “설탕을 넣으면 팥이 쉽게 물러지지 않는다.” 더 깊은 맛을 내려면 급속 모드를 두번 마치고 다른 냄비에 옮겨 낮은 불에 한동안 끓이면 된다고 한다.
글 박미향 기자
mh@hani.co.kr, 사진 조영욱 제공